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용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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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숙 전 의원이 “부모 네트워크 활용이 중요하다고 알려진 치의학전문대학원·로스쿨·치대·한의대 입시에서 비리나 편법이 있었는지 지난 10년 치 교수 자녀 전수 조사하자”고 요청했다. 교육부가 2007년부터 2018년까지 미성년자가 공저자로 등록된 연구는 1033건이고, 이 중 교수들이 자신의 미성년자나 동료 교수 자녀를 논문 공저자로 올린 사례는 96건이라고 발표했다. 이에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교육부는 교수의 ‘미성년 공저자 끼워 넣기’ 사례로 적발된 전체 명단을 공개하고, 대학은 96건 모두에 대해 입학 취소 결정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공정·상식·실용을 3대 국정 원칙으로 내세우고 출범하는 새 정부의 국무총리, 장관 후보자들의 아빠 찬스, 부모 찬스 사례를 보며 국민은 분노하고 있다. 공정과 상식은 일반 서민들에게만 적용되는 원칙이고, 상류층은 공정과 상식과 이토록 먼 삶을 사는 줄 몰랐다. 편법과 반칙으로 그들만의 리그를 구성해 살고 있었다. 이 정도일 줄 몰랐기에 정말 할 말이 없다. 병역, 입시, 탈세, 전관예우, 장학금, 위장전입, 이중계약 등 교묘하게 법망을 피하며 사는 세상은 서민들의 삶과는 동떨어진 세상이다. 사업하는 사람들이 어떤 꼼수도 마다하지 않고 탈세를 위해 애쓰는 모습을 보면서 이해가 안 갔는데, 정직하게 사는 사람이 이상할 정도로 우리 사회 곳곳에서 편법과 탈법이 판을 치고 있었다.

정치권 인사들이 주장하는 ‘교수 자녀 전수 조사’는 사실 불가능하다. 엄연한 개인정보이기 때문에 본인들이 ‘개인정보 동의’를 해야 하는데 동의할 리 만무하다. 범죄 사실이 고발돼야 수사를 통해 밝힐 수 있는 사안이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할 수만 있다면 교수 자녀뿐 아니라 국회의원, 고위 공직자, 재벌, 시민단체, 고위직 공무원, 군 장성 등 모두 조사해야 한다. 입시와 병역에서 비리가 있는 자들은 절대로 공직에 발을 들여놓지 못하는 풍토가 조성돼야 상류층이 각성한다.

아무런 죄의식 없이 저지르는 상류층의 편법, 탈법의 시작은 그들만의 리그를 만들기 위해 짬짜미로 도입한 수시, 학생부종합전형, 의전원, 로스쿨 등 제도로부터 기인한다. 고등학생이 논문에 공저자로 참여해 점수를 받는 비상식적인 전형도 그들이 만들었다. 국민을 기만해 서민의 자녀들이 입학할 수 있는 몇 개의 전형은 생색내기로 만들고, 나머지는 자신들의 자녀를 용으로 만들기 위해 만든 제도였다는 게 드러났다. 현대판 음서제가 따로 없다. 홍준표 의원이 대통령 후보 시절 내세운 공약인 외교원·의전원·로스쿨 폐지 후 외무고시·의대·사법고시 부활, 정시 확대가 옳았다. 제도 자체를 없애지 않으면 상류층의 편법을 막을 수 없다. 부모 찬스가 개입할 수 없는 정시 100% 확대를 추진 안 하는 이유가 더 명확해졌다.

하류층에 속했던 필자도 현행 입시 제도하에서는 국립대 사범대에 진학할 수 없었고, 필자의 아들도 서울대에 진학할 수 없었다. 지금 시대에 학생 자녀를 둔 서민층 부모의 상실감과 배신감이 클 수밖에 없다. 그 어떤 특혜나 비리, 스펙 품앗이가 끼어들지 못하도록 수능 시험 위주의 입시 제도로 개편해야 한다. 공정과 상식을 기치로 내세운 정부에서 개혁하지 않으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장담할 수 없다. 우크라이나처럼 전쟁이 나면 가장 나라의 혜택을 많이 받은 상류층 자제들이 서로 먼저 국외로 탈출할 게 뻔하다.

조부모의 재력을 물려받아 상류층이 된 사람들이, 자녀들은 자금력과 편법, 품앗이를 동원해 또 용으로 만들었다. 부모 찬스를 최대한 활용해 명문대에 진학하고 유학이나 장학금 혜택도 100개 중 1개가 부족하다며 가져갔다. 이런 코스를 밟은 자들이 또 사회의 지도층 그룹을 형성하니 철옹성 같은 그들만의 세상이 만들어져 온갖 편법을 누리며 산다. 그런 자들이 공정과 상식을 외친들 국민이 귀담아들을 리 없다. 상류층이 용이 돼 하늘에서 사는 동안 서민들은 살인, 방화, 보험사기 등 개천에서 아귀다툼을 벌이며 살고 있다.

과거에 대한 전수 조사가 불가능하다면 앞으로라도 편법이나 탈법을 저지르지 못하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누구나 개인의 노력만으로 좋은 대학, 좋은 직업, 장학금을 받을 수 있도록 시험만으로 선발하는 공정한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그래야 책상에 앉아 밤새며 공부하는 수험생과 뒷바라지하는 서민 부모의 가슴에 맺힌 응어리를 풀어줄 수 있다. 위조가 참 나쁘다고 생각했지만, 새 정부 인사들의 사례를 보니 위조와 찬스는 한 끗 차이다. 누가 누굴 욕할 수 없을 정도로 치졸함의 극치를 본다. 공정을 외치던 자들이 알고 보니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를 나무란’ 꼴로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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