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방문, 5.24 조치 풀기 위한 수순?

[천지일보=임문식 기자] 최근 대북 정책을 두고 한나라당의 유화적인 제스처가 잇따르자 보수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의 방북 등으로 조성되고 있는 ‘대화무드’가 대북 제재의 빗장을 풀지나 않을까 하는 염려다.

홍 대표는 지난달 30일 개성공단을 방문했다. 집권당 대표로선 처음이다. 방문 목적은 입주 기업들의 어려운 점을 들어보고, 도울 방안을 찾아보겠다는 것이다. 더불어 그는 “남북관계의 막힌 것을 뚫는 것이 정치인의 책무”라는 말까지 했다. 표면상 실무방문이지만 남북관계 개선이라는 정치적 목적도 포함됐음을 숨기지 않았다.

보수 시민사회는 홍 대표의 방북에 불안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금강산 박왕자 씨 총격 사건,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사건 등에 대해 북한의 사과 없이는 대북 제재를 풀 수 없다는 게 대북 원칙인데, 집권당이 앞장서 이를 깨려 한다는 것이다.

최인식 국민행동본부 사무총장은 29일 ‘한나라당과 시민사회진영과의 끝장토론’에서 홍 대표의 방북을 두고 “(천안함 사건 등에 대해) 김정일 정권이 사과 한마디 하지 않고, 어떤 변호도 하지 않고 있는데, 집권당의 대표가 앞장서 대북 원칙을 무너뜨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홍 대표는 “(대북) 원칙을 허물겠다는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보수계는 한나라당이 보여준 일련의 대북 행보에 대해 불안감을 감추지 않았다. 홍 대표가 취임하면서 시민단체로서는 가장 먼저 참여연대를 방문했고, 현인택 전 통일부 장관 교체를 가장 먼저 요구했다는 것이다. 더구나 ‘통영의 딸’ 신숙자 씨 사건과 ‘독침 테러’ 기도 사건 등에 대한 미온적인 태도도 한나라당의 대북 원칙이 흔들리는 조짐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특히 보수계가 의구심을 보내는 부분은 개성공단 방문에 정부 관리가 아닌 집권당 대표가 나선 점이다. 최 사무총장은 “실무방문이라면 지난 정부에서도 관계 부처 장관이나 가지 당 대표가 가야 할 정도는 아니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홍 대표의 방북을 두고 이명박 대통령이 5.24 조치를 풀기 위한 명분 만들기용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