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 충북=홍나리 기자] 충북 청주시에 위치한 옛 청주역 전경
[천지일보 충북=홍나리 기자] 충북 청주시에 위치한 옛 청주역 전경

소담한 옛 청주역 전시관
 

도심 한복판에 고스란히 재현

“교육 장소로 활용해도 좋아”

세월의 흔적 역력한 ‘심천역’

철길 위 영웅 기리는 ‘이원역’

[천지일보 충북=홍나리 기자] 충북 청주시에는 추억의 공간 ‘기차역’을 도심 한복판에 고스란히 재현한 곳이 있다. 2019년 1월 개방한 옛 청주역 전시관은 1921년부터 1968년까지 충북선 청주역이 있던 자리에 복원됐다. 이곳에서 충북선과 청주역의 과거를 들여다볼 수 있다. 밀물과 썰물이 오가듯 발길이 끊이지 않았던 과거 청주역은 어떤 공간이었을까. 이에 본지는 최근 청주역을 둘러보고 충북의 황간역부터 독립운동가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이원역까지 충북 내 다양한 역의 정경을 살펴봤다.

과거를 담은 옛 청주역 전시관

어느덧 봄도 완연해진 3월말. 기차역을 바라보고 있으니 설레는 봄을 맞아 어디론가 여행을 떠나던 옛 추억이 떠오른다. 기차역은 사람들에게 출발점이자 목적지가 되기도 한다.

옛 청주역 전시관에서 만난 김민주(가명, 43)씨는 현장을 둘러보며 “대전에서 왔는데 청주역의 이모저모를 살펴볼 수 있어서 좋다”며 “아이들과 함께 방문해서 교육 장소로 활용해도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곳은 청주시가 과거 청주역에 대한 추억과 역사를 보존하고자 51년 만에 복원공사를 진행해 2019년 1월 7일 무료 개방한 공간이다. 청주시청 근처 광장에서 정갈하고 소담한 옛 청주역 전시관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평일 낮 전시관 내부에는 젊은 여성 관람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옛 청주역 모형 전시와 역 내부, 야외에 마련된 포토존을 둘러 보고 서로 사진을 찍기도 했다. 즐거운 과거 여행에 미소가 끊이지 않는다.

[천지일보 충북=홍나리 기자] 옛 청주역 전시관 야외 포토존
[천지일보 충북=홍나리 기자] 옛 청주역 전시관 야외 포토존

현재 청주역은 충북 청주시 정봉동에 있다. 지금까지 청주역은 총 세 번 자리를 옮겼다. 1921년 북문로에서 처음 개통됐다가 철도 직선화 사업에 따라 1968년 우암동 자리로 옮겨졌다. 이후 본심 철도 이설계획에 따라 1980년 정봉동 현재 위치로 이전했다.

사실 청주역은 본래 침략과 수탈의 기찻길로 시작됐다. 일제강점기 충북지역은 물산과 금과 같은 광산물이 풍부한 곳이었다. 이후 일본이 수탈 목적으로 경부선 부강역부터 청주까지 도로를 뚫은 후 철도 건설 계획을 추진했다고 전해진다. 전시관에서는 그 첫 시작부터 청주역이 걸어온 길, 충북선의 과거 등을 확인할 수 있다. 근대부터 현재까지 시대상이 한눈에 들어온다.

[천지일보 충북=홍나리 기자] 추억의열차 내부 전경
[천지일보 충북=홍나리 기자] 추억의열차 내부 전경

역 내부 가장 안쪽에 자리한 조치원~청주 구간 열차를 그대로 복원한 ‘추억의 열차’에서 옛 열차 풍경을 즐길 수 있다. 카트에 실린 쫀디기와 삶은 달걀부터 옛 역무원이 사용하던 추억의 물품까지 그대로 전시돼 있다. 전시관 뒤편으로는 개표원 동상이 승객을 맞이하고 있다.

야외 포토존으로 꾸며진 공간에서 플랫폼과 철로, 그리고 옛 상가까지 옛 청주역의 정취를 그대로 옮겨뒀다. 청주역 건물 바로 옆에는 40여년 전 실제로 운행을 하던 열차도 전시돼있다. 조치원에서 제천까지 운영되던 증기기관차다. 금방이라도 기차 경적을 울리며 철로 위를 달릴 듯하다.

◆철도인들과 시인·주민이 살린 ‘황간역’

충북에서도 손꼽는 ‘청정지역’ 영동군에는 시골 간이역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기차역이 있다. 시와 음악이 흐르는 역 ‘황간역’이다. 충북 영동군 황간면에 자리한 황간역은 서울에서 부산을 운행하는 경부선이다. 1905년 1월 1일 경부선 보통역으로 영업을 시작했다.

