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9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이사회의 통화정책회의 결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9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이사회의 통화정책회의 결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라가르드 ECB 총재 “한 걸음이 아닌 여행”

전문가 “ECB, 마침내 인플레 위험에 진지”

유로존 통합중앙은행인 유럽중앙은행(ECB)는 9일(현지시간) 통화 정책회의를 열고 7월 이사회에서 11년 만에 기준금리를 처음으로 올리고 이어 9월에 추가 인상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 CNBC 등에 따르면 ECB는 이날 인플레이션이 ‘중대한 도전’이 됐으며 이를 일으키는 동력이 “더 넓어지고 더 강해지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이같이 결정했다.

이사회는 기준금리 중 우선 일반은행이 ECB에 자금을 예치할 때 주는 이자인 예치체제금리(데포 금리)에 초점을 맞춰 7월에 0.25%포인트 올릴 것이라고 확실하게 밝혔다.

현재 마이너스 0.50%를 마이너스 0.25%로 만들어 일반은행이 일반 대출을 하지 않고 ECB에 예치하면 물리던 벌금성 역이자를 줄여준다는 것이다.

9월에는 추가 인상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말에는 이 데포 금리가 제로 수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반은행이 ECB로부터 돈을 1주일 단위로 돈을 빌릴 때 무는 이자인 레피 금리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레피금리는 현재 0%이다.

7월에 ECB가 금리를 올리면 이는 2011년의 레피 금리 인상 후 11년 만의 첫 금리 인상이 된다. 만약 연속 인상으로 데포 금리가 연말에 제로가 되면 이 금리는 2014년 후 잠겨있던 마이너스권에서 8년 만에 벗어나게 되는 것이다.

ECB 25인 이사회는 이어 내달부터 통화 팽창의 경기부양 프로그램인 채권 매입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유로존 중앙은행은 그간 금융위기 그리고 코로나19 충격에서 유로존 경제를 부양하기 위해 각국 국채 및 기업 채권을 대량 매입해왔다. 현재 이 매입채권 자산 규모가 8조 6000억 유로(9900조원)에 육박한다.

유로존 19개 국의 5월 인플레는 8.1%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2%가 ECB의 인플레이션 목표치다.

ECB는 유로존의 올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3.7%에서 2.8%로 낮췄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7월 금리 인상에 대해 “따라잡기 위한 문제가 아니다. 인플레이션을 목표 수준으로 낮추기 위해 우리가 가지고 있는 모든 도구를 사용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단지 한 걸음이 아닌 여행”이라고 밝혔다.

그는 유로존 내 채권금리가 다른 데 대해 ‘균열’을 용납하지 않겠다고도 했다.

WSJ는 이를 ECB가 필요할 경우 이탈리아와 같은 취약한 유로존 정부의 부채를 사들일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을 시사한 암호라고 분석했다.

독일 투자은행 베렌버그 은행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홀거 슈미딩은 “ECB가 마침내 인플레이션 위험을 다루는 데 진지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유로존 임금 인상, 관광 등 분야의 급속한 회복이 물가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유럽의 인플레이션 문제가 “미국보다 크고 분명히 더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수요 과열 등 보다 더욱 넓은 분야에서 광범위하게 확산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이사를 역임한 랜달 크로즈너 시카고대학교 교수는 CNBC에 이번 ECB의 금리 인상 결정이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연준은 지난 3월과 5월 금리 인상을 단행했으며, 앞으로도 공격적인 인상을 예고했다. 영국의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BOE)도 작년 12월부터 4차례 연속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크로즈너 교수는 “인플레이션이 매우 높으며 (ECB 정책 입안자들이) 움직이지 않으면 고착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그리고 그들은 공격적으로 움직이며 더 멀리 갈 것을 분명히 했다”고 풀이했다.

그는 유럽이 우크라이나 전쟁과 근접해 있으며 러시아와의 상호 의존도를 고려했을 때 ECB 이사회가 처한 어려운 입장에 공감한다면서도, 위험이 있다면서 금리 인상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서울=뉴시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