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갤럭시 '야행성 사람들' 광고 (출처: 삼성 유튜브 갈무리, 연합뉴스)
삼성 갤럭시 '야행성 사람들' 광고 (출처: 삼성 유튜브 갈무리, 연합뉴스)

삼성전자가 새벽 2시 런던 거리에서 혼자 조깅하는 여성이 등장하는 광고를 내보냈다가 영국에서 여성 안전문제에 둔감하고 비현실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삼성전자는 최근 '야행성인 사람들'이라는 제목의 1분짜리 갤럭시 광고를 유튜브 등 온라인에 게재했다.

이 광고에선 젊은 여성이 새벽 2시에 나와서 갤럭시 버즈를 귀에 꽂은 채 혼자 어두운 거리와 골목을 달리고, 자전거를 탄 남성과 잠시 대화하기도 한다.

이 광고가 공개되자 온라인에서는 여성 안전에 둔감하고 비현실적이라는 비판이 쇄도했다.

유튜브 해당 광고 아래에는 "(광고를 보는 도중) 얼마나 안전하지 않을까만 생각하게 된다"거나 "광고 주인공이 실제론 새벽 2시에 런던에서 혼자 밖에 나갈 생각을 못할 것"이라는 등의 댓글이 달렸다.

한 댓글 작성자는 "현실에선 여성은 어두워진 뒤 달리는 걸 두려워하며, 헤드폰을 낀다는 건 생각할 수도 없다"고 적었다.

트위터에도 "이 광고는 진실을 보여주지 않는다. 내 주변엔 헤드폰을 끼고 새벽 2시에 혼자 뛰면서 안전하다고 느끼는 여성은 없다"(이용자 Taz), "이 광고와 관련된 여성은 배우 밖에 없을 것"(이용자 David Challen) 등의 글이 게시됐다.

'여성들의 달리기'라는 단체는 성명에서 "이 광고는 대부분의 여성이 달리기할 때 안전하다고 느끼지 않는다는 점을 다루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영국 주요 언론들도 같은 반응을 보였다.

BBC는 28일(현지시간) 삼성전자의 이 광고가 일부 여성 달리기 단체와 여성 안전 관련 활동가들에게 비현실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가디언지도 새벽 2시에 여성이 혼자 조깅하는 광고가 비현실적이고 둔감하다는 비판을 받는다고 했고, 텔레그래프도 밤에 도시에서 여성이 혼자 달리는 광고에 여성 안전에 무신경하다는 비판이 나왔다고 보도했다.

영국에선 지난해 30대 여성이 런던에서 밤에 걸어서 귀가하다가 경찰관에게 납치, 살해된 사건으로 여성 안전 문제가 크게 불거졌다.

올해 1월엔 아일랜드에선 23세 여교사가 오후 시간에 운하 주변 산책로에서 혼자 달리다가 살해된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영국 통계청 최근 데이터에 따르면 여성의 절반은 어두울 때 혼자 걸어가면서 안전하지 않다고 느낀다.

삼성전자는 성명에서 "이 광고는 개성과 언제든 운동할 수 있는 자유를 기린다는 긍정적인 메시지를 염두에 두고 기획한 것이며 여성 안전 논의에 둔감하려던 의도는 절대 아니었다"라며 사과했다.

(런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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