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서울 노원구의 한 아파트에 침입해 세 모녀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피의자 김태현(25)이 9일 오전 서울 도봉경찰서 유치장에서 검찰로 송치되면서 취재진의 요청으로 스스로 마스크를 벗은 뒤 취재진 질문을 듣고 있다. ⓒ천지일보 2021.4.9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서울 노원구의 한 아파트에 침입해 세 모녀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피의자 김태현이 지난해 4월 9일 오전 서울 도봉경찰서 유치장에서 검찰로 송치되면서 취재진의 요청으로 스스로 마스크를 벗은 뒤 취재진 질문을 듣고 있다. ⓒ천지일보 2021.4.9

2심 “사형 마땅하나 실효성 없어…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 필요” 설파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서울 노원구 아파트에서 세 모녀를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태현(26)이 무기징역을 확정받았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은 14일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김태현의 상고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명령 30년도 그대로 유지됐다.

김태현은 지난해 3월 23일 서울 노원구 한 아파트에서 세 모녀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김태현은 물품배송기사로 위장해 피해자 집에 접근해 먼저 집에 있던 작은 딸을 살해했다. 이후 집에 돌아온 엄마와 큰딸 A씨를 차례로 죽인 것으로 파악됐다.

범행 뒤 김태현은 A씨의 컴퓨터와 SNS를 접속해 자신과 관련된 대화와 친구목록 등을 삭제하기도 했다.

김태현은 이전부터 A씨를 지속적으로 스토킹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태현과 피해자 A씨는 온라인 게임을 통해 만나게 됐다. 같은 게임을 하는 친구들끼리 가끔 만나기도 했으나, 점점 멀어지게 되자 앙심을 품은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수사와 재판과정에서 줄곧 우발적 살인이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영원한 사회격리 만이 정당한 정의 실현을 달성하기 위해 적합한 수단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며 김태현에게 사형을 구형했다.

1심은 “가족 모두에 대한 살인은 사전 계획에 포함돼 있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형벌, 응보적 성격, 일반 예방 성격 등을 볼 때 피고인을 사형에 처해야 한다는 의견은 어찌보면 당연할 수 있다”면서도 “다른 중대 사건과 양형 형평성을 고려하면 피고인에 사형을 처해 생명 자체를 박탈할 수 있는 정당하고 특별하고 누구라도 인정할 만한 객관적인 사정이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사형에 이르지 않은 이유를 설명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서울 노원구의 한 아파트에 침입해 세 모녀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피의자 김태현(25)이 9일 오전 서울 도봉경찰서 유치장에서 검찰로 송치되면서 무릎을 꿇고 있다. ⓒ천지일보 2021.4.9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서울 노원구의 한 아파트에 침입해 세 모녀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피의자 김태현(25)이 9일 오전 서울 도봉경찰서 유치장에서 검찰로 송치되면서 무릎을 꿇고 있다. ⓒ천지일보 2021.4.9

2심은 “살해 과정이 무자비하고, 교화 가능성도 적어보인다”며 “사형 선고가 마땅하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검찰의 사형 구형이 타당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사형 선고를 내릴 수 없는 이유로 사형 제도의 실효성을 꼽았다.

재판부는 “사형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논의가 계속됐고, 1998년 이래 사형 집행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25년간 사형이 집행되지 않고 있어 국제인권단체로부터 사형 폐지국으로 분류되기도 해 실효성을 상실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대신 재판부는 김태현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하되 “가석방 없는 절대적 종신형 형태로 집행돼야 한다”고 판시했다. 현재로선 형법상 무기징역이 선고돼 복역하더라도 20년 뒤엔 가석방 심사 대상이 된다.

재판부는 “가석방 여부는 사법부가 아닌 행정부 소관이고, 법원의 의견이 행정부에 얼마나 기속력을 가질지 모르겠으나, 사형 집행이 이뤄지지 않아 실효성을 상실한 현재 형벌 시스템을 고려해 이렇게라도 명시적으로 가석방에 대한 의견을 밝힐 필요가 있다”며 “피고인은 사회로부터 영원히 격리돼 평생 참회하는 것이 맞으므로 가석방이 허용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일반적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복역수라도 20년이 지난 뒤엔 가석방 심사대상이 된다.

대법원은 김태현과 검사의 상고를 모두 기각했다.

재판부는 “검사는 형이 가볍다는 이유로 항소할 수 있을 뿐 상고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김태현의 상고에 대해선 “이 사건 각 범행의 동기와 내용, 범행 후 피고인의 행동, 피고인과 피해자들과의 관계 등의 사정들에 비춰 보면, 원심이 피고인에 대해 무기징역을 선고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한 것이 심히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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