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르키우=AP/뉴시스] 2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에서 러시아군의 포격으로 두 사람이 탑승한 자동차가 불타고 있다.
[하르키우=AP/뉴시스] 2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에서 러시아군의 포격으로 두 사람이 탑승한 자동차가 불타고 있다.

[천지일보=이솜 기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마리우폴 전투에서 승리를 선언했다. 약 2천명의 우크라이나군이 여전히 마리우폴 내 거대한 제철소에 숨어있는 가운데 푸틴 대통령은 이곳을 급습하지 말고 “파리 한 마리도 통과하지 못하도록 봉쇄하라”고 명령했다.

지하 통로의 미로와 같은 아조우스탈 제철소를 공격하다가 러시아군이 피해를 입을 것이란 우려에서다.

푸틴 대통령의 발언은 위성 이미지 제공업체 맥사 테크놀로지가 마리우폴 외곽 한 마을에 생긴 수백개의 집단매장지를 보여주는 사진을 공개하면서 나왔다. 맥사 대변인은 성명에서 이전 사진을 검토한 결과 지난 3월 말 새 무덤이 생기며 지난 몇 주 동안 확장됐다고 밝혔다.

바딤 보이첸코 마리우폴 시장은 러시아군이 도시로부터 민간인 시신을 가져다가 이 마을에 매장하는 등 전쟁범죄를 숨겼다고 비난했다. 마리우폴 시의회는 텔레그램을 통해 이 집단매장지에 9천명에 달하는 민간인이 묻혀있을 수 있다고 추정했다.

보이첸코 시장은 러시아군의 행동을 두고 1941년 우크라이나 유대인 3만 4천명이 살해당한 나치독일군의 학살 사건 ‘바비 야르’의 복사판이라고 비난했다.

마리우폴을 폐허로 만들었던 거의 두 달간의 치명적인 폭격 이후 러시아군은 이 지역의 항만 일대를 통제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우크라이나군 수천명은 아조우스탈 제철소에서 완강하게 항전을 계속하고 있으며 러시아군의 집중적인 공격과 항복 요구에도 버티고 있다. 우크라이나 관리들에 따르면 민간인 약 1천명이 또한 그곳에 갇혀있다.

러시아는 군대를 제철소에 보내는 대신 포위망을 유지하고 우크라이나군이 식량이나 탄약이 떨어져 항복하기를 기다릴 작정이다.

보이첸코 시장은 마리우폴이 러시아의 손에 넘어갔다는 주장을 부인했다. 그는 “이 도시는 과거에도, 지금도 우크라이나로 남아 있다”며 “오늘 용감한 전사들, 영웅들이 우리의 도시를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마리우폴 점령 주장이 사실이라면 이는 이번 전쟁 중 러시아군의 가장 큰 승리를 의미할 것이다. 이는 러시아 정부가 더 많은 해안선을 확보하고 러시아가 2014년에 점령한 크림반도와 러시아 사이의 육교를 완성하고 더 많은 병력을 동부 돈바스 전투에 동원시킬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마리우폴 해방을 위한 전투 작업 오나성은 성공”이라고 선언하며 쇼이구 국방장관에게 축하의 뜻을 전했다.

쇼이구 장관은 러시아군이 이 제철소를 3~4일 내 점령할 수 있다고 했지만 푸틴 대통령은 “무익하다”며 “러시아인의 생명을 위태롭게 할 것”이라고 소탕작전을 저지했다. 그는 “이 카타콤에 올라타서 지하로 기어들어갈 필요가 없다”며 “이 산업 지역을 봉쇄해 파리 한 마리도 통과하지 못하게 하라”고 지시했다.

이 공장은 11㎢에 달하며 약 24㎞ 크기의 터널과 벙커로 나뉜다.

21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부 장관이 만나 대화를 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21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부 장관이 만나 대화를 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이날 우크라이나 하르키우 인근 지역에서 로켓이 발사됐고 민간인 최소 2명이 그들의 차에서 불에 타 숨졌다. 학교와 주택 건물도 피해를 입었고 소방관들은 화재를 진압하며 갇힌 사람들에 대한 수색에 나섰다.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 19일 정교회 부활절 기간 동안 교전을 나흘간 중단하자고 제안했다. 양국에서는 4월 24일 부활절을 기념한다. 우크라이나 교회와 종교 공동체 연합도 별도로 부활절 휴전을 제안했다.

그러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가 부활절 휴전을 세우자는 제안을 거부했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텔레그램 계정에서 “이것(러시아의 휴전 거부)은 러시아 지도자들이 가장 즐겁고 중요한 명절 중 하나인 기독교 신앙을 실제로 어떻게 다루는지 매우 잘 보여준다”고 비난했다.

서방 국가들은 동부의 공세에 맞서기 위해 우크라이나에 중무기를 쏟아 부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중포와 탄약 14만 4000발, 드론 등 8억 달러의 추가 군사지원을 발표했다. 그는 지난달 의회가 군사 및 인도적 지원을 위해 승인한 136억 달러는 거의 소진 상태라며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쟁 전 인구 약 43만명이었던 마리우폴에서는 10만명 이상이 남았는데 이들은 식량, 물, 약품이 거의 없고 난방도 되지 않은 상황 중에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마리우폴 포위전에서 2만명 이상이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와 서방 간의 계속되는 제재와 맞대응에서 러시아 정부는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과 메타(구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 마크 저커버그를 비롯한 외교문제 해설가 등 유명 미국인 27명의 러시아 입국을 금지했다고 발표했다. 캐나다인 61명에게도 비슷한 규제가 가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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