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르키우=AP/뉴시스] 지난 19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하르키우의 지하철역에 주민들이 대피해 머물고 있다. 하르키우에서의 포격이 줄어들고 지하철은 내주 초 운행 예정이지만 일부 주민들은 여전히 이곳을 임시 방공호로 사용하고 있다.
[하르키우=AP/뉴시스] 지난 19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하르키우의 지하철역에 주민들이 대피해 머물고 있다. 하르키우에서의 포격이 줄어들고 지하철은 내주 초 운행 예정이지만 일부 주민들은 여전히 이곳을 임시 방공호로 사용하고 있다.

젤렌스키 “돈바스 상황 어려워”

우크라, 영토 양도 협상 거부

“양보해도 전쟁은 계속될 것”

美 51조원 물자 우크라 지원

러 장관 “서방 제재로 물류 파괴”

유럽 발 뺀 러, 아시아로 눈길

[천지일보=이솜 기자] 우크라이나 남동부 마리우폴에서 마지막 우크라이나 군대가 저항을 끝내고 러시아군은 동부 돈바스 지역 중 하나인 루한스크주에서 대대적인 공세를 벌이고 있다.

러시아의 지원을 받는 우크라이나의 분리주의자들은 지난 2월 24일 침공 전부터 이미 루한스크와 인근 도네츠크 지역의 영토를 일부 통제했지만 러시아 정부는 돈바스 지역 전체를 점령하길 원한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밤 연설에서 “돈바스의 상황은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군이 이 지역 주요 도시인 슬로비얀스크와 시비에로도네츠를 공격하려 했으나 우크라이나군이 진격을 저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루한스크와 도네츠크에서 우크라이나군은 지난 24시간 동안 9차례의 공격을 격퇴하고 탱크 5대와 기타 장갑차 10대를 파괴했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군은 페이스북에 러시아군이 전선을 따라 항공기, 대포, 탱크, 로켓, 박격포, 미사일 등을 동원해 민간인 건물과 주택가를 공격했다고 밝혔다. 그들은 도네츠크에서 적어도 7명이 사망했다고 말했다.

이고르 코나셴코프 러시아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주요 흑해 항구인 오데사 근처 우크라이나 특수작전 기지와 북부 치토미르 지역에 있는 서방측 무기 저장고를 파괴했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측으로부터 확인은 없었다.

최근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과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로부터 즉각적인 휴전에 대한 요구가 나왔다.

그러나 미하일로 포돌랴크 대통령고문은 이날 휴전 동의를 배제하고 정부가 영토 양도와 관련된 어떠한 모스크바와의 협상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의 수석 협상가인 포돌랴크는 러시아와의 협상이 당분간 중단될 예정임을 밝히며 “전쟁은 (양보 후에도)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들(러시아군)은 훨씬 더 피비린내 나는 대규모 공세를 펼칠 것”이라고 예측했다.

2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 인근 이르핀에서 러시아의 폭격으로 파괴된 주택가의 공중 사진. (출처: 뉴시스)
2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 인근 이르핀에서 러시아의 폭격으로 파괴된 주택가의 공중 사진. (출처: 뉴시스)

◆러 서방 제재 피해 징후 계속 나타나

러시아 국영가스업체 가즈프롬은 이날 핀란드가 루블화로 대금을 지불하지 않아 가스 수출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핀란드와 스웨덴은 지난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에 가입 신청을 했다. 핀란드 국영 가스 도매업체 가숨과 핀란드 정부, 핀란드의 개별 가스 소비업체들은 러시아 가스관 폐쇄에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 모스크바는 불가리아와 폴란드가 루블화 대불 조건을 준수하지 않자 가스를 차단했다.

서방 국가들은 다시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공급을 늘렸다.

이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거의 400억 달러(약 50조 9200억원)에 달하는 군사, 경제, 인도적 지원을 우크라이나에 제공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포르투갈은 2억 5천만 유로에 달하는 군사 장비를 우크라이나에 수송하기로 약속했다.

러시아 내부에서는 서방의 대러 제재로 러시아에 피해가 있었음을 이례적으로 시인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타스 통신에 따르면 비탈리 사벨리예프 러시아 교통부 장관은 서방이 러시아 정부와 그 기업들에 가한 다양하고 엄중한 제재 조치들이 자국 내 물류를 사실상 파괴했다고 밝혔다. 그는 러시아 남부 아스트라칸시를 방문하면서 “현재 러시아에 부과된 제재는 사실상 우리나라의 모든 물류를 파괴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러시아 관리들이 아스트라한과 카스피해의 항구 올랴, 마하치칼라를 통과하는 남북 노선을 포함해 물자를 이동하기 위한 새로운 물류 통로를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크렘린궁이 페이스북 등 SNS와 주요 외신과의 접속을 차단하는 등 전쟁 보도를 억누르고 있어 국외의 분석가들은 서방의 제재가 러시아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가늠하기 어렵지만 러시아에 피해가 커지고 있다는 징후는 계속 나타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런 징후들로는 물가 상승에 대해 불평하는 주민들, 종이 부족에 대응해 영수증을 더 짧게 만드는 은행들, 단추가 떨어진 의류들이 있다. 여기에 러시아 중앙은행은 소비자 수요와 대출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으며 “기업들이 생산과 물류에서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인정하기도 했다.

전쟁 발발 후 유럽 시장에 대한 접근성이 급격히 감소되면서 러시아 관리들은 사업을 위해 점점 아시아로 눈을 돌리는 추세다. 사벨리예프 장관은 앞서 언급한 ‘남북 노선’에 대해 특히 러시아와 아제르바이잔, 이란, 인도를 연결하는 통로라고 설명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