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 인민공화국 정부 관할 구역에서 한 여성이 포격당해 불타는 집으로부터 도망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지난 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 인민공화국 정부 관할 구역에서 한 여성이 포격당해 불타는 집으로부터 도망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세베로도네츠크, 러 거의 통제

“러, 구형 살상 무기까지 사용”

러군, 화염방사기 소이탄 동원

“우크라군도 마지막 무기 써”

젤렌스키 “반드시 승리할 것”

[천지일보=이솜 기자]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루한스크와 도네츠크주) 지역의 세베로도네츠크에서 11일(현지시간) 격렬한 시가전이 계속됐다.

세르히 하이다이 루한스크 주지사는 이날 국영TV에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라며 “전투는 계속되지만 불행히도 도시 대부분은 러시아의 통제 하에 있다”고 밝혔다. 또 “전투가 제일 격렬한 곳은 세베로도네츠크, 포파스나, 세베르스키 도네츠강 일대”라며 “러시아군은 매우 파괴적인 로켓포를 사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러, 60년대 대항공모함 미사일 사용

우크라이나와 영국 관리들은 이날 러시아군이 동부를 점령하는 과정에서 대규모 사상자를 낼 수 있는 구형 무기에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군은 탄약이 떨어져가고 있으며 AP통신은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양측 모두가 전쟁 자원이 고갈돼 가고 있는 증거라고 분석했다.

영국 국방부에 따르면 러시아 폭격기가 1960년대 사용하던 대함미사일을 우크라이나에서 발사했다. 이 Kh-22 미사일은 주로 핵탄두를 사용하여 항공모함을 파괴하도록 설계된 것으로 재래식 탄두와 함께 지상 공격에 사용될 경우 목표물을 저격하는 데 매우 부정확해 심각한 부수적 피해와 사상자를 초래할 수 있다고 국방부는 우려했다.

또 국방부는 러시아가 6.1톤짜리 대함미사일을 사용할 가능성이 높은데 이는 더 정밀한 현대 미사일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러시아군의 무차별 공격으로 우크라이나 민간인들이 피해를 입었다는 주장은 계속되고 있다. 이날도 러시아군이 돈바스 지역에 소이탄을 투하한 정황이 또 포착됐다.

하이다이 주지사는 루한스크주 브루비우카에 러시아군이 소이탄을 퍼부었다고 비난했다. 알루미늄과 산화철 혼합물인 테르밋이 충전된 테르밋 소이탄은 연소 시 온도가 2000~2500℃에 달해 여기에 붙은 불을 끄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전쟁터에서 소이탄을 사용하는 것은 합법이지만 하이다이 주지사는 밤새 브루비우카에서 발생한 공격으로 민간인 시설과 알려지지 않은 수의 희생자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포크로우스크=AP/뉴시스] 1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리시찬스크에서 대피한 한 할머니가 포크로우스크 기차역에서 우크라이나 서부로 향하는 대피 열차를 타고 출발 전 눈물을 흘리고 있다.
[포크로우스크=AP/뉴시스] 1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리시찬스크에서 대피한 한 할머니가 포크로우스크 기차역에서 우크라이나 서부로 향하는 대피 열차를 타고 출발 전 눈물을 흘리고 있다.

◆경제위기에 서방 관심 내부로

전쟁의 장기화가 명확한 가운데 하루에 군인 100~200명을 잃고 있는 우크라이나 역시 더 많은 무기와 탄약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다. 전쟁연구소는 우크라이나군도 소련 시대의 무기와 군수품 중 마지막 재고품을 사용하고 있어 서방의 일관된 지원이 필요하다고 봤다.

그러나 미국과 영국이 지난 40년 동안 볼 수 없었던 인플레이션 수준, 금융 시장의 폭락, 금리 상승, 식량 부족에 직면하면서 전쟁 초기와 같은 관심이 유지될 수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현재 미국의 인플레이션과 불황은 최초의 오일쇼크가 세계 경제를 황폐화시켰던 1970년대를 연상시킨다. 미국의 중간선거가 불과 몇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민주당은 더 악화한 경제가 지배하는 선거철을 감당할 수 없다.

외교를 통한 종전 희망도 보이지 않는다. 러시아는 영토 타협을 할 준비가 됐다는 기미가 보이지 않으며 동시에 우크라이나의 저항은 여전히 어떠한 공식적인 영토 양도도 강력하게 거부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심지어 ‘승리’라는 말이 양측에게 어떤 의미인지조차 불분명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영상 연설에서 우크라이나군이 헤르손의 서쪽 지역을 해방시켰으며 자포리자에서 약간의 성공을 거뒀다고 주장했다. 그는 “러시아가 시작한 이번 전쟁에서 우리는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며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이 세계의 미래 규칙이 결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는 오는 6월 말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앞서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방문하기로 했다고 현지 매체가 보도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우크라이나의 EU 가입 요청에 대한 EU 집행부 의견이 다음주 내 준비될 것이라고 밝혔다. 27개 EU 정부 모두 우크라이나의 후보 지위에 동의해야 하며 이후 가입하기 전에 우크라이나에 필요한 개혁에 대한 광범위한 논의가 있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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