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이우=AP/뉴시스] 3월 3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 외곽 러시아군 진지에 우크라이나군의 공격으로 사망한 러시아군 병사의 손이 보인다. 2022.04.01.
[키이우=AP/뉴시스] 3월 3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 외곽 러시아군 진지에 우크라이나군의 공격으로 사망한 러시아군 병사의 손이 보인다. 2022.04.01.

"현장 사령관 없어 아군끼리 손발 안맞아…현실 모르는 지시에 혼란 가중"

러시아군이 손쉬운 상대로 여겼던 우크라이나군을 상대로 5주 넘게 고전을 거듭하는 것은 지휘체계의 문제점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뉴욕타임스(NYT)는 1일(현지시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각국 정보기관 관계자들이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한 각종 정보를 분석한 결과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일단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군에는 각 군을 총괄하는 현장 사령관이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경우 전쟁이 발생하면 4성 장군이 현장 사령관이 돼 육해공군의 작전 지휘는 물론이고 사이버전 같은 특수 작전까지 지휘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각국 정보기관이 확인한 결과 러시아군은 현장 사령관을 임명하지 않았다.

현장 사령관의 부재는 러시아군끼리 손발이 맞지 않고, 비효율적인 작전을 펼치는 이유가 됐다. 일선 병사의 사기 저하를 비롯해 군수품 보급란의 원인으로도 분석된다.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에서 800㎞ 떨어진 모스크바에서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과 발레리 게라시모프 총참모장이 직접 지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도 군 작전에 직접 관여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러시아군은 현장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는 최상부의 지시로 움직이는 탓에 불필요한 실수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웨슬리 클라크 전 나토 사령관은 지난달 말 아조우(아조프)해 베르단스크항에 정박 중 우크라이나 해군의 공격을 받고 침몰한 러시아 함정 '오르스크'를 예로 들었다.

클라크 전 사령관은 "미치지 않고서야 완전하게 작전 지역을 장악하지 않은 채 함정을 항구에 정박할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오르스크 침몰 당시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해군의 공격 가능성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고, 상부의 함정 정박 지시에도 아무런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또한 상관의 명확한 지시 없이는 어떤 행동도 취하지 않도록 교육받은 러시아 병사들은 모스크바에서 현장과 동떨어진 명령이 내려오는 현실에 답답해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러시아가 정규군에 이어 와그너 그룹을 비롯해 시리아 등으로부터 외국 용병까지 우크라이나에 투입하는 상황이지만 지휘체계의 난맥상이라는 근본적인 문제의 해결 없이는 전쟁을 제대로 마무리하지 못할 것이란 지적도 제기된다.

제프리 슬로서 예비역 미국 육군 소장은 "러시아는 병력을 얼마나 투입해야 우크라이나 작전에 성공할 수 있는지에 대한 통일된 개념도 없는 것 같다"며 "이런 식으로는 러시아군이나 용병 수십만 명을 동원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뉴욕=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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