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네츠크 인민공화국 민병대의 자주포 차량 2S1 대원이 지난 2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인민공화국 영토인 도네츠크 외곽 야슈누바타야 마을 인근에서 우크라이나 육군 진지를 향해 포격을 준비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도네츠크 인민공화국 민병대의 자주포 차량 2S1 대원이 지난 2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인민공화국 영토인 도네츠크 외곽 야슈누바타야 마을 인근에서 우크라이나 육군 진지를 향해 포격을 준비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이솜 기자] 29일(현지시간)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돈바스 남동부 지역의 핵심 도시를 점령하기 위해 중포 공격을 강화했다.

러시아가 러시아 국경과 가까운 지역에서 느리지만 확실한 이득을 취하면서 강 동쪽 둑에 위치한 세베로도네츠크 전투가 각광받고 있다. 전쟁 초기에 수도 키이우를 점령하는 데 실패한 러시아는 러시아의 지원을 받는 분리주의자들에 지배되고 있는 돈바스 강에 대한 통제권을 공고히 하려 노력 중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군의 계속되는 포격으로 우크라이나가 장악하고 있는 루한스크의 최대 도시 세베로도네츠크의 모든 주요 인프라가 파괴됐다”며 “진격을 저지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악화된 상황은 시베로도네츠크가 제2의 마리우폴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러시아군은 소규모 지역에 엄청난 화력을 집중시켰다. 이는 러시아군의 병력이 종종 분산됐던 전투의 초기 단계와는 대조적이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이날 루한스크와 도네츠크를 포함한 산업지역인 돈바스의 해방이 러시아에 무조건적인 우선 과제라고 밝혔다. 라브로프 장관은 “러시아는 이들을 ‘독립국가’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세베로도네츠크의 시내 버스 정류장에서도 교전이 있었다고 올렉산드르 스트리우크 시장은 밝혔다. 전쟁 전 인구 10만명 도시에 남아 있는 주민들은 전기나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없었으며 폭격에 노출될 위험을 무릅쓰고 우물에서 물을 얻기 위해 나왔다. 스트리우크 시장은 전쟁이 시작된 이래 민간인 1500명이 러시아군의 공격과 의약품 또는 미비한 치료로 사망했다고 추정했다.

돈바스 지역의 우크라이나군은 페이스북을 통해 이날 하루 종일 수세에 몰렸다고 전했다. 또한 러시아군이 도네츠크와 루한스크 지역의 마을 46곳을 폭격해 민간인 3명이 사망하고 2명이 부상을 입었으며 62개 민간 건물이 파괴되거나 파손됐다고 말했다.

이날 러시아의 폭격은 미콜라이우와 수미에서도 계속됐다. AP통신은 우크라이나 전역의 지역들은 밤새 러시아의 공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한편 우크라이나 정부는 전세를 역전시키기 위해 서방에 더 많은 장거리 무기 제공을 촉구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무기가 제공되기를 희망하며 앞으로 좋은 소식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 관리들은 그러한 무기 체계가 적극적으로 고려되고 있다고 밝혔다.

워싱턴에 있는 전쟁연구소의 분석가들은 러시아가 여전히 세베로도네츠크를 포위하지 못했고 우크라이나 방위군은 러시아군에게 엄청난 사상자를 피해를 입혔다고 분석했다. 우크라이나군 또한 심각한 피해를 입었는데, 민간인들 역시 큰 피해를 입었다고 연구소는 전했다.

이들은 러시아가 세베로도네츠크에 주력하면서 다른 전선에서 자원을 끌어 모았고, 그 결과 다른 전선에서는 거의 진전을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한 연구소는 세베로도네츠크를 점령하기 위한 러시아의 전략에 의문을 제기하며 이는 러시아에 비용이 많이 들고 거의 보상이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구소는 “세베로도네츠크 전투가 끝나면 어느 쪽이 도시를 장악하든 작전 및 전략 차원에서 러시아의 공세가 절정에 달해 우크라이나가 러시아군을 퇴각시키기 위한 작전 차원의 반격을 재개할 기회를 갖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르키우=AP/뉴시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왼쪽)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하르키우 전선을 방문해 둘러보며 현지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하르키우=AP/뉴시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왼쪽)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하르키우 전선을 방문해 둘러보며 현지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동부 전황이 극도로 어렵지만 반드시 이길 것"이라며 재건 의지를 밝혔다.

◆러시아 석유 두고 EU 통합 시험대

서방이 우크라이나 정부의 방어를 돕기 위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치인, 은행 등에 대해 6차례 제재를 가한 이후 유럽연합(EU) 내의 단합은 러시아 석유 금수조치 앞에서 새로운 시험대에 올랐다.

이날 로베르트 하벡 독일 부총리 겸 경제·기후보호부 장관은 “EU의 통합이 붕괴되기 시작했다”고 우려했다. EU 정상들은 30~31일 정상회담을 갖고 러시아 석유 금수 조치를 포함한 새로운 제재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날 젤렌스키 대통령은 국방력을 평가하기 위해 우크라이나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인 하르키우의 최전방을 이례적으로 방문했다. 하르키우는 우크라이나 군대가 몇 주 전 러시아군을 인근 주둔지에서 몰아낸 곳이다.

러시아군은 멀리서도 북동부 도시에 대한 포격을 계속했고, 젤렌스키 대통령의 방문 직후 폭발음이 들렸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하르키우에서 러시아군이 여전히 영토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마리우폴에서 우크라이나 시장의 한 측근은 러시아군이 도시를 완전히 장악하고 나서 시신들을 슈퍼마켓 안에 쌓아뒀다고 주장했다. 페트로 안드류셴코 보좌관은 텔레그램을 통해 점령된 도시의 ‘시체 쓰레기장’이라고 묘사한 사진을 올렸다. 사진에는 닫힌 슈퍼마켓 카운터와 나란히 쌓여 있는 시신들의 모습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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