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합뉴스)

후계구도 안착… 사실상 김정일과 ‘공동 통치’

[천지일보=송범석 기자] 28일은 김정은 북한 당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의 ‘후계자 공식 등극’ 1주년이다. 통일부가 26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김정은은 당대표자회에서 부위원장으로 선임된 뒤 현재까지 총 100회의 공개 활동을 벌였다. 같은 기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공식 활동은 152건이었다.

김정은의 공개활동은 군사 분야가 26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경제 25회, 대외활동 10회, 기타 39회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은 김 위원장의 수행 역할을 담당하는 활동을 했다.

외교 행보에도 힘을 쏟고 있는 모양새다. 김정은은 지난해 10월 10일 저우융캉 중국 정치국 상무위원과 권보슝 당 중앙군사위 부주석 접견에 배석했다. 이어 올해에는 멍젠주 공안부장(2월), 리원조 당 조직부장(6월), 장더장 부총리(7월) 등을 접견하면서 존재감을 부각시키고 있다. 지난 23엔일 김 위원장과 촘말리 사야손 라오스 대통령의 정상회담에까지 배석했다.

북한 매체 역시 ‘김정은 띄우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26일 ‘당을 따라 주체혁명의 새 승리를 향한 조선의 대진군’이라는 제목의 보도를 통해 “백두의 혈통을 이어 당의 영도를 충직하게 받들어 나갈 때 2012년을 향한 대고조의 승리를 이룩할 수 있다는 것이 지난 1년간의 투쟁행로가 보여준 총화”라고 강조했다. 백두혈통은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의 세습 과정을 정당화하려는 상징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이와 함께 지난해 12월 22일자 노동신문은 3면에 ‘김정은 대장 동지가 2009년 5월 다녀가신 생산건물’이란 현판이 걸린 희천연하기계종합공장의 사진을 실기도 했다.

특히 김정은의 위상은 지난 5월 김기남 노동당 비서 등과 같이 찍은 사진에서 확실하게 도드라진다. 당시 김정은은 중국 방문을 마치고 돌아온 김정일을 마중 나갔는데, 이때 북한의 실세라 할 수 있는 최태복 최고인민회의 의장과 김 비서가 손자뻘인 김정은에게 90도로 인사하는 모습이 사진에 담겨 화제가 됐다. 이외에 김정은이 참여하는 모든 공식행사에서 항상 김 위원장 다음으로 호명되고 있는 점도 김정은의 위치를 충분히 가늠하게 하는 대목이다.

이 같은 흐름을 분석해보면 현재 김정은은 아버지 김정일과 사실상 ‘공동 통치’를 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명목상 군사 2인자 자리를 꿰찬 이후 경제·외교 분야에까지 보폭을 넓히면서 권력세습에 가속도를 내고 있는 모양새다.

이와 관련 정영철 서강대 교수는 “지난 1년은 김정은이 내부에서 후계자로서의 지위를 굳힌 시기였고 그 속도가 굉장히 빨랐다”면서 “이런 속도는 계속 빨라질 것이고, 이렇게 되면 중국 방문 등 독자적인 활동까지도 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고 분석했다.

김중호 한국수출입은행 선임연구원은 “세습 작업은 내년 김일성 탄생 100주년까지 구체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관측된다”면서 “현재 북한이 외화벌이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국내적으로 강압 통치를 할 수밖에 없다. 그에 대한 편중은 더 심해질 것이고 이럴 때 김정은의 얼굴과 이름을 결부시켜 주민을 달래주는 작업을 할 공산이 크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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