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니네 텃밭’ 윤정원 사무장 ⓒ천지일보(뉴스천지)
‘언니네 텃밭’ 윤정원 사무장 인터뷰
제초제 없이 친환경 농사로 매주 제철음식 제공

[천지일보=이솜 수습기자] “결정한 일은 100% 지키는 게 바로 ‘언니들’이죠”

농사 좀 짓는다는 언니들이 왔다. 제초제 사용 없는 친환경 농사로 주마다 제철음식을 제공한다. 제철 꾸러미 내용물은 비밀이며 받는 이들은 ‘지원비’를 낸다. 꾸러미 중 모르는 음식이 나와도 걱정할 필요 없다. 친절한 언니들이 레시피까지 알려주기 때문이다.

이 언니들 중 한 명인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식량 주권 사업단 ‘언니네 텃밭’ 윤정원 사무장을 만났다.

윤 사무장은 전남 장흥, 순천에서 각각 20년쯤 살다가 2009년 서울로 이사 왔다. 전남에 있을 때 농사짓는 부모님의 모습을 보며 자랐고 어른이 돼서는 그도 농사를 지었다. 대학 시절 ‘왜 사람들은 농사와 농민의 중요성을 모를까’란 생각에 농민 운동을 시작, 인생을 농업에 집중하기로 마음먹었다.

“대학까지 졸업했으면서 농사를 지어?” 이웃 어른들이 부모님을 만나면 하는 소리였다. 그러나 부모님은 열심히 사는 윤 사무장을 항상 응원해주고 있다.

서울에 올라와서도 항상 농민들과 함께하고 있으니 대학 때 가진 꿈을 이룬 셈이다. 윤 사무장은 “지금껏 농민이 된 것을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다”며 농사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언니네 텃밭’ 사업은 국민의 기본권이자 농민의 권리인 식량 주권 실현을 목적으로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이 2009년 시작했다. 마을에서 함께 활동하는 여성농민 공동체가 지역별로 다품종 소량 농사를 짓고 주 1회 포장·배송하는 제철 꾸러미 사업이 중심이다. 현재 꾸러미 회원은 천 명이 넘고 공동체 또한 늘어나고 있다.

윤 사무장은 언니네 텃밭을 한마디로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 농사짓는 것’이라고 정의 내린다. 제철 꾸러미 회원은 다양한 체험행사에 참여하고, 1년에 1회 이상 반드시 생산자 공동체를 방문토록 해 생산자와 소비자의 관계를 두텁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언니들’은 여성 농민을 말한다. 윤 사무장은 그간 여성 농민들이 일을 결정하고 주장했던 경험이 없어 남성이 함께 일하면 의견을 펴지 못하고 움츠러드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그는 ‘언니’를 텃밭의 중심으로 한 이유로 “여성 농민들은 결정한 것을 100% 완수한다”며 “책임감이 매우 강하고 농작물 하나에도 여성 농민들의 감수성이 들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또 이들은 공동체 의식이 강해 어떤 일을 할 때에 화합이 잘 된다”며 “물론 남자도 각 공동체마다 한두 명씩 있지만 의사 결정권은 없다”고 웃으며 말했다.

윤 사무장은 지금 하는 일을 사업으로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다. 농사 자체를 즐긴다. 그는 “농사란 생명”이라며 “힘들 때는 때려치우고 싶을 때도 있는데 막상 생명이 땅에서 크고 있는 모습을 보면 정말 뿌듯하다”며 농사의 기쁨을 전했다.

물론 힘들 때도 있다.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고 친환경적인 농사 방법을 택하려다 보니 ‘언니들’은 기존 30~40년간의 농사법을 버리고 다른 농사법 연구를 하는 데에 어려움이 많았다고 회상했다. 또한 윤 사무장은 “도시 사람들은 처음에는 꾸러미를 신청했다가도 생활이 너무 바빠 음식 해 먹을 시간이 없어 꾸러미를 취소하는 경우도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러나 40년 이상 농사지었던 언니들이 “내가 농사지으면서 이렇게 재미있었던 적이 없다”며 즐거워하는 모습과 꾸러미의 음식으로 어떻게든 음식을 만들어보려는 회원들을 보면 힘든 것도 잊게 된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윤 사무장은 “전국에 여성농민회가 있는 시ㆍ군마다 꾸러미 공동체를 한 개 이상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 목표가 이루어지면 어느 곳에 가도 ‘농사짓는 언니들’이 있어 우리의 밥상은 안전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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