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경기도 의왕시 모락산을 찾은 등산객들이 산을 오르고 있다.ⓒ천지일보 2022.5.1
[천지일보 의왕=이성애 기자] 지난 24일 경기도 의왕시 모락산을 찾은 등산객들이 산을 오르고 있다.ⓒ천지일보 2022.5.1

의왕 모락산 새해 해맞이 행사

전쟁 당시 정상서 치열한 전투

경기도 기념물 제216호 지정

돼지 바위 찾아와 소원 빌어

백운사의 운치 사철나무 산길

[천지일보 의왕=이성애 기자] 신록의 계절 4월의 끝자락,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연초록의 나뭇잎은 싱그러움을 뿜어내며 사람을 유혹한다. 멀리 가지 않아도 긴장을 풀고 둘레길과 낮은 야산에서 싱그런 풀 냄새를 맡을 수 있다. 경기도 의왕시 정중앙에는 높이 385m의 모락산이 있다. 해발 385m지만 절벽과 기암괴석, 암릉 등으로 이뤄져 있다.

모락산(慕落山)은 조선시대 세종의 넷째 아들 임영대군이 이 산에 올라 서울을 향해 멀리 있는 궁궐을 바라보고 행하는 예를 올려 ‘서울을 사모하는 산’이라 불린다는 이야기와 임진왜란 때 왜구들이 이 산에서 사람들을 몰아 죽였다고 해서 모락산이라 전해진다. 

이곳은 의왕 마을에서 다양한 수준의 출발코스가 마련돼 산을 오르는 재미가 쏠쏠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까지는 매년 해맞이 행사를 열어 의왕시민들이 소원을 빌러 오는 장소 중 하나로 꼽힌다.

ⓒ천지일보 2022.5.1
[천지일보 의왕=이성애 기자] 지난 24일 경기도 의왕시 모락산에 붉게 핀 홍매화. ⓒ천지일보 2022.5.1

◆‘솔마루 계단’ 타고 만난 정상

북수원, 의왕 방면으로 우측 출구로 나오면 경수산업도로를 만난다. 서울 외곽순환도로를 지나 사거리를 통과하면 무궁화아파트가 보인다.

의왕시 무궁화아파트 입구에 들어서면 모락산 둘레길 종합안내판이 길을 안내한다. 또 다른 이야기와 역사가 전해지는 모락산 둘레길은 총 12.6㎞로 3시간 40분 정도 소요된다. 마을을 등지고 500m를 올라가면 각종 운동기구가 갖춰진 헬스장을 볼 수 있다.

1코스는 코스가 완만해 팔각정 정상까지 1시간 소요된다. 주민들이 산책하듯 오르내리는 나지막한 동네 뒷산은 어디에나 있지만 경기 의왕시 모락산은 조금은 특별하다. 한국전쟁 당시 모락산 정상에서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고, 부근에는 현대에 세워진 전승 기념비가 자리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2.5.1
[천지일보 의왕=이성애 기자] 지난 24일 경기도 의왕시 모락산 중턱에 자리잡은 돼지 바위 모습. ⓒ천지일보 2022.5.1

산길을 걷다 보면 돼지가 웃고 있는 모습을 닮은 돼지 바위를 만난다. 한해의 운수대통을 기원하는 사람들이 돼지 바위를 찾아와서 소원을 빈다. 정상을 눈앞에 두고 펼쳐지는 과수밭의 홍매화도 한 폭의 그림 같다.

정상에 가까이 가면 ‘솔마루 계단’을 타야 한다. 솔솔바람을 줄여 쓴 솔마루는 산꼭대기 최고봉을 말한다. 그리 높지 않은 산임에도 거친 숨을 몰아쉬는 등산의 묘미를 즐길 수 있는 구간이다. 솔마루 계단을 오르면 어느새 최고봉 385m 정상에 도달한다. 태극기 봉이 펄럭이는 산 정상에서 바라보는 경수산업도로의 풀어 놓은 절경은 흰 띠처럼 아름답게 한눈에 들고, 북동쪽으로 경계선과 백운호수가 보인다. 날씨가 맑은 날이면 서쪽으로 시가지 너머 수리산과 관악산까지 가깝게 볼 수 있다.

