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이우=AP/뉴시스] 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 외곽의 사격장에서 민병대원들이 훈련받고 있다.
[키이우=AP/뉴시스] 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 외곽의 사격장에서 민병대원들이 훈련받고 있다.

세베로도네츠크 격전 계속

우크라 “끝까지 버틸 것” 의지

UN 전쟁 영향 보고서 발표

“전쟁 세계 생계비 위기 초래”

식품 가격 최고치·비료 두배 ↑

[천지일보=이솜 기자]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지 3개월 반이 지났다. 한때 우크라이나 전역에서 벌어진 전투는 몇 주간 동부의 공업 도시인 세베로도네츠크에 집중됐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현재 러시아군과의 세베로도네츠크 격전이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전쟁의 결과를 결정할 수 있다고 8일(현지시간) 밝혔다. 그는 “많은 면에서 돈바스의 운명이 그곳에서 결정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세르히 하이다이 우크라이나 루한스크주 주지사는 러시아가 현재 루한스크의 98% 이상을 통제하고 있다며 이곳에서 발이 묶인 시민들을 구조하는 것은 더 이상 불가능하다 밝혔다.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도네츠크와 루한스크 주를 아우르는 지역)의 3분의 1은 지난 2월 러시아의 침공 전 분리주의자들로 이미 점령됐다.

세베로도네츠크에 주둔하고 있는 우크라이나군은 이날 외곽으로 철수했지만 가능한 한 오랫동안 이곳에서 전투를 벌이겠다고 다짐했다. 전쟁 전 인구 약 20만명이 있던 세베로도네츠크와 이웃한 리시칸스크에는 민간인이 약 1만 5000명 남아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우크라이나 국방부가 시내 일부 지역에서 러시아군이 10배 이상 많은 군사 장비를 보유했다고 추정할 정도로 러시아는 이 도시에 대한 맹폭을 강화하고 있다.

영국 국방부는 이날 업데이트에서 “러시아가 세 방향에서 세베로도네츠크를 공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24시간 동안 어느 한쪽이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을 가능성은 낮다”며 “우크라이나군이 버티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확한 추정치를 얻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양측 모두 많은 사상자를 내고 있다. 우크라이나 관리들은 하루 100명, 심지어 150명이 전사하고 있다고 밝혔으며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밤 “러시아는 하루에 300명 가까운 인명 피해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가 점령된 도시인 헤르손에 반격을 시도하면서 미콜라이우 주변에서도 전투가 계속됐다. 우크라이나 동남부 자포리자주(州) 러시아 점령지에 설치된 러 행정기구는 연내 러 편입 의사를 묻는 주민투표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러시아는 헤르손에서도 주민들에게 여권 발급 준비를 하는 등 점령지 편입을 시도하고 있다.

[하르키우=AP/뉴시스] 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에서 '마지막 수업 종'이라는 이름의 졸업식이 열릴 예정이던 한 학교 도서관이 포격으로 파손돼 있다.
[하르키우=AP/뉴시스] 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에서 '마지막 수업 종'이라는 이름의 졸업식이 열릴 예정이던 한 학교 도서관이 포격으로 파손돼 있다.

◆“전쟁이 세계 악순환 만들어”

이번 전쟁이 세계의 식량과 에너지 가격을 높이고 금융위기를 악화시켜 수백만명의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이날 유엔보고서는 발표했다.

식량, 에너지, 금융관련 글로벌 위기 대응 팀은 이번 전쟁이 “적어도 한 세대 동안 볼 수 없었던 세계적인 생계비 위기를 악화시켰다”며 “2030년까지 전 세계의 극심한 빈곤을 종식시키고 더 나은 세상을 위한 16가지 다른 목표를 달성하려는 유엔의 포부를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러시아 침공의 영향을 평가하기 위해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임명했다. 보고서는 또 오늘날 근로자의 60%가 대유행 이전보다 실질 소득이 낮고 최빈국 60%가 부채에 시달리고 있거나 높은 위험에 처해 있다고 전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전쟁이 식량 안보, 에너지, 금융에 미치는 영향은 체계적이고 심각하며 속도가 빠르다”며 이 전쟁이 다른 위기와 함께 “사회적, 경제적 혼란을 남기고 전례 없는 기아와 궁핍의 물결을 촉발시킬 위협”이라고 평가했다.

전쟁 이후 식품 가격은 사상 최고치에 올랐고 비료 가격은 두배로 올랐다고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정보를 제공한 53개국 중 41개국에서 약 1억 8000만명이 식량위기 또는 더 나쁜 상황에 직면할 것으로 예측되며, 2023년에는 1900만명이 추가로 ‘만성적인 영양실조’에 시달릴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보고서는 기록적인 에너지 가격이 세계 모든 지역, 특히 아프리카에서 연료 부족과 정전을 촉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식량 등 생계비 폭등으로 인한 세계적 악순환은 결국 각국의 사회적 정치적 불안정 요인이 될 것이라며 악순환을 막기 위해서는 현재의 식량 및 에너지 가격 폭등의 충격을 줄이고 각국 정부와 국민이 대항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 줘야 한다고 보고서는 제안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