(그래픽: 천지일보,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22.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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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산유국인데 유가 못잡아

석유업계 축소, 생산량 제자리

러시아산 원유 거래 못 막아

유가안정 ‘사우디’ 카드 꺼내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세계 제1의 산유국인 미국이 치솟는 국제유가를 잡지 못하고 딜레마에 빠졌었다. 원유 보유량이 가장 많음에도 증산을 하지 못하고 도리어 그간 강도 높은 제재를 가했던 사우디아라이비와는 손을 잡고, 러시아에 대한 제재도 풀어야 하는 상황을 맞았다. 미 연준의 금리 인상 요인 등으로 16일 기준 가까스로 국제유가가 진정되긴 했지만 직전까지 곤혹을 겪었다.

◆원유 넘쳐도 국제유가 진정 못시킨 美

AP통신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오는 7월 사우디를 방문해 지도자들과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과 요르단강 서안을 경유하는 중동 순방을 7월 13~16일까지 진행하며 순방 기간 말미에 사우디 제다를 방문할 계획이다. 사우디의 도움을 받아 미국과 전 세계의 치솟는 원유 가격을 완화할 방법을 모색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은 세계 최대의 산유국이지만 원유 생산을 늘리지 못해 천정부지로 치솟은 휘발유 값을 진정시키지 못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 석유기업과 다국적 석유회사 등은 지난 2년여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직원수를 대폭 줄였고, 채산성이 떨어지는 유전과 정유시설을 잇따라 폐쇄해왔다. 코로나로 인해 경제활동이 부진해지면서 원유가격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데다 펜데믹이 종료된다고 해도 전망이 밝지 않았기 때문이다. 장기적 관점에서 전기차 산업의 성장과 등 유가폭락 예측 등 부정적인 관측이 우세했다. 이 때문에 원유 증산을 위한 기업에 투자가 저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유가를 시급히 잡기 위해 국제사회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게 됐다.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반자로

아이러니하게도 세계 1위 원유수출국은 미국이 그간 인권침해 문제로 적대시해왔던 사우디이다. 그리고 이번 사우디 방문 일정에는 그간 인권침해 논란의 중심에 있었던 사우디의 실질적인 지도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의 회담도 포함됐다.

그간 입장에 반하는 이번 행보에 인권 옹호자들과 일부 민주당 동맹국들은 “인권 약속을 받지 않은 방문은 사우디 지도자들에게 도를 넘는 인권 침해에도 제재가 없다는 메시지를 전달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사우디는 대규모 체포‧처형‧폭력으로 반대자들을 억압해 비난을 받았다.

백악관은 이달 사우디가 OPEC+의 석유 생산량을 7월과 8월 하루 64만 8천 배럴 늘린 데 이어 예멘과의 7년간의 전쟁에서 유엔 주도의 휴전을 연장하는 데 동의하자 이번 순방을 발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사우디의 휴전 결정을 “용기있는 것”이라며 그간의 입장을 선회했다. 바이든 부통령은 15일(현지시간) 기자들과의 짧은 만남에서도 사우디 제다 방문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내가 중동에서 하고 있는 모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상원 민주당 2위인 딕 더빈 상원의원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유가를 조율하고 에너지 부문의 인플레이션을 낮출 새로운 공급원과 공급원을 찾는 방법을 찾는 힘든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번 방문과 관련해서는 “혼합된 감정을 갖고 있다”며 사우디의 인권상황과 관련해 “분노”라고 강조했다.

워싱턴에 주재한 사우디 대사관은 이번 방문과 관련해 ‘전략적 동반자’ 관계라고 평가했다. 대사관 측은 “역사적인 양국 관계와 양국 간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강화하기 위한 국왕의 초청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2위 원유수출국 러시아 제재도 풀리나

유가급등으로 미국은 러시아에 가했던 제재도 번복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러시아는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세계 2위 원유수출국이기 때문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은 고유가와 맞물린 인플레이션을 진정시키기 위해 러시아산 원유 거래를 무조건 막을 수는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러시아산 원유 거래를 막으면 공급량이 줄어 유가가 더 폭등하고, 어부지리로 러시아는 수출량 감소로 인한 손실을 상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미국 행정부는 거래를 중지시키는 대신 러시아산 원유 가격에 상한선을 둬서 원유 판매에 따른 수익을 줄이는 방안을 차선책으로 고려하고 있다.

월리 아데예모 미 재무부 부장관은 14일(현지시간) 미 상원 예결소위에 출석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원유 생산량과 수출량이 줄었지만 고유가가 이를 상쇄해주고 있다”면서 “미국은 유럽 및 아시아 동맹국들과 러시아산 원유 지불 가격에 상한을 둬 고유가로 인한 판매 수익을 제한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목표는 러시아가 앞으로 원유를 판매해 얻을 수 있는 수익을 줄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3월 8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당시 러시아산 원유와 천연가스 등 에너지 전면 수입 금지조치를 발표한 것과는 배치되는 결정이다. 미국과 함께 영국과 유럽연합(EU)도 뒤따라 러시아산 원유 수입 중단 계획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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