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3월 17일 불가리아 키렌의 한 주유소. 한때 모스크바의 가장 가까운 동맹국 중 하나였던 불가리아는 지난 가을 새로운 자유주의 정부가 정권을 잡은 후 그리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군사 침공 이후 러시아와의 오래된 관계를 끊었다. 불가리아는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지지했고 우크라이나에 인도적 지원을 했으며 우크라이나에서 온 난민 9만명을 수용했다. (출처: 뉴시스)
2003년 3월 17일 불가리아 키렌의 한 주유소. 한때 모스크바의 가장 가까운 동맹국 중 하나였던 불가리아는 지난 가을 새로운 자유주의 정부가 정권을 잡은 후 그리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군사 침공 이후 러시아와의 오래된 관계를 끊었다. 불가리아는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지지했고 우크라이나에 인도적 지원을 했으며 우크라이나에서 온 난민 9만명을 수용했다. (출처: 뉴시스)

러, 폴란드·불가리아 가스 끊어

EU 러 ‘에너지 무기화’ 비판

러시아도 수입 40% 포기한 셈

유럽 에너지 탈러시아 가속화

[천지일보=이솜 기자] “러시아가 서방을 향해 첫 번째 총을 쐈다.” 라이스타드 에너지 분석가들의 말이다.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러시아가 일부 국가들에 대한 가스 공급을 차단하면서 에너지 전쟁이 유럽 전역으로 확산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27일(현지시간) 러시아가 폴란드와 불가리아로 가스 공급을 중단하기로 결정한 데 대해 에너지를 정치적 무기로 사용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한 러시아 가스 구매를 단계적으로 중단하고 이에 피해를 입는 국가들을 지원하며 재생 에너지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겠다고 약속했다.

국영 러시아 에너지 대기업 가즈프롬은 폴란드와 불가리아에 대한 가스 판매 대금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새로운 법령에 따라 러시아는 앞으로 가스 대금을 루블화로만 지급 받기로 했다. 폴란드와 불가리아가 루블화 대금을 거부하자 가스 수출을 멈춘 것이다.

◆“러, 서방 제재 중단하라는 경고”

EU는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전면적·단계적 금수 조치를 포함한 잠재적 제재 방안을 논의 중이다. 우르술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가즈프롬의 발표는 러시아가 가스를 이용해 우리를 협박하려는 또 다른 시도”라며 불가리아와 폴란드는 이미 EU 주변국들로부터 가스를 공급받고 있으며 중대한 혼란을 막을 방법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많은 유럽 국가들은 내년 겨울 난방철을 맞아 대체 가스를 앞다퉈 찾고 있는데 주로 미국과 중동에서 수입된 액화천연가스, 노르웨이와 북아프리카에서 유입된 가스다. EU는 가스 저장 시설을 80% 채운 채 올해 말까지 러시아 가스 구입을 3분의 2까지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전쟁 전에 EU는 천연가스의 약 40%를 러시아로부터 조달했다.

EU의 집행기관인 유럽위원회는 다음주 러시아에 대한 6차 경제 제재를 제안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석유 금수 조치 등을 포함한다.

러시아로서도 가스 공급 억제 결정은 곤경에 처한 러시아 경제의 주요 지지층 하나를 약화시킬 수 있는 고위험 도박이다. 석유와 가스 판매는 러시아 정부 수입의 40%를 차지한다.

러시아 국영 석유 회사는 최근 며칠 동안 석유 구매자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유럽 정유회사들은 제재를 떠나 이미 러시아 원유에서 벗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 토탈에너지 SE는 프랑스와 벨기에에 있는 4개 정유공장의 러시아산 원유 매입을 중단했으며 유럽 대륙에 6개의 정제소를 소유하고 있는 엑손모빌은 지난 2월 침공 이후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신규 계약을 체결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아르투르스 크리샤니스 카린슈 라트비아 총리는 러시아의 움직임은 EU가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전면 금수 조치를 늦추거나 중단하라는 경고를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문제는 누가 더 회복력이 좋은가”라며 “우크라이나인들은 그들의 목숨으로 지불하고 있고 우리는 더 높은 에너지 가격으로 지불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마테우슈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가 27일(현지시간) 폴란드 바르샤바 인근 렘벨슈치나에 있는 가스시스템 주유소에서 연설하고 있다. 폴란드와 불가리아 지도자들은 러시아 국영 에너지회사가 가스 공급을 중단하자 천연가스를 이용해 자국을 위협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출처: 뉴시스)
마테우슈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가 27일(현지시간) 폴란드 바르샤바 인근 렘벨슈치나에 있는 가스시스템 주유소에서 연설하고 있다. 폴란드와 불가리아 지도자들은 러시아 국영 에너지회사가 가스 공급을 중단하자 천연가스를 이용해 자국을 위협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출처: 뉴시스)

◆연료값 상승 불가피… 獨 경제 타격 커

러시아가 추가로 가스 공급 중단에 나선다면 연료 가격 상승은 불가피하다. EU의 경기 둔화에 더 많은 압력을 가하고 국제 시장에서 가스를 찾기 위한 경쟁을 유발해 전 세계적으로 더 높은 에너지 요금을 지불하게 된다. 미국에서 천연가스 가격이 올해 두 배로 올랐는데, 부분적으로 LNG 생산자들이 엄청난 속도로 천연가스를 유럽으로 운송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의 천연가스 가격은 현재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유럽 경제에서 인플레이션 압력의 주요 원천으로 남아 있다. 이날 기준 가격이 11%p 급등했다.

특히 이번 중단은 러시아로부터 천연가스의 4분의 3 이상을 공급받고 있었던 불가리아에게 더 큰 문제다. 아제르바이잔에서 가스를 수송하기 위해 그리스에서 불가리아로 가는 새로운 송유관은 오랜 지연에 직면했고 아직 완공되지 않았다고 원자재분석업체 ICIS의 가스 분석 책임자인 톰 마젝-맨서 연구원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말했다.

베를린에서는 올라프 숄츠 정부가 재생 에너지 투자와 LNG 터미널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분석가들에 따르면 러시아 가스 유입이 완전히 중단될 경우 독일은 에너지 배급제를 시행하고 일부 산업 활동을 중단해야 할 것이다. 앞서 국내 유수의 경제연구소들은 보고서를 통해 “러시아의 에너지 공급이 완전히 끊기면 독일은 급격한 경기침체에 빠질 것”이라고 예견했다.

독일에 이어 러시아 가스 구매 2위인 이탈리아도 이미 러시아 가스를 줄이기 시작했다. 4월에 이탈리아가 지금까지 수입한 러시아 가스량은 작년 같은 달의 약 절반 수준이다. 이탈리아의 마리오 드라기 총리와 외무장관은 알제리, 모잠비크, 앙골라를 포함한 국가들로부터의 가스 공급을 늘리기 위해 지난 한 달 동안 아프리카를 누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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