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중 현판 연출 (제공:문화재청) ⓒ천지일보 2022.5.18
궁중 현판 연출 (제공:문화재청) ⓒ천지일보 2022.5.18

‘조선의 이상을 걸다, 궁중 현판’ 특별전
국보 ‘기사계첩(耆社契帖)’ 유물도 공개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대안문 현판’ 등 조선시대 궁중 현판 80여점이 대중에게 공개된다.

18일 문화재청 국립고궁박물관에 따르면, 19일부터 8월 15일까지 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조선의 이상을 걸다, 궁중 현판’ 특별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2018년에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아시아태평양 지역목록’에 등재됐던 81점의 궁중 현판과 국보 ‘기사계첩(耆社契帖)’ 등 관련 유물을 포함해 현재 국가무형문화재 각자장(刻字匠)이 사용하는 작업 도구 등 총 100여 점의 전시품을 선보인다.

전시 구성은 머리말(프롤로그) ‘궁중 현판, 우리 곁으로 내려오다’, 1부 ‘만들다’, 2부 ‘담다’, 3부 ‘걸다’, 마무리(에필로그) ‘현판, 시대를 넘어 함께하다’ 등 5부로 돼 있다. 이번 전시에는 그동안 국립고궁박물관 수장고에 보관된 궁중 현판이 한 장소에 등장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구체적으로는 먼저 프롤로그 ‘궁중 현판, 우리 곁으로 내려오다’에서는 일제강점기부터 훼손된 궁중 현판이 국립고궁박물관에 보관되기까지의 역사를 영상으로 보여줘 우리 문화유산의 보존에 대한 중요성을 일깨워준다. 근대사의 상징적인 공간이었던 경운궁(현 덕수궁)의 정문에 걸렸던 ‘대안문(大安門) 현판’을 통해 격동하는 역사 속에서 ‘크게 편안’하기를 바랐던 당시 사람의 소망을 느낄 수 있다. 이 현판은 국립고궁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현판(124x374㎝) 가운데 가장 큰 현판이다.

1부 ‘만들다’에서는 현판의 글씨와 재료, 제작 기법을 보여주고 있으며, 현판 제작의 전통을 이어가는 장인을 조명한다. 현판은 각자장, 단청장 등이 만들었는데, 이들의 전통적인 제작 방식을 영상을 통해 만날 수 있다. 그리고 왕부터 당대 명필, 내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람이 참여한 현판 글씨도 소개한다. 이 가운데 특히 당대 명필인 한호(韓濩, 1543~1605년)가 쓴 ‘의열사기(義烈祠記) 현판(1582년 제작)’은 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현판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이다.

대안문 현판 (제공:문화재청) ⓒ천지일보 2022.5.18
대안문 현판 (제공:문화재청) ⓒ천지일보 2022.5.18

2부 ‘담다’는 왕도 정치의 이념이 드러난 현판을 내용적인 면에서 네 개의 주제로 나누어 조명하고 있다. ‘성군의 도리를 담다’는 성군(聖君)이 되고자 학문에 매진하는 왕과 세자의 모습, ‘백성을 위한 마음을 담다’에서는 백성의 생활을 안정시키고 인륜을 가르치기 위한 교화(敎化)의 노력, ‘신하와의 어울림을 담다’에서는 왕권(王權)과 신권(臣權) 사이의 견제와 균형을 이루고자 한 왕의 노력, ‘효를 담다’에서는 효(孝) 사상을 담은 부모에 대한 효심과 추모 등에 대한 내용이 공개된다.

3부 ‘걸다’는 다양한 기능의 궁중 현판을 한 벽면에 연출해 압도적인 공간을 구성한다. 왕이 신하에게 내린 명령과 지침, 관청의 업무 정보와 규칙, 소속 관리 명단과 업무 분장, 국가 행사 날짜를 새긴 현판 등은 당시에 게시판이나 공문서 같은 기능을 했다. 또한 왕의 생각과 감정을 공공에 드러내는 매체로 활용했던 왕의 개인적인 감회나 경험을 읊은 시를 새긴 현판도 볼 수 있다. 이러한 현판을 통해 끊임없이 소통하고자 했던 당시 조선 왕실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에필로그 ‘현판, 시대를 넘어 함께하다’는 우리 주변에 걸려있는 현판의 모습과 그 안에 가치를 담아 지켜나가는 사람의 모습을 사진과 영상으로 소개한다. 과거와 시대, 상황이 크게 변하였지만 소통에 대한 끊임없는 욕구는 오늘날 우리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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