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김일성 생일(태양절) 110주년인 지난 15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중앙보고대회 및 평양시 군중시위에 참석했다고 조선중앙TV가 16일 보도했다. (출처: 뉴시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김일성 생일(태양절) 110주년인 지난 15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중앙보고대회 및 평양시 군중시위에 참석했다고 조선중앙TV가 16일 보도했다. (출처: 뉴시스)

김정은 참석… 메시지는 없어

금수산궁전 참배… 리설주 동행

열병식 없이 내부 결속에 방점

4월 내내 경축행사‧김정은 홍보

박정천 행사 불참에 의견 분분

도발 준비설 있지만 건강 이상도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북한이 김일성 생일 110주년(태양절) 계기 예상됐던 군사 도발을 잠시 미루는 대신 축제 분위기를 통한 대내 결속과 함께 김 위원장의 치적 홍보의 장으로 활용했다.

무엇보다 김일성 주석을 추모, 찬양하면서도 공식 집권 10년차와 맞물려 김일성-김정일과 같은 반열에 올려놓는 등 김 위원장의 우상화 작업을 본격화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다만 북한 군부 일인자인 박정천 노동당 정치국 상무위원 겸 비서가 최근 주요 정치행사에 이어 이번 행사도 불참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김일성광장서 중앙보고대회‧군중시위 등

북한 관영매체들에 따르면 태양절 당일인 15일 평양의 김일성광장에서 중앙보고대회와 평양시 군중시위가 진행됐다.

김 위원장도 참석했지만, 별도 연설이나 메시지를 내지는 않았다. 대신 그는 참가자들에게 웃는 얼굴로 손을 들어 흔들며 인사를 건넸다.

중앙보고대회에는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함께 조용원 조직비서, 김덕훈 내각총리가 참석했다.

보고대회에 이어 평양시 군중시위가 시작됐다. 수만명의 시위대는 ‘수령님 세워주신 사회주의 내 나라!’ ‘수령님 불러주신 전설의 천리마!’ 등이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행진했다. 김 위원장도 군중들에게 손을 흔들어 답례해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같은날 저녁에는 북한은 평양 한복판에서 수만명의 군중이 동원된 대대적인 한밤 축제를 벌였다. 조선중앙TV는 오후 7시 10분부터 20여분 간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태양절 경축 청년 학생 야회’를 실황 중계해 분위기를 돋구었다. 또 화려한 불꽃놀이와 거대한 분수쇼로 주민들을 신명나게 만들었다.

북한은 정주년(5·10년 단위로 꺾어지는 해)이었던 지난 2012년(100주년)과 2017년(105주년) 김일성 생일에 열렸던 열병식도 개최하지 않으면서 외부보다는 내부 결속에 집중한 것으로 보인다. 당장은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동향도 포착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김 위원장은 이날 부인 리설주 여사와 함께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도 찾았다. 리 여사가 공개석상에 나온 것은 지난 2월 1일 설 명절 경축공연 관람 이후 2개월여만이다.

김 위원장과 리 여사는 김일성·김정일 시신이 있는 ‘영생홀’을 찾아 경의를 표시했고, 김일성·김정일 입상에 당 중앙위원회·국무위원회·최고인민회의 상임위·내각 명의로 꽃바구니를 올렸다.

[평양=AP/뉴시스]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제공한 사진에 김정은(가운데) 북한 국무위원장이 15일 김일성 주석 탄생 110주년(태양절)을 맞아 평양의 김일성 광장에서 열린 기념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2022.04.16.
[평양=AP/뉴시스]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제공한 사진에 김정은(가운데) 북한 국무위원장이 15일 김일성 주석 탄생 110주년(태양절)을 맞아 평양의 김일성 광장에서 열린 기념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2022.04.16.

◆김일성보다 김정은에 더 의미 부여

북한은 4월 한 달 내내 각종 경축‧문화 행사를 연달아 진행하며 축제 분위기를 고취시키는 한편, 김 위원장의 업적 홍보에 치중하고 있다.

나아가 김일성 생일 110주년을 부각하면서도 김 위원장의 집권 10주년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하는 모양새다.

