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자포리자의 한 실향민 센터에서 손자 마트비가 할머니 나탈리아 포토츠카(43)가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고 있다. (출처: 뉴시스)
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자포리자의 한 실향민 센터에서 손자 마트비가 할머니 나탈리아 포토츠카(43)가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고 있다. (출처: 뉴시스)

11주 접어든 우크라-러 전쟁

동부 격전 계속… “대피소 폭격”

마리우폴 폭격 속 민간인 탈출

하르키우 등 우크라군 반격도

흑해선 러 함정 드론으로 격침

[천지일보=이솜 기자] 러시아군이 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남부 오데사에 순항미사일을 발사하고 마리우폴에 있는 제철소를 폭격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이 제철소 안에 있던 여성, 어린이, 노인들이 공장 밖으로 대피했다고 발표했으나 군인들은 여전히 제철소 안에서 항거했다.

11주째 전투를 지속하며 예상 밖의 선전을 보이는 우크라이나군은 지난 2월 전쟁 첫날 점령됐던 흑해 섬에 대한 반격을 가했다. 서방 군사 분석가들은 우크라이나군이 우크라이나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인 하르키우 주변에서도 진격하고 있다고 봤다.

세계 2차 대전 이후 가장 큰 유럽 분쟁은 수천명을 죽이고, 수백만명을 그들의 집에서 탈출하게 하고, 일부 도시를 파괴하는 고통스러운 소모전으로 이어졌다. 우크라이나 지도자들은 77년 전 나치 독일의 패망 기념일을 앞두고 공격이 악화될 것이라고 경고했으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공습경고에 주의를 당부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날 성명을 내고 젤렌스키 대통령과 그의 국민이 “2차 세계대전에서 승리한 사람들의 정신을 상징한다”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이유 없는 전쟁을 정당화하기 위해 역사를 왜곡하려 한다”고 비난했다. 이어 “유럽에서 다시 전쟁이 격화함에 따라 우리는 역사적 기억을 조작하려는 사람들에게 저항할 결의를 높여야 한다”며 “미국과 영국은 유럽에서의 연합군의 승리를 기념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는 격렬한 전투가 계속되고 있다. 돈바스를 구성하고 있는 두 곳 중 하나인 루한스크 지역의 주지사는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90명이 대피하고 있던 빌고립카 마을의 학교가 파괴됐다고 밝혔다. 그는 텔레그램에 불타는 잔해 사진을 올리며 30명이 학교에서 구조됐다고 전했다. 구조대는 이후 두 구의 시신이 발견됐으며 잔해 속에 더 많은 시신이 묻혀있을 수 있다고 보고했다. 주지사는 또 프라이빌리아에서 11살과 14살 소년 2명이 러시아군의 포격으로 숨졌으며 8살과 12살 소녀 2명과 69살 여성 1명이 부상했다고 말했다.

[마리우폴=AP/뉴시스]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이 제공한 영상 사진에 지난 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마리우폴의 아조우스탈 제철소에서 불길과 연기가 치솟고 있다.
[마리우폴=AP/뉴시스]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이 제공한 영상 사진에 지난 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마리우폴의 아조우스탈 제철소에서 불길과 연기가 치솟고 있다.

◆우크라, 육상·해상서 반격 이어가

러시아군은 주말 우크라이나를 바다로부터 차단하고 몰도바의 친러 분리주의 지역인 트란스니스트리아를 잇는 길을 만들기 위해 우크라이나 남부에도 폭격을 가했다. 이날 러시아 순항 미사일 6발이 오는 10일 아침까지 통행금지령이 내려진 오데사를 강타했다. 오데사 시의회는 미사일 4발이 가구회사를 덮쳤고 파편이 고층 아파트에 심각한 손상을 입혔다고 전했다. 다른 미사일 두 발은 오데사 공항을 강타했는데 앞서 이 공항의 활주로는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파괴됐다.

남부 마리우폴의 마지막 저항지인 아조우스탈 제철소에서는 구조대가 이날 마지막 민간인들을 대피시켰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부상자와 의료진을 구출하는 데 초점을 맞추겠다고 밝혔다. 전날 외신 보도에 따르면 마리우폴에서 대피 시도 중 우크라이나군 3명이 사망하고 6명이 부상을 당했다. 이 제철소에는 우크라이나군 약 2000명이 아직 전투 중이며 러시아의 촉구에도 항복하지 않겠다고 거듭 다짐해왔다.

하르키우는 여전히 러시아군 폭격의 주요 표적이다. 이고르 코나셴코프 러시아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러시아군이 이 지역에서 이스칸데르 미사일로 미국 등 서방 국가로부터 대량 수송된 무기들을 타격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서방 군사 분석가들은 우크라이나군이 하르키우 주변 진지를 확보하는 데 진전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우크라이나군은 마을 5개를 탈환했으며 러시아군의 진격을 늦추기 위해 도시 북동쪽 도로에 있는 다리 3개를 파괴했다고 주장했다. 미 싱크탱크 전쟁연구소는 가장 최근의 평가에서 “우크라이나군이 앞으로 며칠 동안 러시아군을 하르키우 포병 사정거리 밖으로 밀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흑해에서도 우크라이나군의 반격이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흑해 즈미니섬(뱀섬) 인근에서 우크라이나군의 터키제 바이락타르TB2 드론이 러시아군의 세르나급 상륙정 1척을 타격했다며 전날 이 장면을 담은 영상을 트위터에 올렸다. 국방부는 “5월 9일(러시아 전승절)이면 열리던 러시아군의 흑해함대 군사 행진이 올해는 즈미니섬 바다 밑바닥에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방부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지난달 흑해에서 모스크바호가 침몰한 이후 우크라이나군의 러시아 선박 파괴는 두 번째다. 즈미니섬은 전쟁 초기 러시아군에 점령된 곳으로 항복 요구를 받은 우크라이나 국경 수비대가 “러시아 군함은 꺼져버려라”고 한 교신이 공개된 바 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