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송범석 기자] 스티브 잡스의 정신세계는 상당히 독특한 면이 많다. 혹자는 이를 ‘천재성’으로 또는 ‘광기’로 표현한다. 책은 ‘새로운 시대를 만든 사람’인 동시에 ‘현실을 왜곡하는 자’로 불리는 그에 대한 외형적 평가보다 그가 획득한 ‘창의성’을 응시한다.

이미 많이 알려진 대로 그의 창의성은 인문학을 근원으로 한다. 따라서 인문학적 배경 지식이 없으면 잡스의 정신세계를 탐구하는 것 역시 불가능하다. 이 지점에서 오해를 풀어야 할 게 있다. 보통 인문학을 언급하면 어렵고 추상적일 것이라 생각하는데 사실, 잡스가 탐구한 인문학은 지극히 ‘현실’적이다. 책은 그의 창의성이 철저하게 현실에서 쌓아 올린 벽돌을 조합하는 과정에서 생산되는 결과물일 뿐이라는 점을 밝혀내며 그 본질을 면밀히 살펴본다.

잡스의 출발점은 ‘사람’이다. ‘애플은 인문학과 결혼했다’는 의미가 바로 이것이다. 결혼은 남자와 여자가 함께, 그리고 동시에 살아가는 것인데 잡스는 기술과 인문학이 함께, 그리고 동시에 사물을 보길 원했다. 그의 눈에 기술은 단지 기술이 아니고 ‘마음’이었다. 기술은 인간의 욕구를 가장 세련되고 우아하게 구현해주는 ‘수단’일 뿐이라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잡스의 정신은 ‘고객 지향’의 너머에 있는 ‘고객이 원하기 이전에 존재하는 욕구’를 채워주고 있다.

실제로 잡스는 “내 말은 사람들은 스스로 원하는 시간에, 스스로 원하는 방식으로, 스스로 원하는 기기를 통해서 엔터테인먼트를 즐기고 싶어 한다는 의미다. …따라서 우리는 사람들에게 무엇이든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것을 볼 수 있도록 해주고 싶다(2010 Apple Special Event)”고 밝혔다.

이 같은 잡스의 고백 뒤에는 ‘도대체 사람들은 무엇을 진짜로 원하는 거야?’라는 질문이 아른거리고 있다. 단순히 ‘소비자의 욕구’나 그 욕구를 채워 줄 어떤 기술적인 부분이 아니라 그들이 원하는 것에 대한 본질을 탐구했다는 얘기다.

이처럼 책은 왜 그가 그런 말을 하는지, 왜 그가 창의적일 수 있는지, 왜 그가 그렇게 가혹하게 직원들을 대하는지, 왜 그가 그토록 일에 열정을 발휘할 수 있는지를 탐구하고 있다.

이남훈 지음 / 팬덤북스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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