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항구도시 마리우폴 인근 아조우(아조프)해에서 전투 중 숨진 러시아 해군 흑해함대 소속 안드레이 팔리이 부함장의 영결식이 크림반도 세바스토폴에서 거행되고 있다. (출처: 뉴시스)
2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항구도시 마리우폴 인근 아조우(아조프)해에서 전투 중 숨진 러시아 해군 흑해함대 소속 안드레이 팔리이 부함장의 영결식이 크림반도 세바스토폴에서 거행되고 있다. (출처: 뉴시스)

나토 “러 7000~1만 5000명 사망”

러軍 포로 “탈영군 늘고 있어”

키이우 외곽·동부서 계속 전투

러 핵무기 사용 가능성 관측

“몇 분 내로 파괴할 수 있다”

[천지일보=이솜 기자] 지난 2월 24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특별 군사작전’을 선언한 후 세계 많은 전문가들은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점령이 시간문제라고 판단했다. 러시아는 세계 2위 군사대국이기 때문이다.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에 따르면 러시아군의 현역 병력은 90만명이며 우크라이나는 20만 9000명으로, 4배 이상 차이가 난다.

그러나 러시아 군대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1달째, 이들은 수도는커녕 주요 도시들도 점령하지 못했다. 오히려 많은 병사들을 잃었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는 2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진 4주간의 전쟁에서 러시아 병사 7000~1만 5000명이 사망했다고 추산했다. 앞서 러시아군 1만 5천여명이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10년 동안 숨진 것과 비슷한 숫자다.

나토의 러시아군 사상자 수치는 전쟁 발발 이후 첫 공식 추정치다. 미국 정부는 입수 가능한 정보는 신뢰할 수 없다며 어떤 사상자의 추정치도 내놓지 않았다. AP통신에 따르면 나토군 고위 관계자는 동맹의 추정치는 우크라이나 당국의 정보, 러시아가 의도적이든 아니든 공개한 정보, 또 자체 정보원으로부터 수집한 내용에 근거했다고 밝혔다.

나토 관리는 러시아군 3만~4만명이 사망하거나 다쳤다고 집계했다. 러시아 정부는 지난 2일 자국 군인 498명이 사망하고 1600명이 부상했다고 발표한 이후 새 집계를 내놓지 않았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또한 러시아 장성 6명이 전쟁 중 살해됐다고 주장했으나 러시아는 장군 1명만 숨졌다고 인정했다.

우크라이나 보안국은 또한 생포한 러시아 포로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탈영을 택하는 러시아군이 늘고 있으며 러시아 측에 잡힌 탈영 군인들은 사형 처벌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자국의 군사적 손실에 대한 정보는 거의 공개하지 않았고 서방 역시 이에 대한 추정치를 내놓지 않았으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주 전 우크라이나군 약 1300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2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국방부가 공개한 러시아군 포로들의 모습. (출처: 우크라이나 국방부 페이스북)
2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국방부가 공개한 러시아군 포로들의 모습. (출처: 우크라이나 국방부 페이스북)

◆마리우폴 등 총성 계속… 美 전쟁범죄 규정

24일(현지시간) 서방 등 각국서 공급한 무기로 무장한 우크라이나 부대는 공격을 방어하고 러시아군은 시리아와 체첸에서 사용했던 전술을 다시 보이며 민간인을 포함한 목표물 폭격을 이어가고 있다.

미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AP통신에 전날 러시아 지상군이 키이우 외곽 15~20㎞ 지점에 방어 진지를 구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러시아 지상군은 도심을 향해 거의 전진하지 않고 있다. 이 관계자는 군대가 더 이상 도시로 진격하려 하지 않는 것으로 보이며 키이우 동쪽 일부에서는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군인들을 더 멀리 밀어냈다고 말했다.

대신 러시아군은 동부 돈바스의 루간스크와 도네츠크 지역에서의 전투를 우선시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우크라이나군이 다른 도시를 방어하기 위해 서쪽으로 이동하는 것을 막기 위한 전략이 될 수 있다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예상만큼 빠르게 수도를 점령하지 못한 러시아군이 핵무기 사용을 고려할 수도 있다는 불길한 관측도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전날엔 러시아의 한 고위 당국자가 이에 불씨를 당겼다. 드미트리 로고진 러시아연방우주공사(로스코스모스) 사장은 전날 TV에서 “러시아 연방은 어떤 거리에서도 몇 분 안에 침략자나 그 집단을 물리적으로 파괴할 수 있다”며 이같이 경고했다. 미사일 제조 시설을 감독하는 로스코스모스의 사장인 그는 또 러시아가 비축한 핵무기에는 전장에서 사용하기 위해 설계된 전술 핵무기와 훨씬 더 강력한 핵 탑재 대륙간탄도미사일이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미국 당국자들은 오랫동안 러시아의 군사 정책 가운데 러시아군이 곧 패배할 상황에서 적을 후퇴시키기 위해 전장 핵무기를 사용하는 옵션을 계획하고 있다고 경고해왔다. 러시아 정부는 이러한 계획을 부인했다.

AP통신은 로고진 사장이 허풍이 심한 성격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그의 발언은 확실히 러시아 정부 내부의 생각을 반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푸틴의 ‘입’으로 불리는 드미트리 페스코프 대통령실 대변인도 이날 CNN과의 인터뷰에서 “국가 존립에 위협이 있으면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앞서 푸틴 대통령은 서방에 우크라이나 상공에 비행금지구역을 도입하려는 시도가 러시아와의 분쟁으로 몰고 갈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한편 미국 국무부는 이날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서 전쟁범죄를 저질렀다고 판단했으며 그 범죄자들을 기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무부는 전쟁범죄에 대한 증거로 민간인에 대한 무차별 또는 고의적인 공격과 아파트, 학교, 병원, 쇼핑센터 및 기타 부지 파괴 등을 들었다.

한 달이 지났지만 전쟁은 계속되고 있다. 양측은 여러 교외 지역을 장악하기 위해 싸우면서 격렬한 폭격과 총성이 곳곳을 뒤흔들었다. 이번 폭격으로 또 다른 언론인도 사망했다. 러시아 독립 뉴스 매체 더 인사이더는 러시아 언론인인 옥사나 바울리나가 키이우 인근에서 취재 중 폭격에 숨졌다고 전했다.

남부에서는 포위된 항구도시 마리우폴은 여전히 최악의 상황을 겪고 있다. 마리우폴 당국은 일주일 전 최소 2300명이 사망했다고 밝혔지만 실제 사망자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주 공습으로 민간인들이 대피하고 있던 극장과 예술학교가 파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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