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에 수출할 컨테이너들이 쌓여 있는 모습 ⓒ천지일보DB
부산항에 수출할 컨테이너들이 쌓여 있는 모습 ⓒ천지일보DB

올해 GDP 전망 3.0→2.8%

블룸버그 국내외 45곳 설문

소비자물가 전망치도 상향

[천지일보=김현진 기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인플레이션(물가인상) 압력과 중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봉쇄 영향으로 올해 한국 경제에 점점 먹구름이 끼고 있다. 국내외 기관들의 성장률 전망치도 하향 조정되고 있다.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는 석유와 식량 등 원자재 가격이 전쟁으로 급등하고 우리 경제와 밀접히 얽혀 있는 중국 경제도 경고등이 켜지면서 한국 경제가 커다란 암초를 만나게 됐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블룸버그가 국내외 경제전망 기관 35곳을 상대로 이달 7∼12일 설문한 결과 올해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평균 2.8%로 집계됐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최근 기존 3.1%에서 2.5%로 낮춘 바 있다. 향후 우리 정부(3.1%)나 한국은행(3.0%)도 하향 조정할 가능성이 커진다.

블룸버그가 2월과 3월에 진행한 설문에서 한국 GDP 성장률 전망치는 3.0%를 유지했으나, 이달 0.2%포인트 하향 조정됐다. 이코노미스트들이 예상한 한국 경제의 향후 1년 내 경기침체 확률도 2월과 3월에 15%였다가 이달 18%로 올랐다.

블룸버그는 한국의 올해 물가 상승률을 3.5%로 전망했다. 2개월 전 2.6%에서 0.9%포인트나 올렸다. 다만 IMF가 최근 내놓은 4.0%보다는 아직 낮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의 여파로 세계 에너지와 식량 등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국내 물가도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와 밀, 옥수수 가격은 올해 들어 35.7%, 38.2%, 33.7% 각각 뛰어올랐다.

대표적 식용유인 팜유 가격도 연초 이후 33.2% 치솟은 가운데 팜유 수출국인 인도네시아가 자국 물가 안정을 위해 28일부터 팜유 수출을 금지하기로 결정, 밥상 물가 상승세가 한층 속도를 내게 됐다.

게다가 중국 경제 중심지인 상하이의 봉쇄가 한 달 가까이 접어들면서 공장 가동 중단과 물류 적체가 날로 심각해져 한국GM이 중국산 부품 공급 차질로 조업을 단축하는 등 국내 산업계의 피해도 가시화하고 있다.

23일(현지시간) 러시아 군용차량이 우크라이나 마리우폴에서 이동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23일(현지시간) 러시아 군용차량이 우크라이나 마리우폴에서 이동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이런 가운데 국내외 금리 인상 추세도 올해 경제 전망에 불확실성을 한층 더한다. 경제전망 기관들은 한국은행이 올해 말까지 기준금리를 1.75%까지 인상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번 설문은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한 차례 더 올린 14일 이전에 진행됐기에 향후 상향 조정될 여지가 있다. 하지만 올 연말 미국 기준금리 전망치 상단인 2.25%보다는 0.5%포인트 낮았다. 이처럼 한미 금리 역전이 현실화하면 대규모 자본 유출이 일어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블룸버그의 미국 경제전망 설문이 이달 1∼7일 진행된 것이기에 미국 기준금리 전망치도 상향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 들어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인사들이 더욱 공격적인 금리 인상을 시사하는 발언을 연이어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 21일 IMF 총회에서 열린 한 토론회에 참석해 기준금리 0.5%포인트를 인상하는 ‘빅스텝’ 방침을 공식화하기도 했다.

또 올 연말에는 기준금리가 중립 수준에는 도달해야 한다는 것이 연준 내부의 중론이기도 하다. 중립 금리는 인플레이션을 부추기지도 않고 디플레이션(물가하락)을 일으키지도 않는 수준의 정책금리를 말하는 것으로, 현재 미국의 중립 금리는 2.25∼2.5%가량으로 추정되고 있다.

[워싱턴=AP/뉴시스]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11일(현지시간) 상원 은행위원회에서 증언하고 있다.
[워싱턴=AP/뉴시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프랑스 무역보험기관인 코파스(COFACE)의 베르나르 오 아시아·태평양 담당 이코노미스트는 “지정학적 상황과 공급망 혼란 우려로 한국 경제성장이 다소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그러나 더 큰 위험은 인플레이션으로, 2분기에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더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천지일보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우리나라는 무역의존도가 80%로 세계 2위 수준이므로 우크라이나 사태나 중국 상하이 봉쇄 조치에 크게 영향을 받고 있다”면서 “특히 우리나라는 무역에서 식량 수입이 50%로 의존도가 높기에 대부분 나라가 자급자족을 목표로 두고 있는 것처럼 우리도 식량의 수입의존도를 더 낮추도록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문재인 정부에서 기업을 옥죄는 정책으로 인해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경기침체에 더욱 큰 타격을 받고 있다”면서 “새 정부는 기업에 대한 규제를 풀고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기업들의 해외유출을 막고 민간이 주도하는 일자리를 창출한다면 경기를 살릴 수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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