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출처: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출처: 연합뉴스)

靑 이창용 IMF 국장 지명

尹 “협의도, 추천도 없었어”

진실공방 형국, 후보 행보는

美 공격적 긴축에 역할 커져

[천지일보=김현진 기자] 8년간 통화신용정책을 진두지휘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이달 말 임기를 마치는 가운데 문재인 정부가 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을 새 총재로 지명했다.

하지만 후보자 지명을 놓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과 정면 충돌하면서 자칫 통화당국이 새 정부와 불편한 동거를 이어갈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인사 과정에서 청와대가 윤 당선인 측과 협의를 거쳤는지를 두고 양측의 설명이 엇갈리고 있다. 청와대는 23일 이창용 후보자 지명 사실을 발표하면서 당선인 측 의견을 수렴했다고 했으나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이 부인했다. 이에 청와대도 재반박하면서 진실공방으로 확산되는 형국이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 의장은 최근 인플레이션(물가 인상)을 잡기 위해 기준금리 인상을 빠르고 적극적으로 가져갈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에 미국 증시에서는 연준이 올해 남은 6차례 회의 모두 최소 0.25%포인트씩 금리 인상을 할 것으로 예상했고, 5, 6월에는 각각 0.5%포인트의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로 인해 한은의 대응과 선제적 기준금리 인상이 중요해지는 시기에 청와대와 윤 당선인의 충돌이 통화당국 수장의 긴 공백을 가져올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선 한은 총재 없이도 나머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위원들이 노련하기 때문에 충분히 통화정책을 수행해 나갈 수가 있음에도 문 정부가 무리하게 ‘알박기’ 인사를 단행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청와대가 이 후보자에 대한 인선을 발표하면서 “당선인 측의 의견을 들어서 내정자를 발표하게 됐다”고 했으나 윤 당선인 측은 즉시 대변인실 공지를 통해 “청와대와 협의하거나 추천한 바 없다”고 부인했다. 논란이 커지자 양측은 각각 취재진을 만나 그동안의 협의 과정을 일부 공개했다.

박수현 국민소통수석이 27일 청와대 브리핑룸에서 ‘27일 오전 10시를 기해 그간 단절됐던 남북 간 통신연락선을 복원하기로 했다’며 관련 내용을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뉴시스) 2021.07.27.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 (출처: 뉴시스)

장제원 실장은 기자들을 만나 “이철희 정무수석이 ‘이창용 씨 어때요’ 하니까 (제가) ‘좋은 분이죠’라고 한 게 끝”이라며 “협의한 것도, 추천한 것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장 실장은 “(한국은행 총재 인사를) 발표하기 한 10분 전에 전화가 와서 발표하겠다고 해서 (제가) ‘아니 무슨 소리냐’며 웃었다”며 “일방적으로 발표하려고 해서 ‘마음대로 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또한 “저희는 ‘추천하거나 동의하지 못하는 인사’라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청와대는 윤 당선인 측이 이 후보자를 원한다는 것을 확신할 만큼 충분한 협의가 있었다는 설명이다. 오히려 청와대는 “당선인에게 원하는 대로 해주면 선물이 될 것 같았다”면서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회동도 잘 풀릴 수 있겠다 싶었는데 당황스럽다”는 입장이다.

양측의 입장을 종합해보면 이 수석과 장 실장 사이에 이 후보자 얘기가 오간 것 까지는 사실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청와대가 윤 당선인과 협의가 확실하게 되지 않은 상황에서 인사를 했다는 것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양측이 팽팽한 가운데 이창용 후보는 오는 29일 미국 워싱턴에서 출발해 30일 오후 귀국할 예정이다. 이주열 총재의 임기가 끝나는 30일에 맞춰 귀국해 취임준비에 들어가는 것이다. 이 후보자는 한국은행법 33조에 따라 국무회의 심의,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문 대통령의 임명을 받을 예정이다. 한은 관계자는 “이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 대비해 조만간 인사청문회 TF(태스크포스)를 구성할 예정”이라며 “TF 사무실은 삼성본관빌딩 인근 부영빌딩에 마련해 놨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은 23일 한국은행 총재 후보로 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을 지명했다. 2022.03.23
[서울=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은 23일 한국은행 총재 후보로 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을 지명했다. 2022.03.23

이 후보자는 1960년생으로 1984년 서울대에서 경제학 학사, 1989년 하버드대학교 대학원 경제학 박사를 수료했다. 그는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로 활동한 이후 2007년 이명박(MB) 전 대통령 당선 당시 인수위원회 인수위원으로 참여한 뒤 MB정부에서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으로 활동한 바 있다. 이어 MB 정부에서 G20 정상회의 준비위원회 기획조정단 단장, 아시아개발은행 ADB 수석 이코노미스트 등을 역임했다.

시장에서는 전문가인 이 후보를 환영하면서도 매끄럽지 못한 인사 선임과정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크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천지일보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인사 선임에 대한 잡음이 나는 것만 보면 제대로 합의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선임된 것이 맞다고 봐야 한다”며 “후보자의 능력 여부를 떠나 너무 성급하게 인사가 난 것으로 보이며 이는 결국 최근 계속되고 있는 현 정부의 ‘알박기’의 연장선이다”고 비판했다.

이어 신 교수는 “새 정부의 방향과 철학에 맞아 떨어져야 임기동안 좋은 시너지를 낼 수가 있는데 오히려 불편한 동거를 할 여지를 남겼다”면서 “지금이라도 제대로 소통을 해서 좋게 마무리를 짓던가 그게 아니라면 당장이라도 지명 철회를 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한은 내부 직원들 대부분이 서울대 출신인데 후보도 같은 출신이라 자칫 한은이 외부의 의견을 잘 수용하지 않을 우려도 있다”면서도 “이 후보자가 총재가 된다면 한일 통화스와프 체결과 외환보유고의 현금 비중을 30% 이상 늘리는 것을 가장 우선적으로 함으로써 국제금융으로부터 한국을 보호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0일 서울 종로구 한국금융연수원 별관에 마련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회견장에서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국방부 청사 이전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제공: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천지일보 2022.3.20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0일 서울 종로구 한국금융연수원 별관에 마련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회견장에서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국방부 청사 이전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제공: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천지일보 202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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