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취업자 93만 5천명 증가, 동월기준 22년만에 최대… 경제불황에서도 고용 양호한 배경은

[천지일보=김현진 기자] 5월 취업자 수가 1년 전보다 90만명 넘게 늘었다. 같은 달 기준으로 22년 만에 최대 증가폭이다.

15일 통계청이 발표한 ‘5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2848만 5천명으로 1년 전보다 93만 5천명이 늘었다.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일상 회복이 이뤄져 음식·숙박업 일자리가 늘었다. 다만 일자리 수 증가분의 상당폭이 여전히 고령층 직접 일자리에 집중됐다.

5월 기준으로 보면 2000년(103만 4천명) 이후 22년 만의 최대 증가다. 증가폭은 취업자 수가 100만명 넘게 증가했던 올해 1월(113만 5천명), 2월(103만 7천명)에 이어 3번째로 많은 증가폭으로 3월(83만 1천명)과 4월(86만 5천명)보다 늘어났다.

모든 연령대에서 취업자가 늘었으나 특히 60세 이상에서 가장 많은 45만 9천명이 증가했다. 전체 취업자 증가에서 약 절반인 49%가 60세 이상이다. 이어 50대(23만 9천명), 20대(18만 5천명), 40대(3만 6천명), 30대(6천명) 순으로 전 연령대에서 늘었다. 경제허리라 할 수 있는 3040에서는 4만명이 늘어나는 데 그쳤다.

업종별로는 보건·사회복지서비스업(17만 8천명), 공공행정(9만 9천명) 취업자가 늘었다. 정부가 세금을 투입한 직접 일자리 사업과 관련된 업종인데 오미크론 유행에 따라 늘어난 방역 인력도 여기에 포함된다. 지방선거 영향으로 협회 및 단체·수리 및 기타 개인서비스업 취업자도 4천명이 증가했다. 배달원을 포함한 운수·창고업(12만명), 농림어업(12만2천명)에서도 취업자가 증가했다.

대표적 대면 서비스 업종인 숙박·음식점업의은 3월(-2만명)과 4월(-2만 7천명)의 감소세에서 벗어나 3만 4천명이 늘었다. 일상 회복에 따라 대면 소비가 살아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도·소매업(-4만 5천명)과 금융·보험업(-3만 9천명) 취업자는 감소했다. 도·소매업은 무인점포와 키오스크 등의 확산으로 취업자가 줄어드는 추세로 인해 나타난 결과로 해석된다. 금융·보험업 역시 비대면 전환과 점포 축소 등으로 취업자가 줄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종사상 지위별로는 상용근로자가 90만명, 임시근로자가 7만 9천명이 늘었고 일용근로자는 9만 1천명이 줄었다.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6만 5천명 늘었고,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도 4만 5천명이 증가했다. 무급가족종사자는 6만 4천명 줄었다.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코로나19 여파 속에서 급격하게 감소했다가 2020년 수준으로 회복됐으나 2019년 수준까진 미치지 못했다.

특히 36시간 이상 취업자가 110만 2천명이 늘었고 36시간 미만 취업자는 13만 9천명이 줄었다. 일용직보다 상용직 취업자들이 많이 늘었다는 얘기다. 통계만 놓고 보면 경제불황 속에서도 고용은 비교적 호전한 것이다. 주당 평균 취업시간은 39.8시간으로 0.3시간 증가했다.

15세 이상 고용률은 63.0%로 작년 동월 대비 1.8%포인트 올라 동월 기준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실업자 수는 88만 9천명으로 1년 전보다 25만 9천명 감소했다.

실업률은 3.0%로 1.0%포인트 떨어지며 동월 기준으로 2013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비경제활동인구는 1587만 1천명으로 1년 만에 48만명이 줄었다. 쉬었음(-22만 1천명), 재학·수강 등(-14만 3천명), 육아(-10만 2천명), 가사(-8만 6천명) 등에서 비경제활동인구가 감소했고, 연로(22만 7천명)에서는 증가했다. 비경제활동인구 중에서도 60세 이상(-10만 9천명)이 가장 많이 줄었고, 50대(-5만 1천명)와 20대(-4만 5천명)에서도 상대적으로 큰폭으로 감소했다. 구직단념자는 42만 4천명으로 18만 8천명이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5월 고용시장이 비교적 좋았던 것으로 평가되는데, 이 같은 배경은 코로나 일상회복이 서비스업 전반에 훈풍을 불어넣은 가운데 지방선거 등 특이요인이 결합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또한 비경제활동 인구가 50만명 가까이 크게 감소했다는 점에서 경기 침체 속에서도 일자리를 갖기 위해 노력하려는 인구가 늘은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기획재정부 김승태 정책기획과장은 “올해 5월까지 고용은 작년 초의 기저, 코로나19 영향(방역인력 증가 및 일상회복), 직접 일자리 사업 조기집행 등 영향을 받아 양호한 흐름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도 “성장·물가 관련한 대내외 불확실성 등까지 고려할 경우 고용 증가세는 둔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현재 다들 경기가 좋지 않다고 하는데 통계만 보면 고용시장은 상당히 괜찮게 나왔다. 50대와 60대 이상을 합쳐 경제활동인구가 60만명이 늘어났는데 취업자수는 70만명이나 늘었고, 또 15세 이상 인구는 19만명 늘었는데 경제활동인구는 67만명이 늘었다는 점들이 독특하다”고 평가했다. 이어 신 교수는 “이는 그간 구직을 단념했던 사람들을 포함한 비경제활동 사람들이 다 경제활동을 하러 나온 것인데, 경기불황인 것을 감안할 때 일자리가 많아졌기 때문이라기 보단 경제사정이 당장 다급한 사람들이 일자리에 뛰어든 것으로 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