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천지일보 2022.5.26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천지일보 2022.5.26

이창용 “중립금리까진 가야”

발언 근거에 시장 눈높이 커져

취약계층 이자부담 타격 우려

[천지일보=김현진 기자] 향후 수개월간 5%대의 물가 상승률이 이어지고 미국이 빅스텝(한꺼번에 0.5%포인트 기준금리 인상)을 2~3차례 더 밟을 가능성이 커지면서 국내 기준금리도 연말 2.5%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대출금리도 함께 가파르게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 경우 대출을 받은 이들은 기준금리 인상이 시작된 작년 8월 이후 올해 말까지 약 1년 6개월 동안 불어나는 이자만 약 27조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1인당 130만원에 이른다.

지난 26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기준금리를 연 1.50%에서 1.75%로 올린 가운데 금융권에서는 연말까지 0.25%포인트(p)씩 3차례 올려 2.50%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졌다.

이 같은 전망은 이창용 한은 총재가 “중립금리 수준으로 기준금리가 수렴하도록 해야 한다”는 발언이나 “올해 연말 기준금리가 2.25~2.5%로 올라간다는 시장의 예측 기대가 합리적”이라고 말한 것에 근거를 삼고 있다. 중립금리는 경제가 인플레이션이(물가인상)나 디플레이션(물가하락) 압력이 없는 잠재성장률 수준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하는 이론적 금리수준을 말한다.

시장에서는 이같이 이 총재의 발언을 근거로 3차례 추가 인상을 통해 기준금리를 2.50%까지 끌어올릴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 또한 지난 26일(현지시간) 한국 경제전략보고서를 통해 “한은이 7·8·10월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0.25%p 인상해 연말 기준금리가 2.50%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모건스탠리는 “이 총재가 중립 금리에 먼저 도달한 뒤 이후 중립 금리 이상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할지를 판단하겠다고 말한 것은 이전보다 매파적(통화긴축 선호)으로 느껴진다”고 부연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천지일보 2022.5.26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천지일보 2022.5.26

만약 이 같은 전망대로 한은이 연말까지 세 차례 0.25%포인트씩 더 올리면 현재 1.75%인 기준금리는 연말 2.50%로 0.75%포인트 높아진다. 기준금리가 높아지면 그만큼 은행 등 금융기관의 조달 비용이 늘어나고, 결국 금융기관이 소비자에게 적용하는 금리도 올라갈 수밖에 없다.

한은의 ‘가계신용(빚)’ 통계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가계대출은 모두 1752조 7천억원에 이른다. 아울러 같은 달 기준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전체 잔액의 77%가 변동금리 대출로 조사됐다. 산술적으로 대출금리가 기준금리와 마찬가지로 0.25%포인트 오를 경우 작년 8월부터 올해 연말까지 대출자의 이자 부담은 약 26조 9900억원으로 추정된다. 1인당 이자 부담 증가액은 128만 8천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그동안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빚투(빚내서 투자), 생활고 등으로 대출을 늘려온 사람들의 부담이 커진다. 특히 다중채무자(3곳이상 금융기관에서 대출), 소득 기반이 취약한 20∼30대, 자영업자 등이 가장 먼저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된다.

한은도 최근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에서 “앞으로 완화적 금융 여건이 정상화되는 과정(금리 인상 등)에서 대내외 여건까지 악화할 경우, 취약차주의 상환능력이 떨어지고 그동안 대출을 크게 늘린 청년층과 자영업자 등 취약 차주를 중심으로 신용 위험이 커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또한 이미 6% 중반에 이른 주택담보대출 최고 금리도 7%대를 훌쩍 넘어 8%에 근접할 가능성이 커진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형) 금리는 27일 기준 연 4.048∼6.390% 수준이다. 작년 말(3.600∼4.978%)과 비교해 올해 들어 약 6개월 사이 상단이 1.412%포인트나 높아졌다.

이는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의 지표로 주로 사용되는 은행채 5년물(AAA, 무보증) 금리가 2.259%에서 3.420%로 2.061%포인트 치솟았기 때문이다. 최근 은행채를 포함한 채권시장 금리는 미국의 긴축 가속 가능성,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전망 등이 반영돼 빠르게 올랐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