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 충북=홍나리 기자] 충북 미동산 수목원 방문객들이 산책로를 거닐고 있다. ⓒ천지일보 2022.4.26
[천지일보 충북=홍나리 기자] 충북 미동산 수목원 방문객들이 산책로를 거닐고 있다. ⓒ천지일보 2022.4.26

충북 미동산 수목원
 

웰니스 관광 장소로도 제격

숲 명상 교실 등 클래스 운영

숲과 나무 쉽게 배울 수 있어

산림과학박물관, VR 체험 전시

유료 전환 후 새 방향 모색도

[천지일보 충북=홍나리 기자] 옷차림이 점점 가벼워지는 날씨다. 충북 청주시 미원면 미동산 수목원에도 초여름맞이가 한창이다. 해발 557m 수목원 내 1500여종 31만 그루 식물이 이루는 연둣빛 잎사귀 물결은 이즈음만 누릴 수 있는 호사다.

최근 미동산 수목원은 웰니스 관광을 통해 ‘치유의 숲’으로도 자리매김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각광받는 웰니스 투어리즘(Wellness Tourism)은 여행을 하면서 심신의 건강까지 고려하는 관광 트렌드다.

긴장을 풀고 건강을 회복하자는 취지에 발맞춰 미동산 수목원에서는 매달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으로 자연 속 쉼을 선사한다.

[천지일보 충북=홍나리 기자] 조주영 명상 강사가 수강자들에게 ‘마음 걸림돌’을 풀어주는 명상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2.4.26
[천지일보 충북=홍나리 기자] 조주영 명상 강사가 수강자들에게 ‘마음 걸림돌’을 풀어주는 명상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2.4.26

◆‘몸쉼 맘쉼’ 숲 명상 교실

본지는 최근 미동산 수목원 메타세쿼이아 숲에서 열린 숲 명상 교실을 찾았다.

앞서 충북도 산림환경연구소는 코로나19로 지친 도민을 대상으로 숲길을 개방해 이달 무료 명상수업을 마련했다. 나무길을 지나 메타세쿼이아 숲길에 들어서니 흙바닥이 푹신하게 밟힌다.

“파릇한 연두빛 새순이 참 예쁘죠? 4~5월에만 볼 수 있는 색이랍니다.”

이날 명상수업을 듣기 위해 두 시간에 걸쳐 왔다는 제천시 시민 김모씨는 나뭇가지에 돋아난 잎사귀를 가리키며 말했다.

도민 20여명이 모인 가운데 조주영 강사가 명상에 앞서 1분간 숲을 잠잠히 둘러보게 했다. 조주영 백석대학교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힐링·명상 35년 경력 전문가다.

그는 “지친 내 발과 몸에도 인사를 해주고 땅과 나무와 하늘을 바라봅시다. 제일 중요한 건 내가 내 몸을 돌아보는 거예요. 몸이 경직된 만큼 마음도 경직됩니다”라며 참가자들의 긴장을 풀었다.

[천지일보 충북=홍나리 기자] 숲 명상 교실에 참여한 도민들이 명상 기법을 직접 체험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2.4.26
[천지일보 충북=홍나리 기자] 숲 명상 교실에 참여한 도민들이 명상 기법을 직접 체험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2.4.26

이어 숲속 정취를 온몸으로 느끼며 마음의 걸림돌을 제거하는 명상 시간으로 이어졌다.

조 교수는 우리가 평소 지나치게 남에게 어떻게 보일까를 의식하며 살아가고 있다고 설명하며 “내 몸이 필요한 대로 깨어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각자 원하는 동작을 조각상처럼 유지하고 있는 ‘더하기 명상’과 북소리에 맞춰 자신의 몸을 깨우는 ‘체인지 명상’ 등 다양한 모양으로 수업이 이어졌다. 주위 산책로를 오가는 시민들도 잠시 멈춰 수강자들의 동작을 함께 따라 하며 즐거워하기도 했다.

지난 3여년간 이어진 감염병과의 사투 속에 심신이 피로하고 지쳐있었다는 이정미(50대, 여, 제천)씨는 “명상이 이렇게 신나고 쉬운 건지 몰랐어요. 의무적으로라도 충북도민 다 하게 해야 하는데”라며 만족스러워했다.

◆숲 이야기 듣고 풍경 즐기고

미동산 수목원에서는 누구나 숲과 나무를 더 깊게 이해할 수 있다.

수목원의 시작은 식물 종자 보존이기에 사람이 만든 공간임에도 본연 그대로의 나무와 식물을 쉽게 볼 수 있다. ‘알면 사랑한다’는 최재천 생태학자의 말처럼 숲과 더 친해지고 싶다면 숲속 이야기꾼, 숲해설도 추천한다.

상시 숲해설부터 주말 산림체험교실, 특별기획 프로그램 등 계절마다 다른 숲 이야기가 준비돼있다. 김은주 미동산 수목원 숲해설가는 “사람에게 숲은 고향과 같다”며 “모두가 결국 흙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숲에 오면 온전한 쉼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천지일보 충북=홍나리 기자] 미동산 수목원 내 위치한 난대식물원 전경 ⓒ천지일보 2022.4.26
[천지일보 충북=홍나리 기자] 미동산 수목원 내 위치한 난대식물원 전경 ⓒ천지일보 2022.4.26

수목원은 250㏊ 면적에 산림과학박물관, 난대식물원, 다육식물원, 목재문화 체험장 등 다양한 볼거리와 체험거리를 선사한다.

