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4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 있는 GUM 백화점이 텅 비었다. 2월 24일 러시아의 침공 3개월이 지난 지금, 많은 일반 러시아인들은 그들의 생계와 감정에 타격을 입었다.  한때 서구 소매상들이 차지했던 모스크바의 거대한 쇼핑몰의 많은 상점들은 문을 닫았다. (출처: 뉴시스)
지난 3월 4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 있는 GUM 백화점이 텅 비었다. 2월 24일 러시아의 침공 3개월이 지난 지금, 많은 일반 러시아인들은 그들의 생계와 감정에 타격을 입었다. 한때 서구 소매상들이 차지했던 모스크바의 거대한 쇼핑몰의 많은 상점들은 문을 닫았다. (출처: 뉴시스)

우크라이나 전쟁 3개월 경과

경제·사회·문화적으로 러 영향

“이번 여름 실업률↑, 소비↓ 전망”

러 외교관 전쟁 비난하며 사임

“이렇게 조국 부끄러운 적 없어”

[천지일보=이솜 기자] 블라미디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2월 24일 우크라이나 침공을 발표할 때만 해도 전쟁은 러시아 영토와 멀리 떨어져 있는 듯 보였다. 그러나 전쟁은 수일 내 순항미사일과 박격포가 아닌 서방 정부의 전례 없고 광범위한 제재, 기업에 대한 경제적 처벌의 형태로 러시아에 돌아왔다.

24일 러시아 침략 3개월째인 지금 많은 러시아 주민들은 그들의 생계와 감정에 대한 타격으로 휘청거리고 있다고 23일(현지시간) AP통신은 전했다.

1990년 러시아에 문을 연 맥도날드는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응하며 러시아에서 철수했고 스웨덴의 유명 가구 제조 기업인 이케아도 운영을 중단했다. 이와 함께 한때 안전했던 일자리 수만개가 아주 짧은 시간 내 사라졌다. 거대 석유회사인 BP와 셸, 자동차회사 르노 등 주요 산업체들은 러시아에 막대한 투자를 했음에도 철수했다. 셸은 러시아 자산을 매각하며 약 50억 달러의 손실을 볼 것으로 추산했다.

다국적 기업들이 러시아에서 철수할 동안 도망칠 수 있는 경제적 여유가 있는 수천명의 러시아인들도 자국을 떠났다. 일부 젊은이들은 의무 징병을 부과할 것을 두려워 해 도망쳤을 가능성도 있다.

이날 스위스 제네바 주재 러시아 외교관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자국을 비난하며 사임하기도 했다. 보리스 본다레프(41) 유엔 주재 러시아대표부 고문관은 제네바에 있는 동료들에게 서한을 통해 자신이 이날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그는 “외교 경력 20년 동안 우리 외교 정책의 전환점을 봐왔으나 올해 2월 24일처럼 조국을 부끄럽게 생각한 적은 없었다”고 침공 시작 날짜를 언급했다. 이어 “푸틴이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사실 서방 세계를 상대로 일으킨 전쟁은 우크라이나 국민에 대한 범죄일 뿐만 아니라 아마도 러시아 국민에 대한 가장 심각한 범죄일 것”이라고 비판했다.

보리스 본다레프 스위스 제네바 주재 러시아 외교관의 여권사진. 본다레프는 23일(현지시간)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며 사표를 제출했다. (출처: 뉴시스)
보리스 본다레프 스위스 제네바 주재 러시아 외교관의 여권사진. 본다레프는 23일(현지시간)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며 사표를 제출했다. (출처: 뉴시스)

본다레프는 러시아의 지배층을 직접 겨냥했다. 그는 “이 전쟁을 구상한 사람들은 오직 한 가지만을 원한다. 영원히 권좌에 남아서 거만하고 무미건조한 궁전에서 살고 러시아 해군 전체에 필적하는 요트를 타고 항해하고 무제한의 권력을 누리며 처벌을 받지 않는 것”이라고 썼다. 이어 “이를 얻기 위해 그들은 필요한 만큼 많은 생명을 희생시켰다”고 비난했다.

본다레프는 그가 일했던 부처를 언급하며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부 장관을 지목했다. 그는 “라브로프 장관은 많은 동료들이 높이 평가했던 전문적인 지식인에서 끊임없이 상반된 성명을 발표하고 핵무기로 세계를 위협하는 사람으로 변했다”며 “오늘날 외무부도 외교에 관한 게 아닌 전쟁 선동, 거짓말, 증오에 관한 부처가 됐다”고 말했다. 본다레프는 마지막으로 “외무부는 나의 집이자 가족이었다”며 “그러나 나는 더 이상 이 피비린내 나고 어리석고 전혀 필요 없는 수치심을 함께 나눌 수 없다”고 적었다.

