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전국 평균 경유 가격이 14년 만에 휘발유 가격을 추월했다. 이와 같은 현상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가 장기화됨에 따라 경유 수급이 차질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12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기준 전국 주유소의 경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날보다 3.19원 오른 L(리터)당 1950.78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시각 전국 휘발유 평균 가격은 1947.61원을 기록했다. 이날 전국 경유 평균 가격과 휘발유 가격 차이는 휘발유 가격을 0.77원 앞지른 전날(오후 3시 기준)보다 3.17원 차이로 더 벌어졌다.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시내의 한 주유소에 경유 가격이 휘발유를 앞선 가격 안내판이 세워져 있는 모습. ⓒ천지일보 2022.5.12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전국 평균 경유 가격이 14년 만에 휘발유 가격을 추월했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시내의 한 주유소에 경유 가격이 휘발유를 앞선 가격 안내판이 세워져 있는 모습. ⓒ천지일보 2022.5.12

전쟁 장기화·수출 중단 사태

생활밀접 물가 줄줄이 상승

경유값 역대 최고 수준까지

마트, 구매수량 제한걸기도

정부 “물가·민생 안정 집중”

[천지일보=최혜인 기자]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과 인도네시아 팜유 수출 중단 사태로 휘발유·경유뿐 아니라 식용유값까지 덩달아 오르면서 가계에 주름살이 깊어지고 있다.

이미 2000원대를 넘나드는 기름값뿐 아니라 온갖 물가가 최고치를 갈아치우는 상황에 식용유나 밀가루 등의 식료품 인상은 밥상물가 상승에 기름 붓는 격이라는 말이 나온다.

현재 일부 할인마트에서 1인당 식용유 구매 수량까지 제한하기 시작하면서 ‘식용유 대란’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최근 세계 1위 수출국인 인도네시아가 팜유 수출을 전격 중단하기로 하면서 우려가 현실화로 다가오는 모양새다.

팜나무 열매의 기름을 짜서 만드는 팜유는 식용유를 비롯해 라면·과자·초콜릿 등 각종 가공식품과 화장품, 세제, 바이오디젤 원료로 널리 쓰인다. 이에 식용유를 쓰는 각종 분야의 소규모 자영업자·소상공인들부터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A대형마트 기준으로 B사 포도씨유 900㎖ 제품은 지난 1월부터 23.9% 올랐다. 해바라기유는 16.4%, 카놀라유는 15.9%, 올리브유는 13.7% 순으로 각각 인상됐다. C사 식용유도 2월 900㎖ 제품 기준으로 17.6%까지 뛰어올랐다.

최근 창고형 할인마트인 코스트코는 일부 식용유 제품에 대해 구매 수량을 카드 1개당 1개로 제한했다. 이마트가 운영하는 창고형 할인점도 1인당 식용유 구매 수량을 2개로 제한을 걸었다. 세계적으로도 영국·스페인·그리스·터키 등 각국의 유통업체들이 최근 1인당 구매할 수 있는 식용유 개수를 제한한 것과 같은 흐름이다.

한국이 주로 말레이시아에서 팜유를 수입하고 있고 업체들도 3∼4개월 치 물량을 이미 사놔 당장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중장기적으론 가격상승이 불가피하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밀가루까지 생업전선 ‘비상’

최근 인상이 결정된 전기·도시가스 요금을 비롯해 밥상물가에 직결되는 밀가루 가격도 오르는 건 아닌지 우려하는 시각이 상당하다. 세계 밀 생산량으로 두번째 규모인 인도가 식량 안보를 이유로 밀 수출을 전격 금지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한국제분협회에 따르면 국내 업체들은 미국과 호주, 캐나다 등에서 식용 밀을 수입하고 있다. 협회 통계를 보면 국내 밀 도입량은 지난 2020년 기준 총 218만 2000톤으로 국가별로 미국 111만 5000톤(51.1%), 호주 94만 9000톤(43.5%), 캐나다 11만 7000톤(5.4%) 순으로 이어졌다.

사료용 밀은 현재 전쟁이 길어지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 주로 수입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국가에서 수입한 양이 1000톤에 불과해 인도에서 국내로 수입되는 양은 많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인도에서 직수입하는 밀의 양이 많지 않아 당장 높은 가격 인상은 없겠지만, 결국 국제 밀 가격에 영향을 주면서 관련 제품 가격도 덩달아 오를 수 있다는 우려도 고조된다. 국제 가격은 수요-공급뿐 아니라 시장 분위기에 따라서도 요동칠 수 있기 때문이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9년 9개월 만에 최고치를 보인 가운데 2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의 모습.통계청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10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8.97(2015년=100)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3.2% 상승했다. 국제유가 상승으로 석유류가 크게 올랐고 달걀·돼지고기 등 축산물도 상승했다.  ⓒ천지일보 2021.11.2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9년 9개월 만에 최고치를 보인 가운데 2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의 모습. ⓒ천지일보 2021.11.2

◆끝없이 치솟는 휘발유·경유값

16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5월 둘째주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주보다 1.9원 오른 리터당 1942.6원을 기록했다. 첫째주 휘발유 가격은 전주보다 44.2원 내렸지만 한주 만에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유류세 인하율이 20%에서 30%까지 확대됐음에도 국제유가 급등이 그 효과를 상쇄하면서 다시 상승세로 전환된 셈이다.

같은 기간 경유 판매가는 전주 대비 32.8원 오른 리터당 1939.7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경유 가격이 하루 평균가격으로 휘발윳값을 앞지르는 현상까지 발생했다. 가격 역전현상은 2008년 이후 14년 만이다.

경유 가격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 상황이 유럽을 중심으로 한 세계적인 재고 부족 상황과 맞물리면서 역대 최고 수준까지 오른 상태다. 국내 경유 가격은 내주까지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5일 첫 경제장관회의에서 물가상승에 따른 민생 부담을 더는 것이 새 정부 경제팀의 최우선 당면과제라고 강조했다.

이날 추 부총리는 “최근 물가상승이 주로 대외 여건에 기인하고 있으므로 대외 위험 관리에도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밀가루 가격 안정, 경유 가격 부담 완화 등을 포함한 물가·민생 안정을 위한 효과적인 정책과제 발굴에 모두의 역량을 모을 것”이라고 말했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4월 전기요금 인상 백지화 및 과학과 상식에 근거한 전력 공급 계획 수립 공약 발표 후 취재진의 질의의 답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2.1.13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4월 전기요금 인상 백지화 및 과학과 상식에 근거한 전력 공급 계획 수립 공약 발표 후 취재진의 질의의 답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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