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제2윤창호법’이 시행된 25일 오전 서울 마포구 합정역 인근에서 서울 마포경찰서 소속 경찰관들이 음주운전 단속을 펼치고 있다. ⓒ천지일보 2019.6.25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제2윤창호법’이 시행된 2019년 6월 25일 오전 서울 마포구 합정역 인근에서 서울 마포경찰서 소속 경찰관들이 음주운전 단속을 펼치고 있다. ⓒ천지일보 2019.6.25

“시간제한 없이 가중처벌하는 예 발견 어려워”

“음주운전 사고 40%는 재범” 반대 재판관도

작년에도 2회 이상 음주운전 가중처벌 위헌결정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음주운전자이나 음주측정거부를 반복한 사람을 가중처벌하도록 한 이른바 ‘윤창호법’이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이미 지난해에도 일부 조항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린 바 있어 윤창호법은 큰 위기를 맞게 됐다.

헌재는 26일 도로교통법 148조의2 1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7대 2의 의견으로 위헌 결정했다.

이날 헌재는 ▲음주운전 금지규정 위반 또는 음주측정거부 전력이 1회 이상 있는 사람이 다시 음주운전을 한 경우 ▲음주운전 금지규정 위반 전력이 1회 이상 있는 사람이 다시 음주측정거부를 한 경우 모두 2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상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는 조항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결론 냈다.

헌재는 “심판대상조항은 가중요건이 되는 과거의 위반행위와 처벌대상이 되는 재범 음주운전 금지규정 위반행위 또는 음주측정거부행위 사이에 아무런 시간적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런데 과거의 위반행위가 상당히 오래 전에 이뤄져 그 이후 행해진 음주운전 금지규정 위반행위 또는 음주측정거부행위를 ‘교통법규에 대한 준법정신이나 안전의식이 현저히 부족한 상태에서 이뤄진 반규범적 행위’ 또는 ‘반복적으로 사회구성원에 대한 생명·신체 등을 위협하고 그 위험방지를 위한 경찰작용을 방해한 행위’라고 평가하기 어렵다면, 이를 가중처벌할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대법원. ⓒ천지일보 2018.7.31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대법원. ⓒ천지일보 2018.7.31

전범을 이유로 아무런 시간적 제한 없이 무제한 후범을 가중처벌하는 예는 발견하기 어렵고, 공소시효나 형의 실효를 인정하는 취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도 설명했다.

또 비난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재범행위까지도 법정형의 하한인 2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상의 벌금을 기준으로 처벌하도록 하고 있어 책임과 형벌 사이의 비례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헌재는 “반복적인 음주운전 금지규정 위반행위 또는 음주측정거부행위에 대한 강한 처벌이 국민일반의 법감정에 부합할 수는 있으나, 결국에는 중한 형벌에 대한 면역성과 무감각이 생기게 돼 범죄예방과 법질서 수호에 실질적인 기여를 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며 형벌 강화는 최후 수단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당 조항은 형벌 본래의 기능에 필요한 정도를 현저히 일탈하는 과도한 법정형을 정한 것”이라고 봤다.

“초범·재범 처벌 같아선 범죄예방 어려워” 의견도

그러나 이선애·문형배 재판관은 반대의견을 냈다.

이들은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음주운전 교통사고의 40% 가량은 음주운전과 관련해 단속된 전력이 있는 재범에 의한 교통사고로 분류된다”면서 “반복되는 음주운전이나 음주측정거부는 비난가능성이 매우 크므로, 심판대상조항에 의한 가중처벌은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반박했다.

계속해서 “과거의 위반 전력이 상당히 오래 전에 발생한 것이라도 ‘윤창호 사건’에서 보듯 만취 음주운전으로 사망사고를 일으킨 경우 또는 그런 사고를 일으키고 술에 취한 상태에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데도 음주측정을 거부한 경우와 같이 죄질이 매우 좋지 않은 경우가 있을 수 있다”고 가정했다.

만일 그런 전력을 가진 운전자가 또다시 음주관련 범죄를 저질렀을 경우 초범 음주운전과 동일한 기준으로 처벌해서는 범죄예방과 법질서 수호가 어렵다는 입법자 평가가 수긍할 만하는 지적이다.

아울러 ▲징역형 외에 벌금형이 선택형으로 규정된 점 ▲구체적 사건에서 형의 집행유예나 선고유예를 하는 게 가능한 점 등을 들어 법정형의 하한이 위헌으로 선언될 정도로 비례성을 일탈하고 있다고 할 수 없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특히 “도로교통법은 초범 음주측정거부행위도 1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상 2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규정하고 있다”며 “그보다 불법의 정도가 중하고 비난가능성이 더 큰 재범 음주측정거부행위에 대해 2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상 2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정한 것이 지나치게 과도한 형벌을 규정한 것으로는 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해 11월 헌재는 2020년 6월 9일 개정되기 전 윤창호법 중 ‘음주운전 금지 규정을 2회 이상 위반한 사람’을 엄벌에 처하도록 한 부분에 대해 과도한 처벌을 한다며 위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이번에 2020년 12월 개정된 내용의 윤창호법에서도 반복 행위 처벌과 관련된 조항이 또 위헌 결정되면서 사실상 음주운전을 반복한다고 해서는 처벌이 어렵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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