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만에 재출시된 '포켓몬빵'이 품귀 현상을 빚는 등 화제를 낳고 있다. 사진은 서울의 한 편의점에서 판매 중인 '포켓몬빵'. ⓒ천지일보 2022.3.29
16년만에 재출시된 '포켓몬빵'이 품귀 현상을 빚는 등 화제를 낳고 있다. 사진은 서울의 한 편의점에서 판매 중인 '포켓몬빵'. ⓒ천지일보 2022.3.29

포켓몬빵, 재출시 이후 선풍적인 인기

MZ세대부터 어린이까지 구매 몰려

조기 품절에 ‘오픈런’ 현상

스티커 중고거래 가격 치솟아

‘포켓몬고’ 덩달아 함박웃음

[천지일보=박혜옥 기자] 그때 그 시절이 그리웠던 걸까.

1990년대 말 ‘포켓몬스터’ 애니메이션이 방송되면서 포켓몬 인기는 전국을 강타했다. 당시 ‘포켓몬스터’의 인기에 힘입어, 이를 활용한 아이템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중 대표적으로 ‘포켓몬빵’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포켓몬빵’은 ‘포켓몬스터’에 등장하는 몬스터 캐릭터를 활용한 일명 ‘캐릭터빵’이다.

전국의 슈퍼는 ‘포켓몬빵’을 사러 온 손님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특히, ‘포켓몬빵’ 안에 들어있는 포켓몬스터 스티커 ‘띠부띠부씰(띠고 붙이고 띠고 붙이는 씰. 이하 띠부씰)’ 모으기가 대유행이었다. “스티커를 샀는데 빵을 공짜로 준다”는 말이 나왔을 정도였다.

학생들은 종류만 150여종에 달하는 ‘띠부띠부씰’을 수집하기 위해 포켓몬빵을 사고 또 샀다. 스티커만 챙기고 빵을 버리는 일도 벌어져 논란이 되기도 했다.

또한 그 당시 ‘포켓몬스터’ 인기에 힘입어, 스마트폰으로 실제 배경에 숨어 있는 포켓몬을 잡는 증강현실(AR) 게임 ‘포켓몬 고’도 많은 사랑을 받았다. 한국 출시 전 다수의 이용자들이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유일한 지역이었던 속초에 몰리기도 했다.

◆16년만 다시 등장한 ‘포켓몬빵’

“여기 포켓몬빵 들어오나요?”

“네”

“정말요? 그럼 몇 시쯤 빵이 들어오나요?”

2022년 3월, 서울의 한 편의점에 20대 손님이 문을 열고 들어오자마자 곧바로 빵 진열대로 향하더니 빵을 둘러보곤 다급하게 편의점 직원에게 ‘포켓몬빵’이 들어오는지 물었다. 빵이 들어온다는 말에 안도의 한숨을 쉬고는 다시 오겠다는 말을 남기곤 가벼운 발걸음으로 문을 나섰다.

1990년대 선풍적인 인기를 끈 ‘포켓몬빵’이 지난달 23일 재출시되면서 품귀 현상을 빚을 정도로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띠부씰 모으기 열풍’이 재현되는 모양새다. 편의점, 마트 등에는 포켓몬빵을 찾는 손님들을 위해 품절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있고, 빵이 입고되는 시간에 맞춰 손님들이 몰리는 ‘오픈런’도 벌어지고 있다.

일부 네티즌은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포켓몬빵’ 판매 지점이나 재고 상황을 공유하는 중이다. 중고거래 사이트에서는 1500원인 포켓몬빵에 웃돈을 얹고 거래하는 상황도 심심찮게 눈에 띈다.

'띠부띠부씰'(뗐다 붙였다 하는 스티커) ⓒ천지일보 2022.3.29
'띠부띠부씰'(뗐다 붙였다 하는 스티커) ⓒ천지일보 2022.3.29

◆포켓몬빵, 20~30대 과거 향수 불러일으켜… 품귀현상에 구매욕 자극

재출시 이후 ‘포켓몬빵’에 대한 추억을 가진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자)부터 어린아이들까지 포켓몬빵을 찾고 있다.

다시 ‘포켓몬빵’이 열풍을 일으키는 이유는 뭘까. 가장 큰 이유는 MZ세대의 향수를 자극하는 포켓몬빵 안에 있는 ‘띠부띠부씰’ 수집 때문이다. 또한 어릴 적 추억을 간직한 어린이들이 ‘구매력’을 갖춘 어른이 되어 ‘포켓몬빵 털이’에 나선 것이다.

