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송범석 기자] 비움과 낮춤. ‘노자’를 읽을 때 필연적으로 감지되는 중심 정서다. ‘텅 빔’은 말할 수도 없고 보이지도 않지만 자기 자신 안에 모든 것을 갖추고 있다. 천지 사이가 텅 비어 있으므로 온갖 사물들이 생겨날 수 있고 쇠를 달구는 풀무가 비어 있으므로 해서 바람은 끝없이 흘러나온다. 한편 물은 만물에 이로움을 주지만 그것을 내세우거나 뽐내지 않는다. 이 생명의 원천은 낮은 곳을 향해 흐르고 흘러 남들이 기피하고 싫어하는 낮은 곳을 찾아든다.

이처럼 자연의 이치를 찬찬히 뜯어보면 절로 자신을 비우고 낮추게 된다. 이것이 책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다.

저자는 ‘비움’을 말하면서 지식 쌓기에 골몰하는 세상을 비웃는다.

“세상의 학문은 매일 매일 지식을 좀 더 쌓아가는 것을 목적으로 삼는다. 그러나 그런 지식들은 대개 사물을 대상화하는 지식에 불과하다. 너와 나를 가르고, 좋고 싫음을 구분하며, 아름다움과 추함을 분별한다. 갓난아이 때 지녔던 우리의 그 순수하고 맑았던 영혼은 교육의 세례를 받으면서 점차 오염되고 혼탁해져 가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이 지점에서 ‘무위’의 경지에 대해 설명한다.

무위의 경지에 이른 사람은 굳이 무엇을 ‘꼭’ ‘반드시’ 이루고야 말겠다는 결연한 의지와 욕심이 없다. 바라는 게 없으니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볼 때, 절망이나 애통함이 없는 것은 물론이다. 바람이 불면 바람이 부는 대로 비가 오면 비가 오는 대로, 세월의 흐름에 자신을 온전히 내맡길 뿐이다.

이러한 덜어냄의 이치를 통해, 노자는 세상을 얻고자 하는 사람에게 충고한다. 그의 조언은 오늘날 정치인들의 심장과 양심을 꿰뚫는다.

“‘내 임기 중에는 반드시 이러이러한 일을 해내야겠다’ ‘나는 후세에 길이 기억되는 위대한 대통령이 되겠다’는 식의 아집에 매이지 말라는 것이다. 물론 위정자로서 또는 대통령으로서 역사에 길이 남는 공적을 남기는 것은 칭찬할 만한 일이다. 문제는 그런 강박관념에 지나치게 사로잡히다 보면 그런 생각 때문에 오히려 국가를 망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처럼 책은 노자의 글 중 ‘비움’과 ‘낮춤’의 주제와 관련된 구절들을 모아 엮었다. 아홉 개의 소주제로 나누어 각 단락의 의미를 현대적 감각으로 풀고 설명했다.

이석명 지음 / 천지인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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