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세츠크=AP/뉴시스] 20일(현지시간) 러시아 북서부 플레세츠크 우주기지에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RS-28 사르마트가 시험 발사되고 있다. 미국은 러시아의 신형 ICBM 미사일 시험 발사와 관련해 사전에 통보받았기 때문에 위협이 된다고 평가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2022.04.21.
[플레세츠크=AP/뉴시스] 20일(현지시간) 러시아 북서부 플레세츠크 우주기지에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RS-28 사르마트가 시험 발사되고 있다. 미국은 러시아의 신형 ICBM 미사일 시험 발사와 관련해 사전에 통보받았기 때문에 위협이 된다고 평가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2022.04.21.

스톡홀름국제평화硏 발표

안보리 군축 합의 유명무실

“냉전 이후 핵 위기 최고”

 

세계 핵무기 보유 9개국

핵탄두 1만 2705기 보유

北 20개 핵탄두 보유 추정

[천지일보=이솜 기자] 지난 1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중국, 프랑스, 러시아, 영국, 미국) 곧 세계 5대 핵보유국들은 이례적으로 단합된 성명을 통해 ‘핵무기 없는 세계’를 위해 협력할 것을 약속했다. 모두의 의심대로 강대국들은 합의문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물밑에서 다시 핵무기를 꺼내 들었다.

미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중국,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 북한이 핵무기 현대화를 지속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세계 핵무기 비축량이 향후 10년간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냉전 체제 이후 줄어들었던 전 세계 핵무기 숫자가 앞으로 다시 증가한다는 것이다.

스웨덴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는 12일(현지시간) 발간한 ‘군비와 군축 및 국제 안보에 관한 2022 연감’을 통해 “냉전 종식 이후 전 세계 핵무기 감축이 끝났다는 분명한 징후가 있다”며 이같이 발표했다.

이번 보고서는 중국과 북한이 핵 능력을 확장하면서 서방이 견제하는 가운데 나왔다. 북한의 7차 핵실험이 임박한 것으로 보고 있으며 웨이펑허 중국 국방부장은 지난 주말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 안보회의에서 “중국이 새로운 핵무기 개발에 ‘인상적인 진전’을 이뤘다”고 밝혔다.

다만 핵무기의 실질적인 확장은 중국과 북한만의 일은 아니다. 보고서는 “모든 핵무장국들은 그들의 핵무기를 늘리거나 향상시키고 있으며 군사전략에서 핵무기가 수행하는 역할을 강화하고 있다”며 “이는 매우 우려되는 추세”라고 평가했다.

(출처: 연합뉴스)
(출처: 연합뉴스)

◆러·美, 세계 탄두 90% 이상 보유

보고서 추정치에 따르면 러시아는 세계 최대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으며 미국보다 550여기가 많은 총 5977기의 탄두를 소유했다. 이어 중국이 350기, 프랑스는 290기, 영국은 225기를 보유 중이다.

러시아와 미국은 세계 탄두의 90%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다른 7개 핵보유국은 새로운 무기 체계를 개발하거나 배치하고 있거나, 그렇게 할 의사를 발표했다. 미국과 러시아 핵무기 비축량이 2021년에 모두 감소했지만 이는 수년 전 탄두 해체 때문이며 보고서는 장기적으로 볼 때 두 나라 모두 비축량을 늘리고 더 강력한 무기를 개발할 것으로 내다봤다.

연구소는 올해 처음으로 보고서에 북한의 수치를 포함했다. 북한은 지난해 핵실험이나 장거리 미사일 시험 발사를 하지 않았지만 현재 20기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으며 45∼55기를 제조할 수 있는 충분한 핵분열성 물질(우라늄-235 또는 플루토늄-239)을 보유 중인 것으로 분석됐다. 또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운반할 수 있는 작전용 핵탄두를 생산했다는 공개적인 증거는 없지만 중거리탄도미사일용 탄두를 소량 보유하고 있을 수 있다고 보고서는 예측했다.

한편 보고서는 인도와 파키스탄이 핵무기 확장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공개적으로 핵무기 보유를 인정하지 않는 이스라엘이 핵무기 현대화를 시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도와 파키스탄의 핵무기 비축량 추정치는 각각 160기, 165기였으며 이스라엘은 90기다.

영국은 2021년 수십년간 지속된 점진적 군축 정책을 뒤집고 총 탄두 비축량 상한선을 늘리겠다는 결정을 발표했으며 프랑스도 작년 초 공식적으로 3세대 핵탄도미사일 잠수함(SSBN)을 개발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우크라 전쟁에 긴장 고조

많은 나라들, 심지어 핵무기가 없는 나라들도 계산을 재고하고 있다. 일본, 미국, 한국은 최근 공동 핵 억제 전략을 강화하겠다고 공언했다.

여러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핵 억지력을 강화했다고 지적한다. 우크라이나는 핵무기를 자발적으로 포기한 몇 안 되는 나라 중 하나다. 결과적으로 세계의 시선에서는 소련이 붕괴된 후 우크라이나는 많은 무기를 러시아로 보냈고 현재 러시아에 의해 침략당하는 모양새다.

싱가포르대학교 지역 안보 전문가 이안 정은 이날 CNN방송에 “위협을 받고 있다고 느끼는 국가들은 우크라이나를 보고 핵무기를 없애는 것이 갈 길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다”며 “이는 핵 자유 협정을 향해 나아가려는 동기를 감소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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