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윤 소설가
마침내 궁중의 미녀 180명을 모아 놓고 군사훈련이 시작되었다. 손무는 먼저 2개 부대로 나누고 왕이 총애하는 미녀 두 명을 각각 대장으로 삼고 궁녀들에게 창을 들게 했다. 어떤자가, 자기의 가슴과 왼손 오른손을 구별할 수 있는가? 하고 호령하자 궁녀들이 일제히 알겠다고 대답했다. “좋다 지금부터 내가 앞이라고 하면 가슴을 보고 왼쪽이라고 하면 왼손, 오른손이라고 하면 오른손, 뒤라고 하면 등쪽을 보아라. 알겠느냐?” 궁녀들이 일제히 대답하자 손무는 형벌용으로 쓰이는 큰 도끼를 궁녀들 앞에 꺼내 놓았다. 손무는 다시 한번 자신의 구령대로 움직이도록 설명하고 북을 울렸다.
손무가 오른쪽이라고 구령하자 궁녀들이 낄낄거리고 웃었다. 손무는 “내 구령이 잘못 전달된 모양이다. 다시 한번 실시하겠다”고 말했다. 손무는 훈련 요령에 대해 되풀이 설명하면서 다시 시작하는 북을 울렸다. 손무가 왼쪽이라고 구령을 하자 궁녀들은 이번에도 낄낄대고 웃었다. 손무가 큰 소리로 외쳤다. “전번에는 내 잘못이었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모두가 내 구령을 알아들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구령대로 움직이지 않은 것은 대장들의 책임이다.” 손무는 도끼를 손으로 집어 들고 두 대장의 목을 치려고 했다. 누각 위에서 군사훈련을 구경하고 있던 오왕은 자신이 총애하는 두 미녀가 죽게 되자 당황했다. 그는 얼른 전령을 보내 말했다. “그대의 군사훈련은 이미 보았다. 두 여인이 없으면 나는 음식이 제대로 목에 넘어가지 않는다. 제발 죽이지 말라.”
그러나 왕의 명령에도 불구하고 손무는 말했다. “이 부대의 총대장은 저입니다. 전쟁터의 장군은 왕의 명령이라도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그 말을 마친 손무는 두 대장의 목을 치고 다른 미녀 두 명을 후임 대장으로 삼았다. 그런 다음 북을 치고 구령을 하자 궁녀들은 질서 정연하게 움직였으며 누구 한 사람 웃지 않았다. 손무는 왕에게 전령을 보내 보고했다.
“훈련은 이미 마쳤습니다. 이곳에 오셔서 시험해 보십시오. 대왕께서 명령을 내리시면 군사들은 물불을 가리지 않고 적진으로 뛰어들 것입니다.” “그럴 필요가 없소. 그대는 이제 그만 숙소에 돌아가서 쉬도록 하시오.” 왕은 손무의 인물됨을 알아보고 오나라의 장군에 임명했다. 그 뒤 오나라는 서쪽으로 초나라를 공격하여 초나라 수도 영도로 들어가고 북쪽으로 제나라와 진나라를 위협하여 제후들 사이에 이름을 떨쳤는데 이것은 모두가 손무의 공이었다.
손무가 죽은 백 년 뒤 손빈이 태어났다. 손빈은 손무의 후손으로 그는 제나라 아 땅과 견의 중간 지역에서 태어나 젊어서부터 방연과 함께 병법을 배웠다. 방연은 위나라 혜왕에 의해 장군이 되었다. 방연은 아무리 생각해도 자기의 재능이 손빈에게 미치지 못함을 알았다. 그래서 그는 간계를 꾸며 손빈을 위나라로 불러들여 그에게 죄를 씌워 벌로 다리를 자르고 얼굴에 문신을 했다. 그리고 사람들과 왕래를 하지 못하도록 격리를 시켜놓았다.
그즈음 제나라 사신이 위나라 수도 대량을 방문했다. 소식을 들은 손빈은 비밀리에 사신을 만났다. 사신은 손빈의 재능을 간파하고 자신의 수레에 숨겨 제나라로 데리고 오는데 성공을 했다. 손빈은 우선 제나라 장군 전기에게 재주를 인정받아 빈객으로 머물고 있었다. 전기는 도박을 좋아해서 제나라 공자들과 돈을 걸고 마차 경주를 즐겼다.
손빈이 마차의 경주를 살펴보니 출전하는 양쪽의 세 마차는 상, 중, 하의 3급으로 나뉘고 같은 급끼리의 말은 다리에 힘이 있어 차이가 별로 없었다. 손빈은 지고 있는 전기에게 이번에는 꼭 이기게 해 주겠다고 장담하고 큰돈을 걸게 했다. 전기는 공자들뿐만 아니라 왕에게도 승부를 걸어 도전을 했다. 드디어 경주가 벌어지는 날 손빈이 전기에게 귀띔을 했다. 이쪽의 느린 말과 저쪽의 제일 빠른 말과 한 조가 되게 짜십시오. 그리고 이쪽 제일 빠른 말을 저쪽의 중간치 말에, 중간치 말은 아래 말에 짜도록 하십시오. 손빈의 말대로 전기는 마차 경주에서 큰돈을 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