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매거진] 전국탐방 ‘안성 미리내성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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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마루」문화재 숲

순교자의 길을 따라가다 ‘안성’

시월. 정초부터 정신없이 달려왔더라도 아침저녁으로 가을바람을 맞으면 알 수 없는 허무함과 공허감을 비롯해 수만 가지 생각이 드는 달이다. 그간 뜨겁게 달궈왔던 정열이 갑자기 낯설어진 당신. 초심을 잃지 않고 뜻을 이루기 위해 열정을 바친 이들의 삶을 되새겨보는 것은 어떠할까.

“교우들 보아라. 우리 벗아, 생각하고 생각할지어다… (중략)… 부디 서로 우애를 잊지 말고 돕고, 아울러 주이 우리를 불쌍히 여기사 환난을 앗기까지 기다리라. 혹 무슨 일이 있을지라도, 부디 삼가고 극진히 조심하여 위주광영하고 조심을 배로 더하고 더하여라… (중략)… 우리는 미구에 전장(戰場)에 나아갈 터이니 부디 착실히 닦아, 천국에 가 만나자.”

김대건 신부의 마지막 편지(고어체 한글 사본), 절두산 순교 박물관 소장

은하수 별빛같이 수많은 교우가 거했던 ‘미리내성지’

안성 미리내성지의 전경을 묘사하기 전에 이곳에 대한 짤막한 상식을 알아보자. 140여 년 전만 하더라도 이곳은 산이 높고 골이 깊었다. 신유박해(1801)와 기해박해(1839)를 비롯한 모진 탄압 속에서 천주교 신자들은 신앙을 지키기 위해 이곳으로 모여들어 공동체인 교우촌을 형성해 밭을 일구고 그릇을 구워 팔며 살았다. 깊은 밤중에 그들이 피운 불빛을 저 멀리서 바라보면 은하수처럼 보였다 해서 미리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미리내’는 은하수를 뜻하는 순 우리말이다.

성지에는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와 어머니 고(高) 우르술라, 김대건 신부에게 사제품을 준 조선교구 제3대 교구장 페레올 주교, 김 신부의 시신을 이곳에 안장했던 이민식 빈첸시오의 묘가 나란히 있다.

성지 입구에서 왼편으로 아늑한 숲길을 따라 걸으면 웅장한 피라미드형 건물이 제 모습을 드러낸다. 건물 입구에는 ‘한국순교자 백삼위(103위) 시성 기념성전’이라고 적혀 있다. 이곳은 성당과 종탑의 2개의 부분으로 구성돼 있다. 성당은 지하 1층~지상 2층, 연면적이 3450㎡에 이르는 거대한 규모다. 뾰족한 피라미드형이기 때문일까. 그간 성지와 성당에서 느낄 수 있는 포근함보다 딱딱하고 매서운 느낌이 강하다. 순례자 및 방문객은 시선을 자연스레 위쪽으로 집중한다.

냉정하게 보이기까지 하는 외관과 달리 내부는 전형적인 서구식 성당의 모습이다. 서울 명동성당을 다녀온 이라면 이곳이 낯설게 느껴지지 않을 터다. 이곳을 건립할 때 서울 명동성당을 모델로 건립했기 때문이다. 성당 내 제대에는 김대건 신부의 종아리뼈가 모셔져 있다. 그 위엔 김대건 신부를 비롯, 한국 천주교 103위 성인의 모습이 스테인드글라스로 정교하게 표현됐다.

성당에서 나와 2층 계단으로 올라가면 조선시대 천주교인의 순교장면과 형구(형벌을 가하거나 고문할 때 쓰는 기구)를 모형으로 볼 수 있다. 모형은 불과 140여 년 전 한반도에서 일어난 일이라고는 믿기 힘든 장면을 재현하고 있다. 특히 ‘성(聖) 유대철 베드로의 수형’에서 “13세의 어린 나이에 신앙을 증거하기 위해 총 14차례의 형벌과 백여 대의 매, 40도의 치도곤(곤장)을 당했다. 이러한 모진 고문과 위협에도 불구하고 배교를 하지 않자 기해년 10월 31일 형리의 손에 의해 교사(목을 맴)당했다”라는 설명은 당대 신앙생활을 짐작게 한다.

종교의 자유가 헌법으로 제정돼 있는 오늘날과 달리 숨어서 신앙을 할 수밖에 없었던 당시를 떠올려 보자. 로마가 그리스도교 박해를 일삼던 시절 지하 동굴 카타콤에서 생활하고 복음을 증거 하는 그리스도교인이 저절로 떠오르지 않는가.

순교자들에 대한 안타까움을 잠시 뒤로하고 기념성전을 나와 위쪽으로 오르면 빨간 지붕에 하얀색 벽이 조화를 이룬 아담한 건물이 나온다. 바로 경배와 기도를 드리는 작은 성당인 ‘한국순교자 79위 시복 기념경당’이다. 1928년 김대건 신부의 순교 정신을 기리기 위해 건립된 이곳은 그의 발뼈가 안치돼 있을 뿐만 아니라 묘소가 바로 앞에 있다.

(영상취재|편집: 손성환 기자 / 글·사진: 김지윤 기자 / 사진: 최성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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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지일보(뉴스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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