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도네츠크 지역 바흐무트 마을에서 한 주민이 러시아군의 야간 포격 흔적이 남은 파편 옆을 지나가고 있다. (출처: 뉴시스)
1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도네츠크 지역 바흐무트 마을에서 한 주민이 러시아군의 야간 포격 흔적이 남은 파편 옆을 지나가고 있다. (출처: 뉴시스)

장기전에 주판알 튕기는 EU

미국·영국, 러시아 약화 목표

佛·獨 신냉전 우려·푸틴 소통

우크라, 대량 군사원조 필요

[천지일보=이솜 기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가 아니면 그를 고립시켜야 하는가. 우크라이나 정부는 전쟁을 끝내기 위해 양보를 해야 하는가 이는 러시아를 더 대담하게 만들 것인가. 러시아에 강화한 제재가 주는 부수적인 피해를 감수할 만한 가치가 있는가.

러시아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 주변으로 빠르게 결집한 국제동맹을 시험하는 질문들이다. 전쟁이 속절없이 계속되자 우크라이나를 지원해온 서방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고 1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뉴욕타임스(NYT) 등이 외교관과 관계자들을 인용해 전했다.

서방 정부들이 치솟는 인플레이션과 에너지 비용으로 고군분투하고 있는 가운데 이탈리아와 헝가리를 포함한 몇몇 국가들은 빠른 정전을 요구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폴란드, 발트 해 국가들은 러시아를 신뢰할 수 없다며 휴전이 되면 영토 승리와 재결집, 그리고 더 많은 공격을 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獨 “전쟁 비현실적 목표 우려”

우크라이나의 한 고위 관리는 로이터통신에 “러시아는 이 전쟁에 지치게 될 것이며 우리는 협상 테이블에 둘러앉아 합의를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과 영국도 이번 전쟁이 우크라이나를 뛰어넘어 유럽과 서방의 문제이며 정전이 아닌 러시아의 굴복으로 마무리돼야 한다는 입장을 같이한다.

반면 독일과 프랑스는 출구전략을 염두에 둔 듯 애매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우크라이나의 승리를 지지한다고 밝혔지만 양국 정상은 지금껏 단 한 번도 이를 입 밖으로 낸 적이 없다. 러시아에 대해서도 푸틴 대통령을 패배시키겠다는 게 아닌 승리를 막겠다는 입장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문제는 우리가 냉전으로 돌아가느냐의 여부다. 이것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와 우리와의 차이점”이라고 설명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마찬가지로 러시아와 소통할 수 있는 통로를 열어놓아 더 강경한 나라들의 비난을 자극했다. 폴란드 대통령은 이런 소통을 두고 2차 세계대전 중 아돌프 히틀러와 통화한 것에 비유하기도 했다.

그러나 마크롱 대통령 측은 크렘린에서 쿠데타가 일어나지 않는 한 세계는 푸틴 대통령을 상대해야 하며, 이 전쟁이 가능한 빠르게 끝나야 하므로 소통을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독일 정부 소식통은 로이터통신에 러시아를 약화시키려는 미국의 목표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목표가 러시아에 대한 제재가 언제 해제될 수 있을지에 대한 문제를 복잡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또 독일 소식통들은 서방 일각에서 2014년 러시아가 병합한 크림반도 탈환 등 우크라이나 전쟁을 장기화할 수 있는 비현실적인 군사적 목표를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한다고 전했다.

[베를린=AP/뉴시스] 독일을 방문한 에마뉘엘 마크롱(왼쪽) 프랑스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베를린 브란덴부르크문 앞에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브란덴부르크문은 유럽의 날을 맞아 우크라이나 국기 색상의 조명이 비치고 있다.
[베를린=AP/뉴시스] 독일을 방문한 에마뉘엘 마크롱(왼쪽) 프랑스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베를린 브란덴부르크문 앞에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브란덴부르크문은 유럽의 날을 맞아 우크라이나 국기 색상의 조명이 비치고 있다.

◆우크라, 필요한 무기 공개적으로 밝혀

러시아가 여전히 포병 및 기갑 분야에서 우크라이나에 비해 상당한 우위를 점하고 있는 가운데 우크라이나는 필요한 무기의 양을 공개적으로 밝히면서 지원을 주저하는 서방 지도자들 비난에 나섰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보좌관은 이날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과 맞서려면 서방국들이 곡사포 1000대, 다연장로켓(MLRS) 300대, 탱크 500대, 장갑차 2000대, 드론 1000대가 지원돼야 한다고 밝혔다.

서방의 무기 수송량이 상당히 증가하지 않는 한 현재 진격 속도라면 러시아군이 8~9월에는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 전체를 점령할 것이라고 우크라이나 관리들은 추산하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가 2월 24일 침공이 시작된 이후 점령한 모든 영토에서 철수할 때까지 전쟁은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부 서방 군사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가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는 충분한 무장을 갖추고 있다면 이 목표는 현실적이라고 말한다.

벤 호지스 전 유럽 주둔 미군 사령관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올해 말까지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을 2월 23일로 후퇴시킬 것으로 믿는다”며 “우크라이나가 필요한 탄약뿐만 아니라 서방의 장사정포와 로켓 시스템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전쟁은 잠재적으로 몇 년 동안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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