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멀쩡한 사람 눈멀게 해”

청어람아카데미(대표 양희송)는 26일 저녁 명동 청어람에서 한기총 해체운동을 주도해온 손봉호(고신대) 석좌교수와 최근 기독당 창당에 쓴소리를 아끼지 않은 이만열(숙명여대) 명예교수를 초청해 ‘한국교회가 선 자리’라는 주제로 좌담회를 열었다.

이날 좌담회는 한국교회의 부패상을 통해 현재 모습을 조명하고 앞으로의 개혁방향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이날 두 교수는 한국교회가 깨끗해지려면 돈‧명예‧권력을 버리고 낮아지고 섬기고 희생하는 삶을 통해 윤리도덕성을 회복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교회 부패상의 모습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었다. 하나는 소속 교단과 여러 시민단체에서 계속적으로 탈퇴와 해체를 주장하고 있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와 최근 기독정당 창당에 대한 문제다.

손봉호 교수는 “한국교회는 현재 믿음의 선진들이 이룩해놓은 유산들을 탕진해버렸다”면서 “그 대표적인 사례는 한국교회가 사회가 섬기는 우상을 본받아 섬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손 교수는 이것은 과거 구약의 이스라엘이 배부르고 따뜻하니까 하나님을 저버리고 이방신을 섬기는데도 자기들이 하나님의 축복을 받고 있다고 착각한 사례와 같다고 말했다.

손 교수는 “한국교회가 마치 돈과 명예, 권력을 얻으면 마치 하나님 축복을 받은 것처럼 착각하는 신앙을 하고 있다”며 “얼마나 시궁창까지 내려가야 정신을 차릴 것인가”라고 질책했다.

그는 한기총 해체의 당위성에 대해서 “한기총 같은 권력집단이 살아있는 한 권력의 유혹에 눈 먼 저질 지도자들이 많아질 것”이라면서 “이로 인해 기독교 명예는 계속 실추되기 때문에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기관은 굳이 있어야 될 필요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기독교에 대표기관이 없으면 안 되지 않느냐는 일부 주장은 지극히 세속적인 대의명분이라는 것이 손 교수의 견해다.

이어 손 교수는 한국교회 회복방법에 대해 “기독교가 깨끗해지려면 손해를 많이 봐야 한다”면서 “권력을 주장하지 말고 낮아지고 겸손하다 보면 개혁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만열 교수는 최근 일어나고 있는 기독정당 창당에 관해 “정당을 만드는 데 ‘기독’이라는 명칭을 붙이는 것은 자칫 하나님의 이름을 망령되이 일컫는 행위가 될 수도 있다”고 경계했다.

이 교수는 또 이에 대해 두 가지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과연 이 정당(단체)이 ‘기독교’라는 이름을 사용할 정도로 대표성과 윤리성을 가지고 있느냐가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기독교는 영적인 운동을 통해 세상을 변화시키는 곳이지 세상의 권력이나 명예를 앞세워 변화시키려 해선 안 된다”고 강조하며 “예수님도 십자자를 지고 자기를 희생함으로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끼쳤다. 진정한 지도자라면 십자가에 달리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한국교회 개혁방안에 대해 이 교수는 “많은 목회자들이 신자들의 눈을 다 감기고 있다”면서 “2천년 예수님의 사역처럼 눈 먼 자를 보게 하고 포로 된 자를 자유케 하고 짐을 가볍게 해줘야 하는데 지금의 한국교회는 오히려 멀쩡한 사람, 건전한 판단을 할 수 있는 사람들 데려다가 눈멀게 만들고 포로로 만들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두 교수는 한국교회가 살기 위해선 평신도들이 깨어나야 하며 의식 있는 목회자들이 많아져 ‘아래로부터의 개혁’이 일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기독교 시민운동에 그냥 관심만으론 안 된다. 적극 참여해야 한다”며 “자기 교회밖에 모르기 때문에 오늘날 교회가 이렇게 병들고 말았다. 이제는 성도들 의식이 깨어나 한국교회가 변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손 교수도 “목사님 말씀에 무조건 옳다고 ‘아멘, 아멘’하는 것은 망하게 하는 길”이라며 “진정으로 목사님을 사랑한다면 잘못된 것을 지적할 줄 알아야 한다”고 동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