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통에 담긴 쪽샘 44호분 바둑돌(흑돌, 백돌) (제공:문화재청) ⓒ천지일보 2022.4.25
바둑통에 담긴 쪽샘 44호분 바둑돌(흑돌, 백돌) (제공:문화재청) ⓒ천지일보 2022.4.25

‘천년수담’ 바둑 대국 28일 재현
왕족 추정 무덤서 자갈돌 출토
실제 경기 가능한지 시험키로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1500년 만에 신라시대 바둑이 재현된다. 바로 ‘천년수담(千年手談)-신라 바둑 대국’이다. 오랜 역사를 지닌 바둑은 바둑판 위의 교차점에 흑돌과 백돌을 교대로 놓으며 싸우는 경기다. 바둑은 손으로 나누는 대화라고 하여 '수담(手談)'이라고도 불렀다. 이에 신라시대의 바둑의 모습은 어떨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와 함께 우리나라 역사 속에 담긴 바둑 이야기도 소개해봤다.

◆가공 아닌 자연 그대로의 바둑돌

25일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원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와 한국기원에 따르면, 28일 오전 11시부터 ‘천년수담(千年手談)-신라 바둑 대국’이 열린다. 이 대국에서는 약 1500년 전에 만들어진 쪽샘 44호분 발굴조사에서 출토된 자갈돌이 사용된다. 쪽샘 44호분은 지름이 30m에 이르는 대형 봉분을 갖춘 돌무지덧널무덤이다. 이곳은  지난 2020년 11월 금동관, 금귀걸이, 금과 유리구슬로 꿴 가슴걸이 등 금과 은으로 꾸민 화려한 장신구가 출토돼 신라 왕족 여성의 무덤으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무덤 주인공의 발치에서는 860여점의 균일한 크기의 바둑돌 모양 자갈돌이 출토돼 관심이 모아졌다.

바둑돌 모양의 자갈돌이 쪽샘 44호분에서 처음 출토된 것은 아니다. 황남대총 남분(243점), 천마총(350점), 금관총(약 247점), 용강동 고분(253점) 등 5~7세기 조성된 신라 무덤에서 바둑돌 모양의 자갈돌이 출토된 적이 있다. 출토된 자갈돌은 지름 1~2㎝의 둥글고 납작한 형태로 어두운색과 밝은색으로 크게 나뉜다. 인공적인 가공이나 채색 등이 없는 자연 그대로의 형태인 바둑돌로 추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출토된 자갈돌 중에서 흑돌과 백돌 구분이 어려운 것도 있고, 바둑을 두는데 361개 바둑돌이 필요한 데 반해, 돌의 개수가 부족해 실제로 바둑을 두기 위한 바둑돌로 보기 어렵다는 견해도 있었다. 이에 이번 대국에서는 쪽샘 44호분에서 출토된 자갈돌이 실제로 바둑 대국이 가능한지를 시험하기 위해 기획됐다.

쪽샘 44호분 바둑돌 출토 당시 모습 (제공:문화재청) ⓒ천지일보 2022.4.25
쪽샘 44호분 바둑돌 출토 당시 모습 (제공:문화재청) ⓒ천지일보 2022.4.25

◆삼국시대부터 바둑 성행

바둑은 한국,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 지역에서 많이 즐긴다. 우리나라에서는 삼국시대부터 바둑이 성행했다. 보통 바둑판은 오동나무로 제작됐다. 가볍고 바둑돌을 놓는 감촉과 울림소리가 좋기 때문이다. 바둑판은 가로세로 각각 19줄의 먹선을 그어 교차점이 361개가 되도록 했다.

반면, 백제시대 바둑판은 17줄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백제로부터 일본으로 넘어간 바둑판과 바둑돌이 현재 일본 동대사에 보존돼 있는데 바둑판이 17줄인 것이다.

바둑과 얽힌 유명한 일화도 전해진다. 백제 21대 개로왕과 승려 도림의 이야기다. ‘삼국유사’에 보면 5세기경 고구려는 치열한 전투에서 백제에게 자주 패하곤 했다. 이때 고구려 20대 장수왕이 백제에 바둑을 잘 두는 승려 도림을 첩자로 보내는데, 백제 개로왕은 도림과 바둑 두기에 푹 빠지고 만다. 개로왕이 점점 나랏일을 멀리하자 나라 창고가 텅텅 비고 살림은 더욱 힘들어졌다. 이런 틈을 타 장수왕은 백제를 공격해 승리를 거머쥐었다고 한다. 

신라와 당나라 간의 바둑 이야기도 있다. 당나라 현종이 신라에 사신을 파견할 때, 두 가지를 당부했다고 한다. 첫째는 ‘신라는 군자의 나라다. 신라인에게 당나라의 유교가 융성함을 자랑하라’이고, 둘째는 ‘신라 사람들은 바둑을 잘 둔다. 당나라의 바둑 실력을 뽐내고 와라’는 내용이었다. 

고려시대에는 여자들도 바둑을 뒀다. 조선의 세종대왕도 충녕대군 시절 바둑을 즐겼고, 그의 아들인 수양대군과 안평대군도 바둑을 잘 뒀다는 기록이 있다. 정조대왕은 “세상사 승패 다투는 일 한판의 바둑일세”라고 읊었다. ‘난중일기’에 보면 충무공 이순신도 바둑을 즐겼다. 조선시대 흥선대원군, 이규보 등도 유명한 바둑 애호가로 알려져 있다.

현대바둑이 도입된 것은 해방 후 일본에 유학을 다녀온 고(故) 조남철 9단에 의해서다. 또한 2016년 인공지능(AI)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 대국은 전 세계가 주목할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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