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청와대가 74년 만에 국민에게 전면 개방된 10일 오전 시민들이 청와대 정문 개방 전 관내를 관람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천지일보 2022.5.10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청와대가 74년 만에 국민에게 전면 개방된 10일 오전 시민들이 청와대 정문 개방 전 관내를 관람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천지일보 2022.5.10

尹 취임식 동시에 靑정문 개방

10일 하루 2만 6000명 관람

“생각 이상으로 넓어서 놀라”

개방에도 건물 내부는 못 봐

시민 대부분 “아쉽다” 표출

탁현민 “文때와 똑같아” 비판

文때 있던 가이드도 더는 없어

靑 지하 벙커 등 방치도 고민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고립된 곳에서 벗어나 국민하고 소통을 잘하겠다고 얘기했으니, 초심 잃지 말고 끝까지 말 지켰으면 좋겠어요.”

청와대 전면개방 행사에 참여한 이병종·김원희(남·여, 60대, 강원도 원주)씨 부부의 소감이다.

취임 전 약속에 따라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시작되는 10일 청와대가 개방됐다.

대북 타고(打鼓)와 함께 이날 오전 11시 37분쯤 청와대 정문이 열렸다. 청와대가 완전히 개방된 것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74년 만이라는 게 대통령실과 문화재청 설명이다.

열린 정문을 통해 지역주민과 학생, 소외계층 등 국민대표 74명이 손에 봄의 약속을 상징하는 매화꽃다발을 들고 입장했다.

그 뒤를 따라 이날 입장이 허가된 관람신청 사전 예약자 수천명이 따라 청와대로 들어갔다. 이날 하루만 2만 6000명이 청와대를 관람한다. 앞으로 매일 오전 7시부터 오후 7시까지 6차례에 걸쳐 회차별 6500명씩 매일 3만 9000명이 청와대를 관람하게 된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지난달 27일부터 청와대 관람신청을 받은 결과 3일 만에 112만명이 넘는 시민들이 응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청와대가 74년 만에 국민에게 전면 개방된 10일 오전 국민대표 74인이 개문된 청와대 정문으로 입장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천지일보 2022.5.10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청와대가 74년 만에 국민에게 전면 개방된 10일 오전 국민대표 74인이 개문된 청와대 정문으로 입장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천지일보 2022.5.10

청와대 내부 대정원에선 ‘우리, 다 함께 누려요’라는 제목으로 종묘제례보존회, 종묘제례악보존회의 축하공연이 열렸다. 마침 이날은 조선왕조의 종묘사직이 온전히 모습을 회복한 날이기도 하다. 서울 사직도 사직단 전사청 권역의 복원 공사를 끝내고 이날 공개했기 때문이다.

청와대에 들어선 시민들은 청와대 영빈관, 상춘재, 녹지원, 춘추관 등 곳곳을 둘러보며 즐겁게 담소를 나눴다.

특히 사진과 영상으로 접하던 푸른 지붕의 본관을 바라본 이들은 연신 휴대전화와 카메라를 동원해 연신 사진을 찍었다.

박종원(63, 남, 경기 부천)씨는 “공지가 나오자마자 바로 신청했다”며 “새 시대가 열린 기념으로 방문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박씨는 “새로운 희망을 본다”며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감도 드러냈다.

여자친구와 함께 당첨돼 이곳을 찾은 이상훈(21, 남, 충남 홍성)씨도 인터넷으로 곧바로 신청해 첫 방문자가 될 수 있었다.

이씨는 “대통령이 머무는 공간이니 마냥 궁금했다”며 “항상 보던 건 이 건물(본관) 하나인데, 많이 커서 놀랐고 (청와대가) 생각보다 넓어 놀랐다”고 전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청와대가 74년 만에 국민에게 전면 개방된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에서 시민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천지일보 2022.5.10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청와대가 74년 만에 국민에게 전면 개방된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에서 시민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천지일보 2022.5.10

친구와 함께 신청했으나, 자신만 당첨돼 혼자 오게 됐다는 양단아(33, 여, 서울 마포)씨는 “경복궁의 신식 건물 같은 느낌”이라고 신기해했다.

양씨는 “어렸을 때 학교에서 단체로 와서 청와대 앞에서 사진 찍고 그런 기억이 있었다”며 “청와대가 개방한다기에 그때 생각이 들어서 보고 싶어 신청했다”고 방문 계기를 설명했다.

새 정부에 대한 견해를 밝히던 양씨는 특히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이날 청와대는 본관 뿐 아니라 영빈관, 대통령 관저도 공개했다. 청와대 안의 건물이 대부분 그렇지만, 대통령 관저는 특히 기둥부터 해서 예전 궁궐느낌을 더 살린 모양새였다.

대통령 관저를 유심히 관찰했던 이병종·김원희씨 부부는 “미국 대통령 집(백악관)보다 청와대가 넓지 않나. 어디서든 나라 일 잘 보면 되니까 이 넓은 면적을 시민에게 개방한 것은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병종씨는 “관저가 낡긴 낡았네”라며 “꼭꼭 숨겨진 곳을 보게 돼 감회가 남다르다”고 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청와대가 74년 만에 국민에게 전면 개방된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에서 시민들이 청와대 관저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천지일보 2022.5.10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청와대가 74년 만에 국민에게 전면 개방된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에서 시민들이 청와대 관저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천지일보 2022.5.10

다만 대부분의 시민이 청와대를 즐겁게 관람하면서도, 건물 내부를 들어가 보지 못한 것을 아쉬워했다. 이번 개방은 건물 외부에서 바라보는 것까지만 가능하다. 이 때문에 많은 시민들이 창문에 붙어 내부를 들여다보거나 카메라를 창문에 딱 붙이고 사진을 찍었다.

경비를 선 관계자는 줄지어 내부 관람 가능 여부를 묻는 시민들에게 계속해서 설명해야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파란색 펜스를 친 공간 앞까지만 접근할 수 있도록 안내할 예정”이라며 “향후 내부 관람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문재인정부의 탁현민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은 지난 5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현재(문재인 정부 시절) 개방 상태와 다를 바가 하나도 없다”고 지적했다.

탁 전 비서관은 “지금도 모든 건물 앞까지는 다 개방돼 있고 본인이 신청해서 가이드와 함께 청와대 곳곳을 투어한다”며 “똑같은 방식인데 가이드는 없어지고 건물 안으로 못 들어가는 거라면 이걸 무슨 전면개방이라 할 수 있나”고 비판했다.

청와대 지하 벙커 등 최첨단 장소·장비 등을 앞으로 전혀 활용하지 못한다는 점도 비판 요소로 꼽힌다.

군사전문가인 정의당 김종대 전 의원은 지난 3월 MBC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초현대식 벙커를 옆에 놔두고 방송 중계 차량 같은 비좁은 차량에 들어가 위기관리를 하겠다고 입장을 정한 것은 안보 불안을 심화시키는 매우 부적절한 판단”이라고 꼬집었다.

또 “(청와대 개방과 함께) 위기관리센터는 불능화되는 것”이라며 “박근혜 정부 때 현대화한 국가 자산을 개방 이유로 불능화하고 안보위기에 대응한다는 이런 부분들이 너무 불안하고 즉흥적인 행태”라고 비판했다.

청와대가 74년 만에 국민에게 전면 개방된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에서 시민들이 청와대 대통령 관저를 둘러보고 있다. ⓒ천지일보 2022.5.10
청와대가 74년 만에 국민에게 전면 개방된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에서 시민들이 청와대 대통령 관저를 둘러보고 있다. ⓒ천지일보 2022.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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