수목원 정문 가장 가까운 곳에 자리한 유전자 보존원에 들어서면 아기자기한 돌담길과 함께 편안한 산책이 가능하다. 우리나라에서만 서식하는 부채 모양 미선나무와 병 모양을 닮은 병꽃나무 등 다양한 희귀 식물도 함께 만날 수 있다.

시원하게 펼쳐진 사방댐 물길을 따라 데크길을 거닐다 보면 열린마음 나눔길에 다다른다. 턱과 장애물이 없어 유모차를 탄 아기나 몸이 불편해 휠체어를 탄 방문객들도 이곳에서 숲속 나들이를 할 수 있다. 지상에서 5~8m 높이로 조성돼 아름다운 상록담을 내려다볼 수 있는 힐링 코스다. 데크 정상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수양벚나무 한그루가 중앙광장 물길 아래로 가지를 늘어뜨리고 있었다.

◆오감으로 체험하는 생태학습의 장

수목원의 또 하나의 자랑거리는 산림과학박물관이다.

도내 유일한 산림 전문 박물관으로 아이들이 가상현실·게임 등을 통해 쉽게 바이오를 배울 수 있다. 몇몇 학생들이 1층 전시관에 들러 LED 화면을 터치하며 숲속 동물들과 식물, 미동산의 사계절을 감상하고 있었다.

[천지일보 충북=홍나리 기자] 산림과학박물관 1층 전시관에 들어서면 LED 화면과 각종 볼거리들이 펼쳐진다. ⓒ천지일보 2022.4.26
[천지일보 충북=홍나리 기자] 산림과학박물관 1층 전시관에 들어서면 LED 화면과 각종 볼거리들이 펼쳐진다. ⓒ천지일보 2022.4.26

사진 체험 코너에서 호랑나비 VR을 골라 터치하니 마치 숲속에서 나비를 만난 모습으로 사진이 완성됐다. 원하면 사진을 문자로도 받을 수 있다.

박물관 관계자는 “요즘 제일 인기 좋은 공간”이라며 “가족부터 연인까지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고 SNS에 올리기도 하면서 즐겁게 추억을 쌓고 간다”고 귀띔했다.

2층에 들어서니 두 남매가 고무공을 바쁘게 벽면 속 화면에 던지고 있었다. VR 게임과 접목한 ‘산불 체험’ 코너다. 벽면을 가득 채운 숲속에 군데군데 번진 불길을 직접 공을 던져 꺼볼 수 있다.

이름만 들어도 무시무시한 식충식물을 구경하고 싶다면 식충공중식물원을 가보자. 끈끈한 점액을 뿜어 곤충을 옴짝달싹 못 하게 하는 식물 등을 확대경으로 살펴보고 미세먼지 저감에 탁월한 효과가 있는 공중식물도 익힐 수 있다. 아이들에게 ‘자연보호’를 외치지 않아도 오감으로 경험하며 마음에 새길 수 있는 학습 공간들이 곳곳에 마련돼있다.

◆1년에 30만명 오는 생태관광 명소

1년에 30만명이 방문하는 미동산 수목원은 명실상부 충북 생태관광 명소다.

주말 하루에만 천명대 방문객을 훌쩍 넘겼다지만 미동산 수목원 관계자는 “한번 오고 끝나는 관광지가 아니라 ‘또 오고 싶은 쉼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무료 개방해온 미동산 수목원은 고심 끝에 올해부터 입장료 유료화를 결정했다. 2001년 5월 4일 개원해 어느덧 20주년을 맞이한 미동산 수목원은 이제 보다 새로운 방향을 모색 중이다.

주위를 둘러보니 곳곳에 나무 벤치에 앉아 쉬는 노년 방문객들이 눈에 띈다. 수목원 조례상 자판기나 식당 등이 함부로 들어올 수 없기에 자연스레 휴게 공간도 부족할 수밖에 없다. 땀이 맺히는 오르막길이나 수목원 전체 규모를 견주어볼 때 미동산 수목원이 쉼터로의 기능을 갖춰나가기 위해서는 좀 더 쾌적한 휴게 공간이 필요해 보였다.

[천지일보 충북=홍나리 기자] 미동산 수목원을 방문한 노년층 방문객들이 숲 전경을 둘러보고 있다. ⓒ천지일보 2022.4.26
[천지일보 충북=홍나리 기자] 미동산 수목원을 방문한 노년층 방문객들이 숲 전경을 둘러보고 있다. ⓒ천지일보 2022.4.26

지난해부터 충북에 또 다른 수목원이 지어진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정숲 미동산 수목원이 ‘구관이 명관’이 돼야 한다는 것이 도민들의 바람이다.

20여년간 가꿔져 지금도 여전히 고라니와 사슴이 드나드는 청정 수목원이다. 이제는 충북지역의 대표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하며 힐링명소로 추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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