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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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최근 한반도 수역에서 한·미·일 합동 군사훈련을 실시하자고 거듭 제안했는데 문재인 정부가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한다. 30일 자 한겨레신문의 보도 내용이다.

미국과 중국 간 패권 다툼과 갈등의 심화로 세계정세가 요동치고 있는 가운데 소련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신냉전이 본격화되는 신호탄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여러 가지 면에서 위태로운 상태에 놓여있다. 국제정세의 흐름을 정확히 읽고 올바르게 대응하지 않으면 국가와 국민의 안전이 위태로워진다. 세계정세가 급격히 악화되는 시점에 정권이 교체돼 불확실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이런 중대한 시점에 미국은 한·미·일 3국 합동군사훈련을 제안했다. 말이 제안이지 강요에 가깝다. 문재인 정부가 거절한 건 아주 잘한 일이다. 미국은 한국 국민이 극도로 싫어하는 한·일 군사공조를 밀어붙이지 말아야 한다. 지금까지 미국은 한·일 군사동맹과 한·미·일 군사동맹을 끈질기게 추진해왔다. 그 과정에서 나온 게 이른바 지소미아(GSOMIA)이다. 지소미아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의 다른 이름이다.

일본이 반도체 소재 부품의 한국 수출을 금지하고 한국에 적대적인 행동을 거듭했기 때문에 한국정부는 지소미아를 종료시키려 했다. 미국이 노골적으로 개입했다. 결국 지소미아 종료는 무산됐다. 미국은 자국에 이익이 된다고 생각하면 한국의 처지나 한국 국민의 생각과 우려는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한·일 군사동맹과 한·미·일 군사동맹에 목을 매는 것도 인도-태평양 전략에 사활적으로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와 일본 정부 사이의 ‘위안부 합의’를 뒤에서 배후 조종한 나라가 미국이다. 한·일 협정의 배후조종자도 미국이다. 전두환–나카소네 협력 체제의 배후도 미국이다. 한·일 간의 중요한 결정의 배후에는 항상 미국이 있다.

미국은 이전에는 적어도 겉으로는 조심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한·일 관계에 개입했다. 이제는 노골적으로 개입한다. 이번의 한·미·일 군사훈련 제안도 노골적인 개입의 사례이다. 미국은 지금 자신들의 패권 강화에 한국을 바둑돌로 쓰려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공식 출범하면 한·미·일 합동군사훈련에 대한 미국의 압박은 더욱 노골화될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미국의 압박이 없어도 한·미·일 합동 군사훈련을 실시하고 한·미·일 동맹으로 나아갈 가능성도 있다. 윤 당선자는 후보시절 ‘한·미·일 3자 안보 공조 활성화’를 약속했고 TV토론에서도 한·미·일 동맹을 부인하지 않았다. 심지어 일본 자위대의 한반도 진입 허용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우리나라는 교역으로 먹고사는 나라인데 한·미·일 군사동맹으로 나아가면 중국이나 소련과 적대관계 또는 준적대관계로 발전해서 교역에 큰 타격이 올 수 있다. 최악의 경우 세계가 신냉전으로 발전되고 양 진정이 전쟁이라도 하게 되면 우리나라는 미국과 일본 쪽에 서서 참전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에 내몰릴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민족의 생존이 문제가 되고 통일은 꿈도 꿀 수 없게 된다.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윤 당선자가 취임하면 문재인 정부가 추구한 외교 방향과 차별화를 강행할 것이다. 다른 정책은 차별화를 시도해도 영향이 특정 분야에 한정될 수 있지만 외교·국방정책은 거의 모든 정책에 영향을 준다. 박근혜 정권 때 ‘위안부’ 합의와 사드 배치가 지금까지도 외교 관계는 물론 국내 정치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처럼 외교·국방정책은 방향을 잘못 잡으면 회복할 수 없는 결과를 낳는다.

한·미·일 군사협력과 군사동맹은 국민이 용납하지 않는다. 이전의 정권들도 한·미·일 군사 공조를 시도했지만 번번이 중도에서 멈췄다. 박근혜 정권이 지소미아 체결까지 갔지만 현재 지소미아 가동은 지지부진하다. 윤 당선자는 이 점을 잘 생각해서 외교 정책의 방향을 잡아야 한다. 미국 일변도의 정책과 일본과 원칙 없는 봉합 시도는 감당할 수 없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일본은 지금까지의 행동을 볼 때 우방이라고 부르기도 힘든 국가다. 독도를 탐하고 군국주의 침략의 역사를 은폐 미화하며 분단체제 영구화에 골몰하고 있다. 잠재적 적국으로 보아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이런 나라와 군사동맹은 얼빠진 행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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