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억대 횡령’에 주춤했던 우리금융, 外人 매수세 전환

[천지일보=김누리 기자] 우리은행에서 600억원 규모의 직원 횡령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후폭풍이 우리금융에도 미치고 있다. 재무제표 수정 가능성이 점쳐지는 가운데 횡령에 민감한 외국인의 투자 심리가 악화될 것으로 전망되면서다.

이에 따라 외국인 투자 유치에 나설 것으로 밝힌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의 거동에 귀추가 주목된다. 손 회장은 이달 싱가포르에 이어 6월 미주 지역에서 해외 실적보고(IR)를 열어 외국인 투자 유치에 나설 예정이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우리은행 모회사인 우리금융지주는 횡령 사고가 발생한 지난달 29일 3.59% 하락했으나 전날 1.36% 반등했다. 이 기간 외국인은 64억원(42만주) 매도한 이후 98억원(66만주)을 사들였다.

우리은행 기업개선부 차장 직원 A씨는 2012년부터 2018년까지 6여년간 회사자금 614억 5214만 6000원(잠정)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횡령금 대부분은 옛 대우일렉트로닉스 매각에 참여했던 이란 가전업체 엔텍합에 우리은행이 돌려줘야 하는 계약보증금인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개인 계좌가 아닌 은행 등 제3자가 관리하는 일종의 전용 계좌인 에스크로 계좌를 이용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씨가 범행 과정에서 은행 내부문서를 위조한 혐의를 포착해 추가 조사에 들어간 상황이다. 서울 남대문경찰서 등에 따르면 A씨는 2012년과 2015년에는 부동산 신탁 전문 회사에 돈을 맡기겠다고 속여 담당 부장의 결재를 받아냈다. 2018년에는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돈을 맡아 관리하기로 했다는 허위 문서를 작성해 승인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에서는 추후 횡령 금액이 확정되면 횡령 기간 재무제표 수정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투자자 신뢰 기준인 재무제표가 변경될 경우 투자 위험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외국인들은 공시 정보를 통해 기업들을 평가하게 돼 향후 우리금융 지분을 점차 줄여나갈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악재 가운데 손 회장과 이원덕 우리은행장의 거동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앞서 지난달 22일 손 회장은 이달 싱가포르, 6월 미주 지역에서 열리는 해외 IR에 참석해 외국인 투자 유치에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행장의 경우 이날 정은보 금감원장과 간담회에서 이번 사태에 대한 의견을 밝힐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