‘포켓몬빵’을 구하려 편의점 다섯 곳을 방문했다는 박모(38)씨는 “어릴 적 포켓몬 스티커를 많이 모은 추억이 있다. 그 옛날 추억이 떠올라 어렵게 포켓몬빵을 구했다”며 “맛은 예전과 다르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40대 직장인은 “어린 시절 스티커 모은 추억을 떠올리고 싶어 편의점 열 군데를 돌았는데도 돌아온 포켓몬빵을 찾을 수 없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띠부띠부씰’ 10장을 모았다는 초등학생 2학년 A군은 “친구들 사이에서 포켓몬빵 스티커 모으기가 유행이다. 저도 친구가 이야기해서 알게 돼 모으기 시작했다”며 “제가 좋아하는 캐릭터를 모으고 싶고 친구들과 자랑도 한다. 제가 구하기 힘드니깐 엄마아빠가 편의점을 돌아다니거나 마트에 줄서서 사다주신다”고 말했다.

또한 ‘띠부씰’이 들어 있는 ‘포켓몬빵’이 소셜미디어에서 회자되고, 방탄소년단(BTS) 등 인기 연예인들도 빵 사진 인증 대열에 합류하며 소비자들의 구매욕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방탄소년단(BTS)의 리더 RM은 포켓몬빵을 구하기 위해 편의점을 여덟 군데나 돌았다며 “제발 더 팔아달라”고 호소했다. 또한 콘서트를 마친 날에도 편의점으로 가 ‘포켓몬빵’을 구하려고 했지만 실패했다고 인증했다.

브레이브걸스 민영은 코로나19 자가격리 중에 “포켓몬빵 좀 사다 주실 분 급구”라며 구매를 원하는 간절한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런 ‘포켓몬빵’ 구매 열풍에도 편의점 업계에서는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발주가 제한돼 팔고 싶어도 못 파는 상황이다.

서울시 용산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박모(40대)씨는 “지난 2월 23일 재출시가 시작됐을 당시만 해도 발주량에 제한이 없다가 3월 초에 포켓몬빵 인기가 높아지면서 발주량이 1~2개로 제한됐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편의점에 있는 시간에만 포켓몬빵을 사러 평균 열댓 명이 온다. 초등학생부터 할아버지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빵을 찾고 있다. 초등학생은 이슈가 되면서 궁금해 하고, 20~30대 층은 추억 소환으로 빵을 찾는 것 같다”며 “며칠 전에는 할아버지가 손녀한테 준다고 해 빵을 예약해 놓고 사가기도 했다”고 말했다.

◆각종 부작용 속출…‘끼워팔기’에 ‘범죄 악용’까지

이러한 ‘포켓몬빵’ 열풍에 빵을 구하기 어려워지자 일각에선 스티커를 얻으려는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부작용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당근마켓 등 중고거래 사이트에 매물이 올라오고 있는데, 빈봉지를 판다거나 터무니없는 높은 가격으로 책정해 논란이 되고 있다. 스티커만 꺼낸 개봉한 빵을 중고로 판매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위생이나 식품 안전을 우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행법상 포장을 뜯은 식품을 중고 거래하는 건 엄연한 불법 행위에 해당한다.

일부 전문가는 ‘포켓몬빵’이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줄 수 있는 매개체라면서도 바람직한 소비 방향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포켓몬빵은 MZ세대의 향수가 담긴 ‘애착템’이며 ‘힐링템’이다. 그 당시 포켓몬빵을 좋아했던 MZ세대가 이제 사회 초년생이 됐는데 사회에서 겪는 힘든 일, 경기 불황, 취업 등의 스트레스를 힐링받으며 위로받고 싶어 하는 현상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사은품인 스티커를 얻기 위해 메인상품인 빵을 산 뒤 메인상품을 버리거나 되파는 등 행동은 바람직하지 못한 소비임을 사람들이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포켓몬빵’ 열풍에 ‘포켓몬 고’ 국내 인기 순위 급등

다시 등장한 ‘포켓몬빵’ 열풍에 적잖은 영향을 받은 곳이 있다. ‘포켓몬빵’ 인기에 모바일 증강현실(AR) 게임 ‘포켓몬 고(Pokémon GO)’ 국내 인기도 급상승 중이다.

25일 모바일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포켓몬빵이 재출시된 이후부터 시간이 지날수록 인기가 수직 상승하고 있다.

국내 애플 앱스토어 기준 포켓몬고 인기 순위가 지난달 23일 39위에서 한 달 만에 1위까지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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