1950년 6.25전쟁으로 소실됐다가 6년 뒤 복구됐다. 이후 석탄 수소용 화물열차가 오가며 지역경제를 견인하기도 했지만 급격한 산업화로 존폐 위기에 봉착하고 말았다. 그러던 중 2013년 철도인들과 영동 황간 출신 시인·주민들이 “황간역을 살려보자”며 황간역 살리기 프로젝트에 뛰어들면서 지금의 황간역이 탄생했다.

월류봉 전경 (제공: 영동군청)
월류봉 전경 (제공: 영동군청)

박남근 시인의 ‘황간역에서’는 ‘월류봉 휘돌아 흐르는 한 줄기 물길/돌아오지 않겠지만/세상이 지워져도 돌아올/그리운 황간역’이라고 황간역을 표현하고 있다.

이제 황간역은 옛 정취를 간직한 역으로 탈바꿈했다. 철도를 주제로 한 시 노래와 시 낭송, 연주가 어우러진 음악회도 매년 열린다. 황간역 대합실에 들어서면 소박함이 물씬 느껴진다. 천이 헤진 소파와 낡은 벽돌, 옛 대합실 풍경이 고스란히 재현돼 있다.

역사 리모델링을 통해 이색적인 맞이방과 갤러리, 무인카페도 생겨났고 역 광장에는 상설 공연 무대도 설치됐다. 역 내부 황간역 갤러리에는 황간역 모습이 여러 화폭에 담겨있다. 사계절 속 저마다의 시선으로 담아놓은 황간역을 즐길 수 있어 다채롭다. 역사 주변을 둘러보니 ‘시가 익는 장독대’라는 푯대 아래 아름다운 시들이 새겨진 장독대들이 즐비하다.

황간역은 한국관광공사가 꼽은 코로나 블루를 해소할 안심 관광지 25선 명소다. 역 주변을 나와 거니는 월류봉과 반야사, 노근리 평화공원 역시 봄꽃 산책길로 손색없다. 지역 주민들의 노력 끝에 황간역은 전국뿐 아니라 해외 철도동호인들이 방문하는 관광 역사로 발돋움해나가고 있다.

영동군 반야사 전경 (제공: 영동군청)
영동군 반야사 전경 (제공: 영동군청)

◆근대문화유산 간이역 ‘심천역’

말 그대로 ‘깊은 물’이라는 뜻을 지닌 영동군 심천면에는 또 하나 알려진 역이 있다.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옹산역 촬영지로도 알려진 심천역이다. 금강 상류 물줄기가 흐르는 영동군 심천역은 건물 입구에 새겨진 ‘옛 추억이 머무는 역’이라는 이름이 꼭 걸맞은 전경이다. ‘一’자형 평면 형태로 정갈하고 아담하다.

심천역은 국가에서 지정한 근대문화유산이다. 6.25전쟁 당시 역 내부가 손실되기도 했지만 1934년 당시 원형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어 현재 등록문화재 제297호로 지정됐다. 역사 이곳저곳을 둘러보면 세월의 흔적이 역력하다. 한때 광산 채굴이 각광을 받으면서 수많은 사람이 오갔을 이곳이다. 사람들의 발길이 쉴 틈 없이 닿았던 심천역이지만 지금은 자갈돌과 항아리들만이 역 주위로 고요히 자리를 채우고 있다.

대한민국 철길 위 영웅들의 시초 ‘이원역’

나라를 위해 목숨 바친 철도인의 휴식처 이원역은 아름다운 금강이 흐르는 충북 최남단 옥천군에 있다. 1905년 개시한 역으로 한국전쟁으로 손실된 후 1958년에 다시 지어졌다. 일제강점기 당시 치열한 3.1운동이 전개됐던 곳이기에 애국지사들의 충정을 기리기 위한 기미 3.1 독립운동 기념비도 있다.

아울러 역사 근처에 한국철도가 발전하는 과정에서 안타깝게 희생된 이들을 기리기 위한 이원 순직 철도인 위령비도 자리했다. 이 위령비는 철도창설 60주년을 맞은 1982년 서울 용산에서 옥천군으로 옮겨졌다. 이후 이 작은 간이역에는 매해 현충일마다 유족들과 철도인들의 추모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역 주변을 거닐다 보면 아름다운 벽화가 펼쳐진다. 포도·블루베리 등 형형색색의 과일들과 나무, 유채꽃과 논밭 풍경까지 자연의 한 장면을 다양하게 담아낸 벽화를 둘러보며 거니는 산책도 관광 코스로 인기다. 작은 간이역은 이제 과거 철길 위의 영웅을 기리는 공간이자 휴식처로 시민들을 맞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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