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과 회담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마리우폴 아조우스탈 제철소 민간인 대피에 유엔과 국제적십자위원회(ICRC)가 관여하는 것에 원칙적으로 동의했다.
[모스크바=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과 회담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마리우폴 아조우스탈 제철소 민간인 대피에 유엔과 국제적십자위원회(ICRC)가 관여하는 것에 원칙적으로 동의했다.

[천지일보=이솜 기자] 전쟁이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어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 정부가 26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에 무기 공급을 유지하기 위해 우방국들을 압박했다.

이틀 연속 이웃 나라인 몰도바의 친러 지역 트란스니스트리아에서 폭발이 발생하면서 러시아 방송 송신탑 2개를 파괴했다. 아무도 이번 공격의 책임을 주장하지 않았으나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트란스니스트리아를 전쟁에 끌어들이려는 시도라고 비판했으며 트란스니스트리아의 친러 세력은 우크라이나를 배후로 지목했다.

폴란드와 불가리아는 러시아 정부가 이날부터 천연가스 공급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두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은 루블로 천연가스 값을 지불하라는 러시아의 요구를 거부했었다.

폴란드는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보내기 위한 주요 관문이며 이번주에 우크라이나에 탱크를 보낼 것이라고 확인했다.

천연가스 공급 중단의 효과는 즉각적으로는 분명하지 않다. 폴란드는 러시아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수년간 노력한 후 그런 움직임에 잘 준비돼 왔다고 밝혔다. 불가리아는 천연가스의 90% 이상을 러시아로부터 공급받고 있으며 관리들은 다른 공급원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의 지도자들은 더 많은 지원이 빠르게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은 이날 독일 람슈타인의 미 공군기지에서 약 40개국 국방장관들을 소집하고 더 많은 지원을 하기 위해 논의했다. 

우크라이나군의 격렬한 저항이 러시아의 수도 점령 시도를 좌절시킨 후 모스크바는 현재 우크라이나 동부에 친러 세력이 있는 공업 지역인 돈바스 점령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돈바스의 작은 도시 토레츠크에서는 주민들이 씻을 빗물을 모으며 생존을 위해 애쓰고 있다.

영국군은 러시아군의 진격과 격렬한 전투가 돈바스 지역에서 보고됐으며 크레미나라는 한 마을은 며칠간의 전투 끝에 러시아군에 함락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에서는 러시아군이 지난 24시간 동안 35차례 공습으로 아조우스탈 제철소를 공격했다고 당국이 밝혔다. 이 제철소는 마리우폴에서 우크라이나군의 마지막 거점으로 민간인 약 1천명이 군인 2천명과 함께 대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리우폴 외에도 현지 관리들은 동부와 남부 도시들에 대한 공격으로 적어도 9명이 사망하고 여러명이 부상했다고 말했다.

나토 회원국들은 러시아군의 미사일 공격으로 우크라이나 남부 오데사 항구 지역과 이웃한 루마니아를 연결하는 철교도 파괴됐다고 밝혔다. 부상자는 없는 것으로 보고됐다. 우크라이나는 또 러시아군이 돈바스 외곽에 위치한 북동부 제2의 도시인 하르키우를 포격했다고 밝혔다. 남부 헤르손에서는 우크라이나군이 반격했다.

전날 주요 철도역 폭격과 함께 오데사 근처의 다리에 대한 공격은 러시아군의 접근 방식에 큰 변화를 나타내는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군은 지금껏 우크라이나를 점령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다리를 공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우크라이나군이 군대와 물자를 이동시키려는 시도를 막는 데 더 초점을 두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토레츠크=AP/뉴시스] 2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 토레츠크 주민들이 물탱크에서 식수를 받고 있다. 토레츠크 주민들은 전쟁으로 두 달 이상 수도가 끊긴 채 지내고 있다.
[토레츠크=AP/뉴시스] 2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 토레츠크 주민들이 물탱크에서 식수를 받고 있다. 토레츠크 주민들은 전쟁으로 두 달 이상 수도가 끊긴 채 지내고 있다.

◆우크라 옆 몰도바 연속 폭발에 확전 우려

우크라이나 남부 해안과 몰도바에서는 지난주 러시아 고위 장교가 크렘린의 목표는 동부 우크라이나뿐만 아니라 남부 전체를 확보하는 것이라고 발언한 이후 긴장의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이 지역은 우크라이나 국경지대에 인구 약 47만명이 있는 길고 좁은 땅으로, 러시아인은 약 1500명이 살고 있다.

트란스니스트리아에서의 폭탄 테러의 배후는 분명하지 않지만 이 공격은 러시아가 트란스니스트리아를 침공하거나 이 지역을 우크라이나 공격을 위한 또 다른 발진지로 이용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았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번 폭발은 러시아군이 감행한 것이며 몰도바가 우크라이나를 지원할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지 보여주려는 의도라고 주장했다. 오스틴 장관은 여전히 폭발 사건을 조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동부에서 격전이 벌어지는 가운데 미국과 나토 동맹국들은 변화를 일으키기 위해 대포와 다른 중무기를 제때에 공급하려 하고 있다. 오스틴 장관은 30여개 동맹국 및 파트너들이 미국에 합류해 우크라이나에 군사원조를 보내고 있으며 50억 달러 이상의 장비가 투입됐다고 언급했다.

크리스틴 람브레히트 독일 국방장관은 우크라이나에 게파르트 자주식 대공포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탱크와 다른 장갑차와 같은 중무기를 보내라는 압력에 직면했다.

러시아 정부는 이 같은 움직임에 경고를 잇따라 보내고 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서방의 무기 조달이 계속된다면 전쟁 종식을 위한 회담이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날에도 그는 나토가 우크라이나 지원을 통해 “불난 집에 기름 붓는다”고 비난했다. 또 3차 세계대전을 도발하지 말라고 경고하고 핵 갈등의 위협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전쟁을 끝내기 위한 외교적 노력도 계속됐다.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군사행동은 이웃 국가의 영토 보전을 노골적으로 침해하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마리우폴 제철소에 갇힌 민간인들의 대피를 허용하라고 촉구했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군이 공장 안에 있는 민간인들을 방패막이로 이용하고 있으며 그들이 떠나는 것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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