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핵부산시민연대가 지난 6일 부산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리2호기 수명연장 신청에 대한 반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제공: 탈핵부산시민연대) ⓒ천지일보 2022.4.10
탈핵부산시민연대가 지난 6일 부산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리2호기 수명연장 신청에 대한 반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제공: 탈핵부산시민연대) ⓒ천지일보 2022.4.10

“여론 수렴 없는 평가 안 돼”

인근 부산·울산서 철회 촉구

심사·승인까지 1년 이상 소요

“탈원전 vs 친원전” 험로 예고

[천지일보=김가현 기자] 최근 한국수력원자력이 내년이면 설계수명 40년이 끝나는 고리2호기의 수명연장 신청을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제출한 가운데 지역 탈핵단체의 반발도 격화되고 있다. 탈핵부산시민연대는 지난 6일 부산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수원이 40년 이상 된 노후핵발전소를 연장하려는 것은 그간 ‘탈핵도시’를 위해 노력해 온 부산시민의 염원을 짓밟는 처사”라며 규탄했다.

이들은 “탈핵도시를 만들기 위한 노력 끝에 고리1호기 영구정지와 정부의 탈핵 국가선언까지 이끌어 냈다. 이러한 노력이 무색하게 ‘친원전’ 윤석열 당선인이 아직 취임하지도 않았는데도 한수원은 기다렸다는 듯 수명연장 신청서를 제출했다”고 비판했다. 시민연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보다 경제성만을 내세워 주민여론 수렴절차를 거치지 않은 한수원과 원안위는 해체돼야 한다. 부산은 현재 10개의 핵발전소에 이어 핵폐기장이 될 위기에 처했고, 40년 가동한 노후핵발전소의 수명연장까지 강요받고 있다”고 분노했다.

고리원전 2호기와 바로 인접한 울산지역 단체도 즉각 반박했다. 탈핵울산시민행동은 지난 7일 기자회견을 통해 “노후원전의 수명연장 금지와 신규원전 건설금지의 탈핵 정책은 2016년 울산·경주지진 등을 겪으면서 도출한 사회적 합의사항”이라며 “고리2호기의 설계수명 만료일은 2023년 4월 8일로 수명연장을 하기 위해서는 원안법상 2021년 4월 8일까지 수명연장 신청서를 제출했어야 하지만 한수원은 2021년 4월까지 고리2호기 수명 연장 신청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탈핵울산시민행동이 지난달 11일 울산시청 앞에서 탈핵집회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제공: 탈핵울산시민행동) ⓒ천지일보 2022.4.10
탈핵울산시민행동이 지난달 11일 울산시청 앞에서 탈핵집회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제공: 탈핵울산시민행동) ⓒ천지일보 2022.4.10

또 최근 문제가 제기된 ‘신고리5·6호기 입찰 담합 의혹’에 대해서도 “입찰 비리는 수십억원에서 수천억원에 이르는 부당이득과 한수원 고위직과 정치권까지 연루된 범죄”라며 “이는 담합 과정에서 성능과 조건을 충족하지 않은 불량부품이나 짝퉁, 재활용 부품이 납품될 수 있어 시민 안전에 직접적인 위험요인이 된다”고 날을 세웠다. 이들은 정부가 나서 신고리 5·6호기 입찰 담합 등 의혹에 대해 명백히 밝혀 재발방지 대책을 세워달라고 요구하며, 한수원 고리2호기 수명연장 철회를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을 선언했다.

고리2호기는 1983년 상업운전을 시작해 탈원전 정책 예정대로라면 내년 4월 8일 수명이 만료된다. 한수원은 고리원전 2호기를 계속 운영하기 위한 ‘주기적안전성평가(PSR)’ 보고서를 지난 4일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제출했다. PSR은 원자력안전법에 따라 10년 주기로 제출하되 수명연장을 위해서는 기본 안전성 평가에 계속 운전 기간을 고려한 주요 기기 수명평가, 방사선환경 영향평가 등 14개 항목을 종합적으로 확인하고 개선사항을 찾는 평가다.

업계에 따르면 이 보고서는 원래 제출 기한이 지난해 4월 8일까지였으나, 한수원이 이를 1년 연장해 줄 것을 원안위에 요청했다. 한수원은 감사원이 수명이 다한 원전을 연장하는 조건으로 기존 안전성 평가와 함께 경제성 평가 지침도 제출할 것을 요구해 이를 준비하는 기간이 필요하다는 이유를 들었다. 하지만 원자력안전위는 원전의 안전성 관련 부분만 평가할 뿐 경제성평가는 해당사항이 없다는 설명이다.

고리2호기를 시작으로 2029년까지 모두 10기의 원전 설계수명이 만료된다. 연도별로는 2024년 고리3호기, 2025년 고리4호·한빛1호기, 2026년 한빛2호기·월성2호기, 2027년 한울1호기·월성3호기, 2028년 한울2호기, 2029년 월성4호 순이다.

고리2호기의 계속 운전을 위한 심사·승인 절차는 1년 이상 걸리는 만큼 수명만료를 앞둔 원전 10기도 가동 연장 준비에 들어갈 전망이다. 심사를 통과하면 고리2호기는 만료 시점부터 10년 더 상업 운전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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