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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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북한은 ‘태양절’ 분위기에 한창 들떠 있다. 태양절은 김일성의 생일, 즉 4월 15일, 올해로 110주년이다. 북한은 꺾어진 정주년을 항상 뜻깊게 기념하므로 김일성의 110주년 생일을 그냥 넘길 리 없다. 북한 조선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4월 8일 1면에 태양절 110주년을 맞아 당 정책 관철에서 특출한 공로를 세운 일꾼과 근로자, 군인들에게 당과 국가 표창을 수여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2면과 4면에도 태양절 관련 기사를 게재했다. 신문은 ‘위대한 수령님의 품속에서 자주적 인민이 자랐다’는 기사에서 “인민 대중을 역사의 주인으로 내세우고 인민 대중의 존엄과 가치를 최상의 경지에서 빛내 주신 인민의 수령”이라고 김 주석을 칭송했다.

또 조선노동당출판사에선 김 주석의 ‘현명성과 고결한 위인적 풍모’를 담은 회상실기집 ‘인민들 속에서’ 110권을 출판했다고 한다. 이와 함께 태양절 경축 전국미술축전 ‘태양의 위업 영원하리’ 국가미술전람회가 7일 옥류전시관에서 개막했고, 평양 외에 각 도에서도 미술전람회가 같은 날 시작됐다. 라오스, 베트남 등 북한 주재 외교단은 태양절 110주년을 맞아 평양초등학원·중등학원 등을 찾아 북한의 교육환경을 둘러봤다.

3면에선 당세포비서들이 갖춰야 할 12가지 기본품성을 소개했다. 신문은 이들에게 “품성을 갖추고 사업과 생활의 모든 면에서 당원들의 거울이 되고 본보기가 될 때 당세포는 인간적으로 굳게 단합된 건강하고 혈기왕성한 세포로 돼 자기의 전투력을 남김없이 과시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신문은 5면에 “방역규정과 질서를 지키는 게 대중 자신의 사활적인 요구로, 생활습관으로 되게 하기 위한 교양사업을 여러 가지 형식과 방법으로 심화시키고 있다”며 비상 방역사업 진행상황을 전했다.

한편 북한의 선전매체들은 김정은의 10년 집권을 대서특필하고 있는데, 김정은 고모부의 숙청과 처형을 그 대표적 사례로 꼽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혈족이며 집안 어른인 고모부를 처형한 것이 치적이라면 이건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지 않는가.

‘태양절’ 제110주년이 5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평양 김일성광장에 ‘일심단결’ 카드섹션이 등장했다고 8일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보도했다. VOA는 7일 오전 10시 30분쯤 김일성광장 일대를 찍은 인공위성 사진 분석 결과, “북한의 열병식 준비 모습이 더 구체적으로 포착됐다”며 이같이 전했다.

또한 북한이 이번 태양절을 앞두고 군중대회 및 열병식의 막바지 연습을 진행 중인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VOA가 공개한 사진을 보면 광장 서쪽과 동쪽 지대 전체, 그리고 북쪽 도로로 연결되는 구간 모두가 붉은 물결로 가득 차 있다. 현장에 동원된 주민들이 카드섹션으로 연출한 ‘일심단결’ 구호와 조선노동당 로고도 보인다. VOA는 “광장에 정확히 몇 명이 동원됐는지 파악하기 어렵지만, 인파 형태와 규모 면에서 북한의 최대 규모 열병식으로 알려진 2017년 4월 15일 포착된 현장 모습과 흡사하다”고 전했다. 당시 열병식엔 약 15만명이 동원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북한군의 열병식 연습장소인 평양 미림비행장 일대에서도 관련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다. VOA는 7일자 위성사진에서 비행장 내 연습장 곳곳에 차량 혹은 대규모 병력 대열로 보이는 점 형태 사각형 26개가 보이고, 훈련장 북서쪽 주차장에도 차량이 가득 들어찬 모습이 확인된다고 전했다.

전문가들 계산에 따르면 최대 7800명이 미림비행장에서 진행 중인 열병식 연습에 참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은 김정은 집권 이후 줄곧 정상국가를 제창하고 있다. 먼저 김일성 생일과 같은 종교적 정치행사부터 없앨 때 북한은 정상국가의 궤도에 들어선다는 것을 김정은이 왜 모른단 말인가. 알고도 그런다면 북한은 그 끝이 보인다고 할 수밖에 없다. 현재 지구상에 전제군주제도 국가가 아닌 나라에서 최고 통치자의 생일을, 그것도 망자의 생일을 기념하는 나라는 북한이 유일하다. 이런 전근대적 통치수법을 두고 과연 어떻게 정상국가로 갈 수 있단 말인가. 태양절은 110주년으로 그 막을 내리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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