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림성 8차 발굴조사 전경 (제공: 문화재청) ⓒ천지일보 2022.5.20
가림성 8차 발굴조사 전경 (제공: 문화재청) ⓒ천지일보 2022.5.20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백제 수도 사비도성을 방어하기 위해 쌓은 ‘부여 가림성’이 사비도성 관문으로 사용한 흔적이 발견됐다.

문화재청(청장 최응천)의 허가를 받아 부여군에서 추진하고 있는 ‘부여 가림성 8차 발굴조사’에서 가림성의 초축 성벽과 석축 배수로 등 백제가 사비도성 관문으로서 사용한 흔적이 확인됐다.

‘부여 가림성’은 백제의 수도 사비도성의 방어를 위해 501(동성왕 23)년에 쌓은 석축산성으로 백제가 쌓은 성터 중 옛 지명과 축성연대를 알 수 있는 유일한 성곽으로 역사적 가치가 매우 높은 유적이다.

조사된 성벽은 성흥산의 북쪽 빗면에 자리한 깊은 곡간부를 감싸는 구간이다. 성벽을 쌓기 전에 곡간부는 흙과 돌을 채워 수평하게 다짐했고, 사면부는 원지형의 지면을 고르게 하는 등 백제 토목 기술의 흔적이 확인됐다. 기초 공사는 성 내측을 포함한 주변으로 넓은 범위에 걸쳐 진행된 것으로 파악된다.

우물 전경 (제공:문화재청) ⓒ천지일보 2022.5.20
우물 전경 (제공:문화재청) ⓒ천지일보 2022.5.20

백제 때 쌓은 성벽은 기초공사로 마련된 대지 위에 화강암을 가공해 외벽을 쌓고 내측은 흙으로 쌓아 조성하는 ‘내탁식(內托式) 공법’으로 이번 조사에서 확인된 남아있는 성벽의 높이는 최대 5.2m, 폭은 외벽면을 기준으로 최대 12m이다. 성벽의 안쪽 끝자락에서는 성벽과 나란하게 조성된 석축 배수로도 확인됐다. 석축 배수로는 부소산성에서 확인된 석축 배수로와 같은 형태로 0.9~1m 너비로 돌을 세워 벽을 만들고 그 내부의 바닥에는 판판한 돌을 깔아 시설했다.

성벽은 백제 시대 당시 처음 축성된 이후 지속적으로 고쳐 쌓아지는데 외벽은 초축 성벽 앞쪽에 돌출되게 덧대어서 기존 성벽을 보강했고, 곡간부의 중앙에는 쉽게 무너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하단에 큰돌로 성외벽을 축조했다. 성의 내측에서는 석축된 내벽이 확인되고 1~4단정도 남아있는 내벽면의 흔적으로 보아 조선 시대까지 최소 5차례 이상 수축된 것으로 판단된다.

성 내측에서 확인된 시설물로는 2019~2020년에 조사된 통일신라와 조선 시대 집수지 외에도 고려 시대 내벽에 붙여 조성된 우물이 추가로 확인됐다. 우물의 내부는 56×75㎝정도의 사각형으로 깊이는 최대 3m 정도다.

이번 조사는 그간 가림성에서 시행된 적 없었던 성벽과 내부 공간 활용의 단면을 한 번에 살펴볼 수 있는 기회로, 가림성 북사면 곡간부에 조성된 성벽의 축조 기법과 성내의 배수체계 등 백제 토목기술과 함께, 꾸준하게 사용된 당시의 수, 개축 기술력을 바탕으로 가림성의 역동적인 변화상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한편 ‘부여 가림성’은 현재 서문지의 구조를 파악하기 위한 시굴조사도 진행 중이다. 현재까지 문지는 개거식(開拒式)으로 2차례 이상의 고쳐 쌓은 (수개축, 修改築)성벽을 확인했다.

문화재청 백제왕도핵심유적보존관리사업추진단과 부여군은 “이번 발굴조사 성과를 바탕으로 사비도성의 거점산성인 부여 가림성의 정비와 관리방안을 수립할 예정”이라며 “이후에도 가림성에 대한 체계적인 조사를 지원하여 백제왕도의 실체를 복원하고, 유적의 보존ㆍ관리 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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