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비우=AP/뉴시스] 1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서부 르비우에 있는 타이어 상점이 러시아군 미사일 공습을 받은 후 구조대원들이 잔해를 치우고 있다. 우크라이나 당국자는 르비우에 러시아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미사일 폭격으로 최소 7명이 숨지고 11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르비우=AP/뉴시스] 1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서부 르비우에 있는 타이어 상점이 러시아군 미사일 공습을 받은 후 구조대원들이 잔해를 치우고 있다. 우크라이나 당국자는 르비우에 러시아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미사일 폭격으로 최소 7명이 숨지고 11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키이우 점령 실패 후 타깃 변경

러군 동부 방어선 돌파 시도

러 5월 9일 전승일 자축 목표

마리우폴 점령 여부가 관건

서방, 우크라에 무기 지원·훈련

[천지일보=이솜 기자] 러시아군이 1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 대한 새로운 공격을 개시했다. 이날 올렉시 다닐로프 우크라이나 국가안보위원회(NSC) 의장은 러시아군이 루한스크·도네츠크·하르키우주 최전선 돌파 시도를 시작했다고 전했으며 안드리 예르막 대통령 비서실장은 돈바스 지역에서 전쟁의 ‘두 번째 단계’가 시작됐다고 밝혔다. 러시아 국방부는 밤사이 우크라이나의 군사 목표물 수백개를 공격했다고 발표했다.

앞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점령하려는 목표에 실패하고 전쟁의 초점을 동부로 옮겼다. 돈바스 전투는 장기간의 분쟁을 의미할 수 있으며 이번 전쟁에서 공격이 최고조에 달하는 국면이 될 것이란 관측이 많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옛 산업 중심지를 ‘해방’시킨다는 자신의 목표를 이룰 수 있을까. 우크라이나에서 가장 잘 훈련된 군대는 2014년부터 러시아의 지원을 받는 분리주의자들과의 분쟁을 치르며 이미 동부에 배치돼 있다. 우크라이나군 역시 큰 손실을 입을 수 있지만 러시아군에게도 이번 분쟁은 도전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영상 연설을 통해 “러시아가 돈바스 전투를 시작했다”며 “현재 러시아군의 상당 부분이 이 공세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러시아군이 아무리 많은 병력을 보내더라도 우리는 싸울 것”이라고 다짐했다.

◆돈바스는 어디?

돈바스는 우크라이나의 오래된 석탄과 철강 생산 지역으로 푸틴 대통령이 이곳을 언급할 때는 루한스크와 도네츠크라는 두 개의 큰 동부 지역 전체를 말한다. 루한스크와 도네츠크는 남쪽의 마리우폴 외곽에서 북쪽 국경까지 뻗어있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는 러시아군이 도네츠크 남쪽 해안을 따라 크림반도에 이르는 육교 건설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친러 성향 주민이 많은 돈바스에서는 자칭 루한스크인민공화국(LPR),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이 우크라이나 정부에 반기를 들고 분리 독립을 선언했으며 푸틴 대통령은 지난 2월 24일 침공 직전 이들의 독립을 승인했다. 국제사회는 이들을 독립국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러시아군은 지난달 말 ‘돈바스 해방’이라는 작전의 주요 목표 달성에 노력을 집중하겠다고 대대적인 침공 예고를 했다.

전쟁 한 달 후, 러시아는 루한스크 지역의 93%와 도네츠크의 54%를 장악했다고 주장했다. BBC는 러시아군이 이곳에서 승리를 주장할 수 있다고 해도 동부 전체를 통제하기에 매우 넓은 영토라고 지적했다.

◆푸틴이 돈바스 노리는 이유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동부에서 친러 주민들을 상대로 대량학살을 자행했다는 근거 없는 비난을 거듭해 왔다.

전쟁이 시작됐을 때 동부 지역의 거의 3분의 2가 우크라이나 수중에 있었으며 나머지는 분리주의자들이 장악했다. 러시아가 이 2개의 큰 지역을 모두 정복한다면 일종의 성과가 될 것이다. 그 다음 단계는 2014년 국민투표 후 푸틴 대통령이 크림반도와 그랬던 것처럼 돈바스를 합병할 것으로 예상된다. 루한스크의 분리주의 지도자는 가까운 미래에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고 이미 언급한 바 있다.

무엇보다 만약 동부 장악을 5월 9일 전에 끝낸다면 푸틴 대통령은 자국의 제2차 세계대전 승전기념일에 맞춰 우크라이나 전쟁의 승리를 선언하고 자축할 수 있다.

[하르키우=AP/뉴시스] 1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에서 구조대가 러시아군의 포격으로 부상한 주민들을 돌보고 있다.
[하르키우=AP/뉴시스] 1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에서 구조대가 러시아군의 포격으로 부상한 주민들을 돌보고 있다.

◆러시아군의 전략은?

러시아군은 북쪽, 동쪽, 남쪽에서 이동하면서 동쪽에 있는 우크라이나군을 포위하려 하고 있다. 킹스 칼리지 런던의 분쟁과 보안학 교수인 트레이시 저먼은 BBC에 “이곳은 통제하기에 큰 영토이며 우리는 이 지역의 지리적 복잡성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러시아군은 동쪽으로 향하는 주요 고속도로 아래 있는 도시 이지움을 장악하고 이날 크레미나와 다른 작은 마을을 통과했다. 다음 타깃은 이지움 아래 슬로비얀스크인데 전쟁연구소(ISW)는 우크라이나가 이 도시를 끝까지 지킬 경우 러시아군의 동부를 차지하려는 목표는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세르히 하이다이 루한스크 주지사는 러시아의 목표가 루한스크 서부 국경까지 그들의 길을 막는 모든 것을 파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마리우폴 점령 여부가 관건이다. 러시아군이 이 도시를 완전히 장악하는 데 성공하면 돈바스의 다른 곳에서 공격할 수 있는 거의 12개의 대대 전술 그룹이 자유로워질 것이다.

◆우쿠라이나군은 버틸 수 있을까

전쟁이 시작될 때 돈바스에서 친러 반군과 맞서고 있는 연합군작전(JFO)을 구성하는 10개 여단은 우크라이나가 가진 최고의 장비와 훈련을 받은 군인으로 여겨졌다. 현재 동부에 있는 우크라이나 병력은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으며 최근 몇 주간 자원군이 증강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군은 이미 큰 손실을 입은 데다 사기도 낮은 것으로 전해졌지만 동부에서는 분리주의 반군들도 러시아군과 함께 싸우고 있다. 우크라이나에 주둔하고 있는 러시아 대대 전술집단은 며칠 전 65개에서 76개로 늘었다고 미 국방부 고위 관리가 말했다. 이는 약 병력 5만~6만명으로 추산된다.

양국은 모두 옛 소련 시절 설계된 152㎜ 아카치야 자주곡사포와 240㎜ 튤판 자주박격포로 무장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서방의 신속한 무기 조달이 이번 격전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미국은 155㎜ 곡사포 18기를 보내기로 했으며, 앞으로 며칠 내 우크라이나 밖에서 러시아군의 포격 진로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대포병 레이더를 포함한 새로운 레이더 시스템을 사용하는 훈련을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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