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7월 6일 싱가포르에서 한 노동자가 뎅기열을 퇴치하기 위해 살충제를 뿌리고 있다. (출처: 뉴시스)
작년 7월 6일 싱가포르에서 한 노동자가 뎅기열을 퇴치하기 위해 살충제를 뿌리고 있다.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이솜 기자] 싱가포르 정부는 올해 초 이례적으로 찾아온 계절병인 뎅기열과 씨름하고 있으며 ‘비상사태’에 직면했다고 밝혔다.

7일(현지시간) CNN방송에 따르면 싱가포르에서는 올해 5월 28일까지 댕기열 환자가 이미 1만 1670명이 보고됐다. 이는 작년 환자 수인 5258명을 훨씬 넘어섰다. 심지어 이는 뎅기열 환자가 본격적으로 발생하는 6월 1일 이전의 수다.

전문가들은 열대성 기후가 이 바이러스를 옮기는 모기의 자연 번식지인 싱가포르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있어서도 이 수치는 우려스럽다고 경고했다. 이는 지구 기후의 변화가 이런 뎅기열 발발이 더 흔해지고 널리 퍼지는 쪽으로 갈 것임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뎅기열은 고열, 심한 두통, 그리고 몸살과 같은 독감 같은 증상을 유발한다. 극단적인 경우 출혈, 호흡곤란, 장기부전, 심지어 사망까지 이를 수 있다.

데스몬드 탄 싱가포르 내무장관은 “뎅기열 발병률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이제 우리가 대처해야 하는 긴급한 비상 단계”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싱가포르에서의 발병은 최근의 극단적인 날씨로 인해 악화됐다며 다른 나라에서도 장기간 더운 날씨와 천둥, 소나기 등이 발생하면서 무언가 발생할 전조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1월 전 세계 뎅기열 보고서에서 “이 질병은 현재 100개국 이상에서 유행하고 있다”며 “지난 50년간 발병률이 30배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WHO에 따르면 2019년에 전 세계에서 520만건의 뎅기열 감염 사례가 기록됐고 그 해 아시아 전역에서 발생한 뎅기열로 인해 수천명이 사망했다.

필리핀에서는 뎅기열로 수백명이 사망하고 수만명이 위험에 처했다. 방글라데시에서는 뎅기열 환자들로 병원이 압도당했다.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뎅기열 환자가 나왔다.

싱가포르 보건부는 현재 뎅기열 환자의 약 10%가 입원을 필요로 한다며 “최근 뎅기열 입원이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건부는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했으나 이제 뎅기열 환자들이 본격 발생하는 시기가 시작되면서 의학 전문가들과 의사들은 올해 환자 수 기록을 세울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싱가포르 시내에서 클리닉을 운영하는 클라렌스 여 제 킨은 CNN에 “뎅기열은 풍토병일 수 있지만 여전히 치료해야 할 간단한 질병은 아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뎅기열의 급증이 최근의 기후변화와 관련이 있다고 봤다.

싱가포르 듀크-NUS 의과대학의 선임 연구원이자 신흥 감염병 전문가인 루클란티드 알위스는 “싱가포르의 뎅기열 급증은 최근 따뜻하고 습한 날씨와 같은 여러 요인들과 새로운 지배적인 바이러스 변이의 결과”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기후변화가 상황을 더 악화시킬 것으로 전망했다.

싱가포르 기상국청은 자국이 세계의 다른 나라들보다 두 배나 더 빨리 더워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기상학자들은 탄소 배출량이 계속 증가하면 2100년까지 하루 최고 기온이 섭씨 37도에 이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무더운 습도 속에 5월 기온은 섭씨 36.7도로 최근 최고치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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