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분노하고 있다” 어디에선가 본 신문기사의 헤드다. 대한민국의 심각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표현이 아닌가 싶다. 사회는 물론 종교까지 더 이상 갈 곳이 없이 바닥을 친 상태다.

바닥을 치기까지는 부적합한 사연들이 많았겠지만 그중 작금의 저축은행 사태를 한 예로 들어보자. 이번 사태는 곪을 대로 곪아 있는 이 사회에 만연된 불법적 요소들이 때가 되어 터져 나오는 것 중 하나의 단면에 불과하다. 기존 9개 은행의 영업정지에다 금번 부산저축은행사건 이후 7개 은행을 추가하면 총 16개 은행이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이는 경영주들의 불법대출 등 부실 경영으로 인한 경영악화가 그 원인이다.

더 놀랄 일은 지난해 이 같은 사실을 적발한 감사원은 청와대에 보고했으나 청와대는 이를 눈감아 버렸다는 것이다. 김두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의 뇌물수수사건이 그 한 증거다. 문제는 이 같은 현실을 놓고 아무도 책임져 줄 사람이 없다는 현실이다. 결국 금번 사건의 피해는 힘없고 빽없는 소시민에게 고스란히 돌아가고 만 것이다.

그 결과 국가의 경영불안은 사회불안으로 이어지고 나아가 정치불안으로 이어져 급기야 시민단체가 정치에 개입해야 하는 억지국가로 전락했으며, 심지어 국민들은 이 난국 즉, 총체적 위기에 직면한 이 나라를 맡길 대상으로 정치권이 아닌 시민단체의 손을 들어줘야 하는 가슴 아픈 현실이 되고 말았다. 정치 제도권 안에서 이뤄져야 할 정당정치의 한계를 드러내고 만 것이다.

부정과 부패 거짓과 왜곡이 도를 넘었고, 경제성장으로 지탱해 왔던 한국 자본주의가 뿌리부터 송두리째 뽑히고 있으며, 발전이란 수식어에 눌려 있던 내면의 양심이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폭발하고 있다.

이번엔 종교로 가보자. 이 민족의 종교지도자들은 위대했다. 불의와는 타협지 않았고 정의로웠다. 나라의 위기엔 호국적 일념으로 가족과 전토를 버리고 목숨을 바쳐 앞장서 왔다.

지금은 허울 좋은 7대 종단이 있다. 이 단체는 종단 대표들이 모이는 친목단체에 불과하다. ‘화합과 상생’을 말하면서 분열을 초래해 왔고, 사회를 지도하고 계몽하고 이끌어간다고 하면서 야합했으며, 생색내기 위한 자리엔 어김없이 앉아 있으며, 부정부패의 부류엔 틀림없이 올라 있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이 나라의 종교지도자들로 추락했다.

그중 여의도순복음교회 원로목사인 조용기 목사와 그 가족의 불투명한 재정사용에 대해 며칠 전 MBC PD수첩으로부터 집중 보도됐다. 이 보도에 의하면 이 교회는 신앙생활을 하는 교회가 아니었다. 결과적으로 한 사람의 사업성공을 위한 조직의 조직원들이었다. 더군다나 조용기 목사와 재산을 둘러싼 친부모-자식 간의 법적공방으로 치닫는 혈투는 암울한 한국 기독교 내지 종교의 현 실태를 너무도 신랄하게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되었다.

어처구니없는 것은 이영훈 담임목사의 법원에 낸 방송금지가처분 신청에서 “교회는 사적인 단체이고 문제가 있더라도 교회 내에서 해결한다”라는 주장이다. 물론 법원은 이를 즉각 기각했다. 교회고 교인이기 전에 대한민국을 구성하고 있는 국민이며, 그 국민이 구성원으로 돼 있는 단체가 대한민국 국법에 응하지 않겠다는 것은 애초에 해괴망측한 논리로 살아가는 아주 특별한 단체임을 스스로 시인하는 꼴이 됐다.

점입가경(漸入佳境)인 것은 한국기독교총연합(한기총) 회장이며 칼빈대 총장이며 왕성교회 담임을 역임하고 있는 길자연 목사의 발언이다. “확실치 않은 제보 내용으로 세계적인 영적지도자며 한국교회의 어른을 다룬다는 점에서 한국교회의 전도와 선교에 크게 악영향을 미쳐 궁극적으로 국가의 발전과 사회의 안녕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는 논리를 앞세워 방송금지를 주장해 봤지만 이 역시 무시됐다.

아니 누가 그런 위인을 대한민국의 영적지도자요 어른으로 모셨던가. 묻지 않을 수 없다. 얼마 전 금권선거로 온 나라 안팎을 발칵 뒤집으며 한국교회의 망신을 초래한 바로 그 장본인의 거룩한 생각일 뿐일 것이다. 한국교회가 추락하고 무너질 수밖에 없었음을 온 국민 아니 세계 앞에 알리는 자충수적 표현이 되고 말았음도 깨달았으면 좋겠다. 결국 길 목사의 항의방문으로 조 목사와 길 목사는 한 뿌리에서 시작한 유유상종(類類相從)이었으며, 상호 비호세력이었음을 명확하게 만천하에 시인한 계기가 되었으며 그 실체가 드러나고 만 것이다.

이제 한국교회 지도자는 하나님과 예수를 팔아 자신들의 배를 채우는 지구상 최대의 영적 장사꾼으로 전락했으며, 조 목사는 종교를 빙자한 세계 최고의 사기조직의 대부로 등극하기에 이르렀다. “나는 아간이 아니다”라는 조 목사의 항변은 마치 나는 아간임을 고백하는 소리로 들리는 것은 어쩜일까.

‘종교가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는 선인들의 가르침이 새삼 귓전을 맴돈다. 종교나 사회나 바닥을 쳤다면 새로운 세상이 도래하는 것은 필연이 됐다. 왜 ‘안철수 신드롬’이 일어났겠는가를 냉철히 생각해 보고, 계산하기보다는 겸허히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자세가 이 시대에 요구되고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이 사회가 안철수를 열광할 때, 종교계는 새로운 영적지도자를 열광하게 될 날이 머지않았음을 암시하는 것은 아닐까 희망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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