러시아 측의 반응은 아직 나오지 않았으나 워싱턴포스트(WP)는 본다레프가 푸틴 대통령이 선호하는 단어인 ‘특별 작전’이 아닌 ‘전쟁’이라고 한 표현을 포함해 러시아군에 대한 허위 정보를 퍼뜨린다는 혐의에 따라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기업들 인내심 한계 달해”

미국, 캐나다와 함께 유럽연합(EU) 27개국은 러시아를 오가는 비행기를 금지했다. 한때 모스크바에서 비행기로 90분 거리였던 에스토니아의 수도 탈린까지는 갑자기 이스탄불을 거쳐 12시간이 걸린다. 심지어 인터넷과 SNS를 통한 대리 여행길도 좁아졌다. 러시아는 지난 3월부터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뿐만 아니라 BBC, 미국 정부가 지원하는 미국의소리 방송, 자유유럽방송, 독일 공영 도이치벨레 등 해외 언론 웹사이트 접속을 차단했다.

러시아 당국이 전쟁에 관한 ‘가짜 뉴스’를 포함한 기사들에 대해 최고 15년형을 받을 수 있는 법을 통과시킨 후 많은 주요 독립 언론 매체들은 문을 닫거나 운영을 중단했다.

억압, 제한, 기회 축소로 인한 심리적 비용은 측정하기 어렵지만 러시아인들은 이에 많은 값을 지불하고 있을 수 있다. 러시아 내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국민의 지지가 강하다는 결과가 나오지만 자신의 진짜 견해를 표현하길 두려워하고 침묵을 지키는 응답자들에 의해 지지율이 왜곡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AP통신은 분석했다.

카네기 모스크바 센터의 안드레이 콜레스니코프는 논평에서 “현재 러시아 사회는 공격적인 복종에 사로잡혀있으며 사회적 유대의 퇴화가 가속화 될 수 있다”며 “여러분은 자국민을 ‘배신자’라고 부르고 그들을 열등한 부류의 사람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여러분은 대부분의 고위 정부 관리들같이 핵전쟁의 전망에 대해 자유롭고 꽤 침착하게 추측할 수 있다”며 “이는 팍스 아토미카 시절 소련에서는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는데, 당시 소련과 미국은 그(핵전쟁)에 따른 피해를 전혀 생각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팍스 아토미카(Pax atomica)’란 미국의 팍스 아메리카를 바꾼 말로, 1960년대 냉전시기 언급됐으며 핵무기를 통한 상호 파괴에 대한 공포가 평화를 유지한다는 핵평화론을 의미한다.

콜레스니코프는 “이제 그러한 이해(핵전쟁의 공포)는 줄어들고 있으며 이는 러시아가 직면한 인류학적 재앙의 또 다른 신호”라고 지적했다.

지난 3월 3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교외의 이케아 매장에서 주민들이 줄을 서 있다. 이케아는 러시아 침공 후 운영을 중단했다. (출처: 뉴시스)
지난 3월 3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교외의 이케아 매장에서 주민들이 줄을 서 있다. 이케아는 러시아 침공 후 운영을 중단했다. (출처: 뉴시스)

경제적 결과는 아직 완전히 나타나지 않았다.

전쟁 초기 러시아의 루블화는 가치가 절반이나 떨어졌지만 러시아 정부의 노력으로 현재 루블화의 가치는 침공 이전의 수준보다 더 높아졌다.

그러나 경제활동 측면에서 이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라고 모스크바 소재 컨설팅업체 대표인 크리스 위퍼는 AP통신에 말했다. 그는 “현재 여러 부문에 걸쳐 경제가 악화하는 것을 보고 있다”며 “회사들은 예비 부품 재고가 부족하고 정규직을 계약직으로 돌렸으며 완전히 문을 닫아야 한다는 회사들도 나왔다”며 “따라서 이번 여름 실업률이 증가하고 소비와 소매 판매와 투자가 크게 감소할 것이라는 현실적인 두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전쟁이 길어지면 더 많은 기업들이 러시아를 빠져나갈 수 있다. 위퍼는 휴전과 평화협정이 타결되면 조업을 중단한 회사들이 사업을 재개할 수 있다고 봤지만 이를 위한 창구가 닫힐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모스크바에 있는 쇼핑몰을 걸어 다니면 많은 서구 상점들이 단순히 셔터만 내린 모습을 볼 수 있다”며 “선반은 여전히 꽉 찼고 전등도 켜져 있다. 아직 철수하지 않고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를 기다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기업들은 시간이 부족하거나 인내심이 바닥나기 시작하는 단계에 도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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