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31일(현지시간) 바티칸에서 제럴드 앙투안 퍼스트네이션스 지역 대표(가운데) 등 3대 캐나다 원주민 대표단이 프란치스코 교황과의 만남 후 성 베드로 광장을 걷고 있다. (출처: 뉴시스)
3월 31일(현지시간) 바티칸에서 제럴드 앙투안 퍼스트네이션스 지역 대표(가운데) 등 3대 캐나다 원주민 대표단이 프란치스코 교황과의 만남 후 성 베드로 광장을 걷고 있다. (출처: 뉴시스)

19~20세기 원주민 가톨릭 문화 동화 강제

학대로 숨진 1200구 이상 아동 유해 발견

[천지일보=이솜 기자] 프란치스코 교황이 19~20세기 캐나다 원주민 기숙학교에서 발생한 아동 학대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또 당시 학대를 받은 생존자들에게 직접 사과하기 위해 오는 7월 말 캐나다를 방문하기를 희망했다.

교황은 1일(현지시간) 바티칸에서 퍼스트네이션스·매티스·이누이트 등 3대 캐나다 원주민 대표단을 접견한 자리에서 그는 가톨릭 교회가 운영하는 기숙학교 아이들이 학대를 당했음을 인정하고 이 학교에서 발생한 일에 부끄럽고 분개했다고 말했다.

캐나다에서는 19세기부터 1970년대까지 15만명 이상의 원주민 어린이들이 그들의 가정과 문화의 영향으로부터 격리시키기 위해 가톨릭 학교에 다니도록 강요받았다. 이전 캐나다 정부가 우월하다고 여겼뎐 주류 사회에 그들을 기독교화하고 동화시키는 것이 목적이었다.

교황은 “천주교 신자들의 개탄스러운 행동에 대해 하느님께 용서를 구한다”며 “캐나다 주교들과 단결해 사과한다”고 말했다.

앞서 캐나다 정부는 학생들이 모국어를 사용한다는 이유로 구타를 당하는 등 당시 학교에서 신체적, 성적 학대가 만연했다고 인정했다. 이런 학대 및 가족으로부터의 고립은 원주민들의 알코올과 약물 중독 유행의 근본 원인으로 지목돼 왔다.

작년 5월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캠프루스 근처에서 지상 투과 레이더를 사용해 발견된 215개의 무덤이 발견된 이후로 원주민 기숙학교 부지 3곳에서 총 1200구 이상의 원주민 아동 유해가 발견되면서 이번 사건과 관련한 조사 등은 가속도가 붙었다.

교황의 이번 사과는 베네딕토 16세 전임 교황이 2009년 퍼스트네이션스 대표단을 방문했을 때의 입장을 뛰어넘었다. 당시 베네딕토 16세는 일부 교인들의 개탄스러운 행동으로 인한 애도의 뜻을 전했을뿐, 사과하지는 않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성모마리아의 어머니인 ‘성녀 안나’ 축일(7월 26일)을 언급하며 이때 즈음에 캐나다를 방문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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