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 콜로라도주 리틀턴의 셸 주유소에서 다양한 등급의 휘발유 가격이 표시돼 있다. (출처: 뉴시스)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 콜로라도주 리틀턴의 셸 주유소에서 다양한 등급의 휘발유 가격이 표시돼 있다.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이솜 기자] 미국 미시시피주 잭슨에서 자녀 4명을 둔 셰네타 제임스는 기름값 부담에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약 1126㎞ 떨어진 곳에 사는 큰딸을 지난 크리스마스 이후 보지 못했다.

40년 만의 최악의 인플레이션에 시달리는 미국의 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휘발유 가격은 처음으로 1갤런(3.78ℓ)당 5달러(약 6400원)을 넘어섰다. 식탁 물가도 더 오를 전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1일(현지시간) 크래프트하인즈와 맥도날드를 포함한 미국의 최대 식료품 공급업체들과 레스토랑들이 비용 상승 때문에 가격을 계속 올릴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크래프트하인즈는 지난 6일 소매업체 고객들에게 파스타 소스부터 커피 제품, 및 일부 고기까지 8월에 가격을 인상하겠다고 통보했다.

맥도날드도 지난 9일 투자자 컨퍼런스에서 소비자들에게 너무 과하지 않은 선에서 가격 인상을 연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언 보든 맥도날드 국제영업 대표는 “우리는 더 적은 수준에서 더 자주 인상하는 접근 방식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뿐 아니라 캠벨 수프, 대형 제과업체 몬델리즈, 미국 최대 육류 가공업체인 타이슨푸드, 미 닭고기 생산량 3위 샌더슨팜스, 스팸 제조사인 호멜푸드 등도 이미 가격을 올렸거나 곧 올릴 예정이다.

여기에는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해 조류 4000만 마리가 폐사하면서 달걀과 칠면조 제품 가격도 최근 몇 달 새 오른 영향도 있다.

농부들과 공장, 식료품점과 식당에 이르기까지 많은 경영자들은 노동력, 포장, 재료 그리고 운송에 대한 엄청난 비용 증가를 경험하고 있다고 호소한다. 연료 가격의 상승은 음식 생산과 판매비용을 더 비싸게 만들고 있다.

노동부는 5월 식료품 가격이 지난해 1년간 11.9% 올랐고 이 기간 집 밖의 식당 등 음식점의 가격도 7.4% 올랐다고 지난 10일 밝혔다. 둘 다 40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식료품 저장고, 식용유, 육류용 가축 사료 등의 가격이 올랐다고 WSJ는 분석했다. 남미, 호주, 인도를 포함한 다른 대형 작물 생산국들에 영향을 미치는 악천후도 세계적인 위기를 부채질하고 있다.

한편 미국 전역의 휘발유 평균 가격도 사상처음으로 이날 5달러를 돌파했다. 미 운전자협회(AAA)에 따르면 이날 미 휘발유 평균 가격은 1갤런(약 3.78ℓ)당 5.004달러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이후 경제 재개에 따른 석유 수요 증가로 이미 공급이 부족했던 상황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금융업자들이 러시아 석유 공급을 기피하면서 더 악화됐고, 완화될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연료 가격은 1년 전보다 34.6% 급등했다.

전문가들은 고유가가 지속될 수 있다고 말한다. 지난 달 JP모건의 보고서는 휘발유 소매가격이 8월까지 갤런당 6.2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밝혔다. 유가정보제공업체 OPIS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의 휘발유 평균 가격은 지난 10일 평균 6.43달러였다.

그러나 아직 현재의 가격이 소비자들의 행동에 큰 영향은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AAA의 대변인 앤드류 그로스는 “이러한 높은 가격에도 운전자들은 휘발유를 채울 수밖에 없다”며 “당분간 휘발유 가격 급등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유소 정보업체 가스버디의 패트릭 드한 분석가는 “소비자 회복력은 상대적으로 강하게 유지되고 있다”며 “기름값이 5.40달러에서 5.50달러 사이가 되면 사람들이 운전 습관을 더 크게 바꿀 것”이라고 예측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