ⓒ천지일보 2022.5.1
[천지일보 의왕=이성애 기자] 지난 24일 경기도 의왕시 모락산 385m 정상. ⓒ천지일보 2022.5.1

◆전쟁 당시 요충지로 활용한 모락산성

모락산 정상에 있는 모락산성은 정상부를 감싸고 있는 산지를 둘러싼 돌로 쌓은 성으로 전체 둘레는 920m이다. 백제시대에 축조된 모락산성에 관한 안내문을 지나면 6.25 전승 기념비가 있는 넓은 쉼터가 나온다. 한국전쟁 당시 모락산을 포함한 수리산과 백운산 주변은 수도 서울을 탈환하기 위해 반드시 확보해야 하는 요충지였다는 팻말이 보인다. 현재는 문터·치성·망대터·건물터 등이 남아있으며 경기도 기념물 제216호로 지정돼 있다.

1951년 1월 한국군은 모락산 정상에서 중공군과 벌인 전투에서 승리했다. 이를 기리는 전승 기념비가 1999년에 세워졌다. 이 부근에서 매년 전승 기념비 참배 행사가 열린다.

모락산에는 임영대군에 얽힌 이야기가 곳곳에 전해진다. 정상에서 멀지 않은 곳에 절터 약수터가 있는데, 이곳 역시 임영대군이 창건한 경일암의 옛터로 추정된다. 지금도 흙바닥에서 건물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발굴조사 당시에는 기와, 토기, 자기 파편 등이 여러 점 발견됐다. 현재 등산객들을 위한 쉼터와 팔각정이 마련됐다. 

ⓒ천지일보 2022.5.1
[천지일보 의왕=이성애 기자] 의왕 왕곡동에 있는 고요한 산사 백운사 전경. ⓒ천지일보 2022.5.1

◆운치 있는 산길 백운사

의왕 왕곡동에 있는 고요한 산사 백운사는 백운산 능선에 위치한다. 고려시대 80여개의 암자 중에서 조선시대 탄압에도 유일하게 남아있는 사찰이다. 백운사를 오르는 신작로 양 옆길에는 부처님 오신 날 행사를 앞두고 알록달록한 연등이 행렬을 이룬다. 대웅전과 요사채가 전부인 백운사의 운치는 산길에 있다. 잘 다듬어진 산길은 빽빽한 사철나무에 뒤덮여 비경을 자랑한다.

ⓒ천지일보 2022.5.1
[천지일보 의왕=이성애 기자] 의왕 왕곡동 고요한 산사 백운사에 지난 24일 소원을 담은 형형색색의 연등이 걸려있다. ⓒ천지일보 2022.5.1

의왕시는 지난 3월 백운사 입구에 새롭게 조성된 누리길 산책로 데크 옆에 자산홍 5000주를 심었다. 향후 꽃이 피면 꽃길을 따라 산책하는 시민들에게 쾌적한 공간을 제공해 코로나19로 지친 마음을 위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모락산을 찾은 이아름(60, 여, 과천시)씨는 “등산한 지 오래됐지만 야산이라 도전했다”며 “초록 나뭇잎을 보며 새가 지저귀는 소리를 들으니 그 자체가 힐링”이라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천지일보 2022.5.1
[천지일보 의왕=이성애 기자]  의왕 왕곡동 고요한 산사 백운사 주변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새. ⓒ천지일보 2022.5.1

◆맛집의 명소 백운호수

천천히 오른 낮은 산이지만 하산할 때는 어느새 해가 중천에 떠 점심시간을 알린다. 주변의 백운호수는 맛집으로 소문난 명소다. 다른 지역 사람들이 당일 산행을 위해 모락산을 찾는 이유다.

매콤한 맛이 입맛을 돋우는 코다리는 온몸을 빨갛게 휘감은 채 식탁에 오른다. 적당하게 여문 명태살은 존득존득하고 알싸해 입안의 침샘을 자극한다. 콩나물에 비벼 김에 싸서 먹는 매콤 명태요리는 등산 후 에너지 보충에 안성맞춤이다. 겨우내 묶여있던 오리배가 얼음을 깨고 활발히 운행하는 모습도 보인다. 창문 너머로 보이는 오리배의 풍광은 여유롭게 식사 시간을 즐길 수 있게 한다. 여름이면 수상스포츠를 즐길 수 있어 많은 사람이 모인다. 산책로가 잘 조성돼 있어 호수를 바라보며 걷기에도 좋다. 등산과 걷기를 하루 코스로 다 해결할 수 있는 의왕 모락산과 주변을 추천해 본다.

ⓒ천지일보 2022.5.1
[천지일보 의왕=이성애 기자] 의왕시 백운호수 주변 명태요리. ⓒ천지일보 2022.5.1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