이날도 중앙보고대회 보고에 나선 리일환 당 비서는 ‘위대한 김일성 동지의 불멸의 혁명 역사는 주체위업의 승리적 전진과 더불어 영원무궁 할 것이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김일성 생일을 맞아 찬양과 함께 그 업적을 칭송했지만, “김정은 동지의 혁명사상으로 일색화하는 것이 우리 투쟁과 생활의 근본 중의 근본으로 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수령님(김일성)이 경제·국방 건설 병진 노선을 관철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 전민 무장화, 전국 요새화를 적극 추진하시었다”면서 “자립화, 현대화된 국방공업의 위력한 토대를 마련했다”고 평가하며 이 같은 ‘유산’을 김 위원장이 이어 계승발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전날 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면에 실은 ‘위대한 수령님의 은덕 인민은 천만년 전해가리’라는 제목의 기사도 같은 맥락이다. 김일성 생일 110주년을 기념하면서도 기사 말미에 “주체혁명의 전투적 여정의 진두에는 또 한 분의 태양이신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께서 계신다”고 적시했다.

김 위원장을 김일성-김정일과 같은 급으로 언급하는 양상인데, 북한에서 수령이라고 한다면 정치적으로 새로운 사상을 내놓아야하고, 노동계급의 혁명을 이끌어야 되는 업적이 있어야 한다.

북한이 ‘김정은주의’ 강조와 함께 최근 대형 건설 사업의 결과물을 김 위원장 집권 10주년에 맞춰 연이어 공개한 것도 그 연장선에서 궤를 같이하는 대목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3일 평양 경루동 보통강 강안 다락식 주택구 준공식, 11일에는 평양 송화지구 1만 세대 건설 준공식에 참석한 데 이어 13일에는 평양 고급주택지구 준공식에 참석해 준공테이프를 끊는 장면을 연출했다. 평양 고급주택지구는 과거 김일성 관저가 있던 보통강변에 조성됐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할아버지인 김일성 주석의 110회 생일(태양절)을 맞아 15일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6일 전했다. (출처:평양중앙통신/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할아버지인 김일성 주석의 110회 생일(태양절)을 맞아 15일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6일 전했다. (출처:평양중앙통신/연합뉴스)

◆軍서열 1위 박정천, 태양절 행사도 빠져

이런 가운데 박정천 상무위원이 지난 2월 16일 김정일 80회 생일과 지난 10일 김정은 국무위원장 공식 집권 10년 기념 중앙보고대회 등 굵직한 자리에 나오지 않은 데 이어 이날도 또 빠져 주목을 받고 있다.

실제 조선중앙통신 등이 보도한 김일성 110회 생일 기념 금수산태양궁전 참배와 중앙보고대회의 참석 간부 명단에서 박정천의 이름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에 북한이 지난달 16일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시험발사에 대한 실패 책임을 물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있지만, 지난 3일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서욱 국방장관을 비난하는 담화를 발표할 당시 박 상무위원도 군을 대표해 별도의 담화를 낸 만큼 좌천 가능성은 적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박 상무위원이 이달 시작된 한미 연합훈련과 윤석열 당선인의 대통령 내달 취임 등을 계기로 군사 도발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을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북한이 핵실험을 준비하는 정황이 지속적으로 감지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15일(현지시간)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38노스’는 전날 촬영된 위성사진 분석 결과, 풍계리 핵실험장 남측에 마련된 3번 갱도 인근에 회색 계열의 토사 더미가 늘어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38노스는 지난 6일부터 14일까지 풍계리 핵실험장에 2개의 신축 건물이 세워지고 있다고도 했다. 이 경우라면 올해 1월 이후 현재까지 총 4개의 건물이 새롭게 지어지는 셈이다. 38노스는 이에 대해 “1회성 실험을 위한 게 아니라 핵실험장의 장기간 운영하기 위한 계획을 시사하는 것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북한이 도발을 준비하고 있다고 해도 정치국 상무위원이 이런 일로 주요 정치행사에 빠진다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는 지적도 많은 터라 건강에 이상이 생겼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포병부대 사격훈련 지도하는 박정천(왼쪽) (출처: 연합뉴스)
포병부대 사격훈련 지도하는 박정천(왼쪽) (출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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